[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동자 가운데 사망자는 139명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 2017년 기준 한국타이어 전체 노동자 가운데 질환자는 44.8%로 조사됐다. 그런데 산업재해 승인율은 0.98%로 낮다. 왜 그럴까.
산업재해는 작업환경 또는 작업행동에 기인해 노동자가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등 업무상의 사유로 노동자에게 발생한 재해를 의미하는데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으로 구분한다.
특히 '업무상 질병'의 경우 유기용제 중독, 중금속 중독 등과 같이 작업환경 중 유해인자와의 관련성이 뚜렷한 질병과 뇌·심혈관 질환, 근골격계 질환 등 업무적 요인과 업무 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질병인데 이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명확하게 입증해야 산재 승인을 받을 확률이 높아져서다. 입증을 위해서는 발생원인 규명을 위한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타이어에서 진행된 역학조사가 조작됐다는 것이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측의 주장이다. 역학조사는 2006~2007년 즈음 한 해에 15명이 돌연사하면서 원인 규명의 필요성이 높아져 당시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실시했다. 결과 보고서는 2008년 2월 한차례 나왔고, 이후 추가 조사 요구가 있어 2009년 4월 최종 보고서가 발표됐다.
2008년 역학조사 결과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작업환경이 노동자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심혈관계질환 사망을 초래할 화학적 유해요인이 작업환경에는 없었고, 교대작업이나 고열 등 작업환경과 개연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측이 이 역학조사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역학조사 대상에서 노동자 사망에 직접적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는 타이어제조공정에서 나오는 유해화학물질이 배재돼서다.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측은 역학조사와 관련해 ▲한국타이어 사용 유해화학물질 200여 종에 대한 작업환경측정 등 기본자료를 배제한 점 ▲노동자 질병 발생과 사망원인을 사망 시기에 따라 진행하지 않고 2004년과 2007년 작업환경측정 자료와 결과를 통해 진행했는데, 기준치 이하라는 해당 자료를 근거로 질병 발병과 사망원인으로 유해화학물질을 배제한 점 등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측은 해당 보고서가 교대근무에 따른 피로, 노동시간에 따른 과로, 스트레스, 작업장 내 고열 문제 등을 중심으로 질병 연관성을 찾아 집단사망 원인물질을 고의적으로 최종 은폐했다고 주장한다.
해당 역학조사는 당시 자문위원들로부터 미흡하다는 의견이 있어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추가 조사를 통해 2009년 4월 최종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또한 문제가 있다고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측은 판단하고 있다. 당시 역학조사는 작업환경에서 유해인자 노출 수준이 2007년 진행한(2008년 2월 발표) 역학조사 결과에 비해 낮아졌다고 했는데, 추가 역학조사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진행됐기 때문에 당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측은 대통령령 업무상 질병판정 기준에서 뇌심혈관질환의 유해물질을 제외하도록 해 산재신청을 해도 인정이 안 되도록 막아, 이를 악용한 개인합의가 산재승인율 0.98%라는 결과를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전직 대통령과 그 사돈기업, 이와 유착한 관료, 직업병 연구의 주무부처인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자문위원, 평가위원 가운데 일부와 극소수 이익집단들이 복잡하게 연루된 복합적 사안이다"며 "전체 사안의 가장 중요한 2008년 역학조사를 중심으로 정치적 외압, 권력자와 재벌, 관료, 전문 집단이 공동해 저지른 범죄다"고 보고 있다.
감사원도 한국타이어를 '안전보건 점검과 노동자 집단사망 사건 등 처리 부적정' 사업장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감사원이 2008년 발표한 '산업안전 및 보건 관리 실태' 보고서를 보면 감사원은 한국타이어에 대해 "기본자료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등 건강진단결과 사후관리 실태 점검을 태만히 수행하고, 노동자 집단사망 사건을 처리하면서 타당한 사유 없이 특별감독을 유보해 문제를 확대했다"고 기술했다.
현재도 한국타이어 노동현장은 안전하지 않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은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중대재해 발생 등 산재불량 사업장 명단 공개'에서 1호 중대재해 사업장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중대재해 사업장은 연간 재해율이 규모별 같은 업종 평균 재해율 이상을 기록하는 곳을 의미한다.
또 2016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발생건수 등 공표'를 보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간 산재발생 보고의무 2회 이상 위반 사업장으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위반횟수 11건 ▲금산공장 7건 등이 올랐다.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는 산재다발 사업장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전체 노동자 수 557명 가운데 재해자수가 5명, 재해율 0.90%로 규모별 동종 업종 평균 재해율 0.04%보다 높았다.
이와 관련해 사측은 "역학조사 조작은 사실이 아니다"며 "역학조사를 사측에서 한 것도 아니고 정부 기관이라든지 담당하는 기관들, 지자체에서 다 선임을 해서 두 번 진행한 거라 조작되고 그런 사실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측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법원 1심 판결이 났다"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판결이 났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측은 "유해물질을 쓰고 있다, 산재를 은폐했다는 등이 허위사실이라며 사측에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1심 판결이 났는데 항소를 진행 중이다"며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으면 타이어 자체가 안 만들어지는데,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때도 참고인으로 나와 거짓말을 하는 등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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