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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온리 고객' 변신 선언한 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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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민병무 기자] 떠들썩한 이슈를 쫓아가는 직업의 특성상 남의 아픔을 후벼 파지 않을 수 없다. 요즘 말썽을 빚고 있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 이야기다.

신문과 방송을 넘어 국정감사에서도 단골손님이 됐다. 하도 많이 들어 재테크와 담 쌓고 사는 사람들도 DLS(파생결합증권)와 DLF(파생결합펀드)를 이론상으로는 완전정복했다.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에 도달했다”라는 낯선 외계어를 “곧 깡통 차게 되었군”으로 척척 자동 이해한다. 미리 열공 했다면 돈을 잃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안타깝다.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 같은 돈을 다 날리게 만든 ‘몹쓸 놈’을 판 은행에 비난이 집중된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전체 판매액은 8224억원이다. 이 가운데 은행이 99.1%(8150억원)를 팔았다. 우리은행(4012억원), KEB하나은행(3876억원), KB국민은행(262억원) 등의 순이다.

DLS·DLF 피해자들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단 민원신청 회견을 열고 있다.  [정소희 기자]
DLS·DLF 피해자들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단 민원신청 회견을 열고 있다. [정소희 기자]

이것저것 알아보기 위해 우리은행 홍보직원과 전화를 했다. 평소의 활기찬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다. ‘모기 소리’가 새어 나온다. 그 마저도 쉬고 갈라졌다. “엄청난 항의와 욕설이 빗발치고 있어요, 하루 200통 쯤 전화를 받아요, 진심을 담아 성실하게 답변하고 있어요, 죄송하고 송구스러워요, 고객 마음이 더 이상은 다치지 않게 각별하게 신경 쓰고 있어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그것도 너무 미안해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게 그대로 묻어났다. 아마 입술도 터지고 입안도 헐었으리라. “힘내세요” 위로의 말을 건네고 통화를 끝냈다.

우리은행은 올해 창립 120주년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진격의 손태승’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그동안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지난 1월 업무용 차량 번호를 우리금융지주 재출범에 발맞춰 ‘1001’로 바꿨다. 우리은행의 모태인 대한천일은행의 ‘천일’과 음이 같은 숫자 ‘1001’을 내세운 것이다.

대한천일은행은 고종 황제가 1899년 내탕금(왕실의 사유재산)을 출연해 만들었다.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정문 앞에는 설립자 고종 황제의 흉상이 있다. 지주 출범 공식행사도 일부러 덕수궁 앞에 있는 호텔에서 열었다. 고종 황제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이다. 손 회장이 120주년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이유도 전통이 빛나는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다.

아직 메가 빅딜은 없지만 꾸준한 M&A로 튼튼하게 몸집도 키웠다. 동양자산운용·ABL글로벌자산운용을 인수했고 국제자산신탁을 품에 안았다.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롯데카드 지분 80%를 인수했는데, 이 중 우리금융 지분은 20% 수준이다. 또 MG손해보험을 인수하는 사모펀드 JC파트너스에 주요 출자자로 참여한다. 손해보험 계열사를 확보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르면 4분기부터 이런 인수합병 효과도 빛을 볼 전망이다.

은행장이 구속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던 채용제도를 개선했고 대출금리 비교 서비스에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참여했다. 손 회장은 지지부진한 주가를 띄워 보겠다며 호주머니를 털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만 다섯 차례 자사주를 매입해 모두 6만3127주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의 이런 노력들이 파생결합상품 한방에 와르르 무너졌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발 빠르게 수습하려는 모습은 다행이다. 우리은행은 16일 자산관리 체계를 고객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대량 원금 손실이 발생한 파생결합상품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안간힘이다. 펀드가입 투자숙려제·고객철회제를 도입하는 등 상품선정·판매·사후관리 모든 과정의 영업체계를 혁신한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임직원을 평가하는 핵심성과지표(KPI)에 고객 수익률과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노력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DLS·DLF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앞으로 있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다”라며 “조속한 배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어차피 소는 잃어버렸다. 이번에 외양간을 확실히 고치면 잃어버린 소를 다시 찾을 수도 있다. 우리은행 간판엔 ‘우리나라 첫 은행 since 1899’라는 엠블럼이 붙어 있다.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문구지만, 이번 파문으로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하지만 땅바닥으로 곤두박질한 ‘신뢰 신용등급’을 AAA+까지 올리는 비법은 간단하다. ‘온리(only) 고객’ 그것 하나만 마음에 새기면 된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렵다.

/민병무 금융부 부국장 min6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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