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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선 편식이 불러온 LCC의 위기, 日 불매 탓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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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일본 불매운동으로 저비용항공사(LCC)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항공업계의 최대 성수기인 3분기 '어닝 쇼크'에 직면한 것은 물론 사실상 4분기에도 회복이 힘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LCC는 2005년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을 시작으로 15년 사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제주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진에어, 에어서울 등 국내에서 6개 LCC 업체가 운항하고 있다.

LCC는 위탁수하물, 기내식 등 대형 항공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최소화하거나 유료화하고, 항공권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 최근 4~5년간 고속 성장을 이뤄냈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저렴한 가격에 여행을 갈 수 있으니 여행객들이 반길 수밖에 없는 존재다.

하지만 올 들어 분위기는 달라졌다. LCC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성장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고, 지난 7월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9년 여름 휴가철(7~8월) 한일 여행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기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87만400명으로 전년보다 27.6% 줄었다. 특히 일본 불매가 본격화된 8월에는 감소 폭이 더욱 컸다. 일본정부관광국의 방일 외국인 여행자 통계를 살펴봐도 8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 여행자 수는 30만8천700명으로 지난해보다 48.0%나 쪼그라들었다.

지난 8월 지하철 내부 광고판에 에어서울의 일본 노선 광고가 부착돼 있다. [사진=서민지 기자]
지난 8월 지하철 내부 광고판에 에어서울의 일본 노선 광고가 부착돼 있다. [사진=서민지 기자]

이로 인해 주요 LCC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0~80%대 감소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3분기 영업이익 감소 폭을 제주항공 24.6%, 진에어 35.8%, 티웨이항공 68.9%, 에어부산 83.5%로 관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LCC의 위기가 단순히 일본 불매운동 때문에 생긴 것일까.

LCC가 일본 불매 운동으로 인한 타격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LCC업계가 일본 노선에 치중돼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실제 LCC 국제선 노선에서 일본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0%에 이른다. 특히 일본에 가장 높은 비중을 두고 있던 에어서울은 66%가 일본 노선이었다. LCC가 일본 노선에 의존도가 크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LCC들은 일본의 주요 도시는 물론 지방 소도시까지 취항하면서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갔고, 출혈경쟁은 이어졌다.

일본 불매 운동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대부분의 LCC가 지난 8월부터 일본 노선 비중을 줄이고 중화권과 동남아 노선을 늘리며 노선을 재편하고 있다. 반면 일부 항공사는 불매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마케팅을 진행하며 일본 노선을 쉽게 놓지 못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LCC 업계의 위기는 예견된 일이었을지 모른다. 어떤 기업이든 한 부분에 편중하면 위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 불매운동이 촉발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공급 과잉과 여행 트렌드 변화 등 다양한 변수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LCC의 위기가 비단 일본이어서, 일본 불매운동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지 않는다면 위기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번 LCC의 위기는 노선 편식 현상이 불러온 예견된 결과라는 것. LCC업계가 지금의 위기를 반면교사 삼아 외풍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한국경제의 주춧돌이 되길 바란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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