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효성첨단소재가 잇따라 해외계열사에 채무보증을 실시하면서 동반부실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외계열사 채무보증액만 1조원이다. 이는 자기자본의 무려 2배 수준이다.
특히 효성스틸코드 등 자본잠식 계열사도 있다 보니 해외사업이 부실해질 경우 자칫 재무건전성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효성그룹의 산업자재 부문 계열사인 효성첨단소재가 올해 1분기 말 기준, 해외계열사에 제공한 채무보증 금액이 1조118억원으로 나타났다. 효성첨단소재의 자기자본은 5천65억원으로 채무보증 비율은 무려 200%에 달한다.
이같은 채무보증 비율은 다른 국내 주요기업들과 비교해서도 월등히 차이가 난다. 올해 1분기 기준 해외계열사 채무보증 비율은 ▲삼성전자 5.47% ▲포스코 6.82% ▲LG화학 5.02% ▲현대차 0.001% 등에 불과했다. SK와 현대중공업지주 등은 해외계열사 채무보증이 아예 없었다.
더욱이 해외계열사 상당수가 자본잠식 등 경영난에 처해 있다. 효성첨단소재가 지난달 182억원 채무보증을 지원한 효성스틸코드는 3년째 자본잠식 상태다. 효성스틸코드의 지난해 자본잠식률은 99%에 달했다. 국내에선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한다. 영업활동에서도 지난해 321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일 효성첨단소재가 217억원의 채무보증을 결정한 'GST Global GmbH'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계열사는 지난해 3~4분기 연결기준 142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실적악화로 이익잉여금은 매년 줄어들면서 자본총계는 2016년 773억원에서 지난해 45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효성첨단소재 역시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 6월 기준 667억원으로 지난해 말(847억원)보다 2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부채 역시 2조686억원에서 2조1천255억으로 늘어나면서 부채비율은 무려 419.6%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효성첨단소재가 해외계열사에 무리하게 채무보증을 진행, 동반부실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대기업 계열사간 채무보증은 같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법 적용받는 해외계열사는 이 규정에 적용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율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다만 효성첨단소재의 채무보증은 주로 해외투자 성격이 강한 데다 미래사업 전망 등을 고려할 때 큰 문제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채권은행 한 관계자는 "부실한 해외계열사에 대한 채무보증으로 기업 전반의 재무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지만, 해외투자 초기에는 이같은 리스크는 불가피하다"며 "효성첨단소재의 신용도는 여전히 안정적인 데다 영업능력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점 등이 고려돼 적합한 채무보증이 이뤄졌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효성그룹 한 관계자는 "해외 시장의 투자가 증가하면서 일정 부분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세계 1위 타이어코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영업능력을 인정받아온 데다 영업활동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재무안전성을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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