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등 경영진이 1차 공판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앞서 애경산업과 SK케미칼 등은 지난달 19일 공판준비기일에서도 혐의를 모두 부인한 바 있다. 또 예정됐던 증인 신문은 다음 공판으로 미뤄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2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간 30분 동안 안 전 대표와 애경산업 전직 임원 백모·진모 씨 등 관계자 7명을 대상으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앞서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관련자들을 업체별로 기소했지만, 재판부는 지난달 19일 있었던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함께 심리할 필요성이 있다며 홍지호 전 SK케미칼 전직 임직원과 필러물산 전직 임직원의 재판과 애경산업의 재판을 병합한 바 있다.
이날 공판에서 안 전 대표측의 변호인은 "애경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것이 아닌 SK케미칼이 제조한 것을 판매·유통했을 뿐인데, 검찰이 제조자와 판매자를 모두 과실범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하는 것은 법리적 문제가 있다"며 "공동정범이 아닐 경우 애경산업의 혐의는 모두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옥시 가습기 살균제와 애경 '가습기 메이트'의 주성분은 다르다"며 "옥시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사용했고, 애경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 원료를 혼용했으며, 애경 제품은 폐질환 발생과 인과관계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애경산업 전 임원 백모·진모 씨를 비롯한 전직 애경산업 직원들의 변호인단은 일제히 '가습기 메이트' 제품이 만들어질 시 피고인들이 회사에 재직하지 않았다며 퇴사 이후에 출시된 제품에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모 전 애경산업 연구부장의 변호인은 "김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기억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연구부장으로 일했다는 것 만으로 이번 사건의 피고인이 됐으며, 향후 심리에서 피고인과 사건이 연관이 없음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도 1차 공판준비기일 때와 마찬가지로 '가습기 메이트'를 단순히 '라벨갈이'를 통해 판매했을 뿐이라며 혐의 사실에 대해 부정했다. 이마트 측 변호인은 "이마트는 기존 제품의 라벨만 바꿔 판매했고, 제품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인지하지도 못한 상황"이라며 "'라벨갈이'만 해서 판매하는 상황에도 독성물질에 대한 실험을 할 의무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판에는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한 안모 씨와 노모 씨 등 증인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으나, 노모 씨는 해외 체류로 인해 출석 지시를 전달받지 못해 출석하지 못했다. 이에 검찰 측은 안 씨에 대해 당시 개발 현황 보고서를 본인이 작성하였느냐는 간단한 증인신문만 진행했으며, 재판부는 오는 9일 진행되는 다음 공판때부터 본격적인 증인신문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피고인들은 지난 2016년 진행된 첫 수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CMIT·MIT와 폐질환 사이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이 같은 원료들의 유해성에 대한 학계의 역학조사 자료가 쌓이고,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며 수사가 재개됐다.
이에 검찰은 애경산업이 SK케미칼로부터 CMIT·MIT 성분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판매하면서 안전성 검사 등 필요 실험을 하지 않았고, 소비자들에게 위험성도 알리지 않아 피해자들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으며, 당시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통해 이들의 과실을 규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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