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듯 합니다."
"일본 수출규제에 이어 미·중 무역전쟁 확전까지. 정말 '역대급'으로 뜨거운 8월인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축에선 아베 정부의 전면적인 경제도발이, 또 한 축에선 미중 무역전쟁의 재확전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연이은 초대형 악재로 하반기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도달하면서 가뜩이나 실적악화의 늪에 빠진 반도체 업계의 탈출 속도가 더 더뎌질 전망이다.
일본이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백색국가)에서 끌어내린 2일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로 "9월 1일부터 중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3천억달러 제품에 10% '소규모' 추가관세 부과를 시작하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미 25% 관세가 부과된 2천500억달러 규모의 제품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국 상하이에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별다른 진전 없이 끝난 데 따른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압박 카드로서 추가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그는 트위터에서 "포괄적 무역협상에서 중국과 긍정적인 대화가 지속되길 바란다"며 압박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2천500억달러(299조원)규모 수입품에 대해 25%의 고율관세를 부과 중이다. 지난해 초부터 미중 양국의 무역갈등이 전면화하면서 미국은 우선 500억달러(60조원) 규모의 대중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올해 6월부터 2천억달러(239조원)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적용했다. 중국도 현재 미국에 대한 수입품 1천100억달러(132조원)어치에 대한 동일 세율의 보복관세를 적용 중이다.
미국 정부는 당초 7월부터 3천250억달러(389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를 적용하려 했다. 이대로 이뤄질 경우 중국산 수입제품 전체에 대한 관세가 적용된다. 미중 정상이 지난달말 G20 정상회담에서 중단된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관세 계획은 일단 연기됐다.
미국의 추가관세에 글로벌 IT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스마트폰, 데스크톱, 노트북, 태블릿PC 등 대미 수출에서 가장 비중이 큰 중국산 IT기기들을 비롯 대부분의 소비재들이 추가관세 대상에 포함된다. 그 이전까지 기계, 부품 등 중간재 위주였다면 추가관세는 주로 소비재들이 대상이다.
'중국산'이 대상이라고 하지만 중국 내에서 생산된 미국 기업들의 IT제품들도 포함된다. 폭스콘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애플 아이폰이 대표적이다. 중국 제조업 전반의 침체로 중국 수출 비중이 큰 미국 반도체, IT부품 업계의 타격도 예상된다.
미중 무역분쟁이 확전될수록 국내에서 가장 민감한 쪽은 반도체 업계다. 미중 양국의 교역 규모가 감소하면 IT제품에 탑재될 메모리 수요도 줄어든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 주문량도 마찬가지로 감소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요가 글로벌 IT업계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만큼 세계 최대 시장인 미중 갈등이 반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사태와 함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며 "반도체 업황회복 시점을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조석근 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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