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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장을 모르고 시행된 '중고차 상태 책임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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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 제도 시행 둘러싼 갈등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중고차를 살 때 반드시 받아야할 서류가 있다. 중고차의 성능을 보증해주는 '중고차 성능·상태점검 기록부'이다. 이 차가 얼마나 뛰었고, 어떤 사고가 있었으며 현재의 차량 상태가 어떻다는 것을 한눈에 보여주는, 말 그대로 '상태 증명서'다.

이 서류는 중고차를 산 후 차량 상태가 기록부 내용과 다를 경우, 특히 차량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를 보험사에서 보상받는데 사용된다. 그래서 이 서류는 매매업자가 아닌 성능점검업자가 작성해 발급하도록 돼 있다. 매매업자는 성능점검업자에게 비용을 주고 차량 성능점검을 받고 기록부를 발급받아 소비자에게 중고차를 판매한다.

그런데 중고차 매매현장에선 성능점검업자가 발부한 기록부를 찾아보기 힘들다. 성능점검업자들이 발행하는 법정 양식 대신, 현장에선 매매업자들이 자체 제작한 기록부를 건네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매매업자가 발행해주는 기록부는 법적 효력이 없어 중고차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법적 보호는 커녕 보상받는 근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

매매업자들이 성능점검업자에게 기록부 작성을 의뢰하지 않고 직접 작성하는 속사정은 이렇다. 지난 6월 제도 시행 이후 중고차 성능점검업자들이 보험료를 성능점검비용에 함께 책정해 매매업자에 떠넘기고, 이 기회를 틈타 성능점검비까지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매매업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하다. 성능점검을 잘못했을 때 직접 차량을 점검한 성능점검업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보험료를 매매업자에게 떠넘기기 때문이다. 매매업자 비판의 화살은 성능점검업자들에게 향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성능점검업자들에겐 다른 속사정이 있다. 성능점검업자는 성능점검비용으로 2만~3만원 정도 받는데, 보험료는 10만~20만원 정도로 높게 나와서다. 주행거리가 길고 노후차일수록 보험료는 더 올라간다. 성능점검업자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매매업자에게 떠넘기지 않고서는 성능점검을 할 때마다 적자가 쌓이는 구조다.

이러한 양측의 입장으로 결국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 법적으로 보호되지 않는 기록부가 발급되고, 상태기록부 보험료까지 소비자가 떠안을 수 있어서다. 100만~200만원, 싼 것은 40만~50만원짜리 중고차를 사면서 몇십만에 달하는 보험료를 덧붙여 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중고차 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 제도는 2017년 10월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도입됐고, 지난해 시행됐다가 한 차례 유예된 바 있다. 보험료 상품이 안나왔다는 이유에서다. 보험료 상품이 나오고 올해 6월 다시 시행됐지만 이번에는 보험료 떠넘기기 문제에 부딪힌 것이다.

매매업자와 점검업자들은 올해 6월 제도가 시행되고 나서야 각자의 이해를 계산하기 바빴다. 물론 더 큰 잘못은 정부에 있다. 제도를 시행하기 전까지 현장 이해당사자들의 속사정을 제대로 듣고 반영하는 일에 게을렀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주 부랴부랴 매매업계, 성능점검업계, 보험업계와 협의체를 발족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채 시행되는 제도는 비단 이뿐만이 아닐 것이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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