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방송통신위원회가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대신한 규제안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고수하면서, 합산규제 일몰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는 지난 16일 국회 '유료방송시장 규제개선 방안'을 제출했다. 이에 앞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 13일 규제안을 전달했으며, 방통위는 상임위원간 회의를 통해 결과를 도출해 16일 오전 과기정통부에게 전달했다.
방통위 입장전달이 급하게 이뤄짐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방통위 개선안을 뺀 채 자체 규제방안만 1차적으로 국회 전달했다. 방통위 규제안을 포함한 최종본은 이주 초 다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제출될 계획이다.
앞서 국회는 의견 조율 차원에서 방통위에도 규제안 제출을 요구했으나 과기정통부와 서로 규제안 제출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다 결국 지난 17일 오전에야 국회에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 과기정통부 규제 최소화 vs 방통위 인가제 도입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유료방송 규제 방안을 살펴보면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갈등 양상이 커진 형국이다.
국회 관계자는 "사후규제안은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얼마나 의견차를 좁힐 수 있는가가 관건이었으나 각각 규제의 권한을 가져가기 위한 양상으로 변질된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부터 지향점이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시장환경과 해외 제도 등을 고려해 유료방송에 대한 사전규제를 완화해 경쟁을 촉진하되 공정경쟁 및 이용자 보호 관련 제도 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방통위는 합산규제가 시장점유율 규제로 독과점적 지위를 제한해 공정경쟁 질서를 확보했다는 기본 취지에 집중, 정책목적이 실현되는 것을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 기관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세부 시행내용에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가장 큰 차이는 '공정경쟁 촉진' 방안이다. 그 중 이용약관 및 요금제에 대한 규제안에 다른 입장을 보였다 .
과기정통부는 전체적으로 유료방송 이용약관 승인제를 신고제로 완화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예외 사항으로 최소채널상품 등 최저가 요금제에 대해서는 이용자 보호를 위해 승인 항목으로 분류했다. 또한 기간통신역무 서비스와 방송 서비스가 결합된 상품의 경우에도 승인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단, 이 승인제의 경우에는 매출액과 가입자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유료방송사업자만이 해당되도록 했다.
반면 방통위는 과방위 여당안과 유사한 유료방송 시장에서 지배력이 높은 사업자를 지정해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업규모와 시장점유율,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등을 종합 검토해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것. 즉, 통신시장과 같이 지배적사업자 등 지정사업자를 지정, 이에 대한 요금 인가제를 도입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과기정통부가 규제 최소화를 통해 시장경쟁을 활성화 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방통위는 사전적으로 시장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한 후 이를 통해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다. 과기정통부는 사후규제를, 방통위는 사전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셈이다.
◆ "노터치"…목표 설정부터 다른 양부처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각 항목에서도 첨예한 입장차를 보였다.
과기정통부는 (재)허가 등 심사기준 및 절차와 관련해 기존 방송시장을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로 구분하고 지상파는 방통위로, 유료방송 사업자는 과기정통부 소관으로 일임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유료방송 심사기준 역시 운영주체에 방통위가 포함돼야 한다고 맞섰다.
공정경쟁 촉진 방안의 경우에도 정면대립 양상이다. 과기정통부는 방통위와 함께 다른 산업에서의 지배력이 방송사업에 부당하게 전이될 수 있는 우려에 따라 방송의 회계 구분 및 영업보고서 제출, 시장상황 분석과 평가, 교육, 홍보 등 필요한 시책을 시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위원회가 방통위 소관으로, 경쟁상황 평가 자체를 방통위가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오히려 평가위원회가 결함상품과 시장분석 등의 평가 규정을 보다 강화해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수합병(M&A) 역시 방통위는 IPTV의 SO 인수의 경우 사전동의 근거가 없다며, 이에 따른 법적 근거를 명시하고, SO를 대상으로 한 최다액 출자자 변경승인도 추가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양 부처는 서비스 품질 평가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기구를 통해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 서비스품질 평가' 도입을, 방통위는 기존 미디어다양성위원회 역할을 확대해 '유료방송 다양성 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 과기정통부가 이용자보호를 이유로 유료방송 사업자에도 이용자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위원장 위촉시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협의할 것을 명시했으나. 방통위는 과기정통부의 추천인사 1인을 포함할 수는 있으나 기본계획 수립시에는 과기정통부의 협의가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국회 처리 여부 '불투명'…합산규제 무기한 연장 우려
유료방송 업계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합산규제 일몰을 전제로 IPTV에는 사업 강화를, 케이블TV에게는 탈출구를 열어줬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상태다.
특히 과기정통부가 규제를 최소화하는 데 비해 방통위가 또 다른 사전 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면서 각 사업자들간 희비도 엇갈리는 실정. 당장 합산규제에 막혀 있던 유료방송 1위 사업자인 KT는 방통위 안에는 아쉬워하는 눈치이나,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는 과기정통부 안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합산규제에 대해서도 다른 행보를 보인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규제안에 대해서도 서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하지만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부분은 양 부처가 갈등양상을 보임으로써 또 다시 합산규제의 불확실성이 연장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회 여당 일부는 합산규제 일몰에 따른 사후 대책을 적용하는데 긍정적이나 일부 여당과 야당은 합산규제 연장을 통해 충분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정부가 다른 노선을 유지한다면 수용 여부 역시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 1~2년 연장이 아니라 사후 규제 방안 마련까지 합산규제가 무기한 연장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