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음식은 다음에 꺼리기 마련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그 음식 냄새만으로도 구역질을 유발한다. 신경전달물질이 암호화해 해마(hippocampus·대뇌 측두엽의 기억담당 부위)에 저장된 현상이다.
사람이 하는 일도 그렇다. 어떤 일의 경우 군더더기 없이 뒷맛이 깔끔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럴싸하게 포장돼 묻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설사 의혹이 불거져도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 덮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사퇴 역시 단지 오비이락으로 치부(置簿)하긴 뒷맛이 개운치 않다. 지난해 11월 28일 당시 이 회장은 2019년 1월 1일부터 그룹 회장직을 포함해 지주회사 ㈜코오롱,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모든 계열사의 직책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회장은 “내년부터 그 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다.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사퇴를 공언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시불가실(時不可失).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난다. 우물쭈물하다 더 늦어질까 두렵다”며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로 창업의 길을 가겠다”며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실제 이 전 회장은 올해 1월 1일부로 코오롱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딱 여기까지는 모든 게 아름다운 그림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이후 코오롱그룹에 불거진 사태를 보면 이 전 회장의 사퇴가 마냥 아름답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 회장 사퇴 이후 코오롱그룹이 내놓은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 케이주’ 논란이 불거졌다.
인보사는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가 애초 식약처 허가를 받기 위해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GP2-293세포)라는 것이 15년 만에 밝혀지면서 나온 논란이다. 이미 국내 판매와 유통이 중단됐고, 식약처의 허가취소 여부만 남겨두고 있다. 코오롱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신약사업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로 인한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주사업자인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가 이 시기를 전후로 반토막 나면서 주주들이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러받은 차명주식도 지탄의 화살을 피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앞서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최호영 부장검사)는 이 전 회장을 자본시장법 및 금융실명제법, 독점규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전 회장이 부친인 고(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계열사 주식 38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하면서 신고하지 않은 혐의다.
또 차명주식 일부를 팔고서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주식 소유와 관련된 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자본시장법에 위배된다. 검찰은 이 회장이 세금을 피할 목적으로 주식을 차명 상태로 유지하거나 몰래 팔았다고 보고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 전 회장의 퇴장에 의구심이 들었다.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 이 전 회장의 퇴장이 과연 아름다운 모습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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