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병언 기자]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제시한 자구계획에 대해 퇴짜를 놓으면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11일 산업은행을 비롯한 9개 채권은행은 채권단 회의를 갖고 자구계획안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 미흡하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호그룹측이 채권단의 요구 수준에 맞춘 자구계획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호그룹은 앞서 제출한 자구계획에서 5천억원을 지원해주는 조건으로 박삼구 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지 않는다고 못박는 한편, 박 전 회장 부인과 딸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4.8%)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 보유자산을 포함한 그룹사 자산 매각을 통해 지원자금을 상환하는 계획도 담았다. 3년간 경영정상화 과정을 밟는 동안 재무구조개선 이행 여부를 평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안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퇴짜 사유로 사재출연이나 유상증자 등 실질적인 방안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금호 측이 요청한 5천억원을 지원하더라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 불확실해 향후 채권단의 추가 자금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채권단의 이같은 강경한 태도는 이날 오전 채권은행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감지됐다.
이날 신한금융의 퓨쳐스랩 개소식에 참석한 최 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에는 이미 30년의 시간이 있었다"며 "박삼구 전 회장이 물러나면 아들이 경영한다는 것이 (현 상황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말했다.
또 "채권단이 판단할 때에 아무래도 회사가 제출한 자구안이 진정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 것)"이라고 답했다.
최 위원장은 "박 회장이 물러나면 아들이 경영을 한다는 데 뭐가 다르다는 것인지, 기대를 해봐야 하는지 생각해 판단해야 한다"며 "채권단의 결정 기준은 대주주의 재기가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을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권단의 아시아나항공 지원 여부는 자구계획에서 미흡하다고 꼽은 사재출연과 유상증자 여부에 달려 있다. 금호그룹이 자금지원을 이끌어 내려면 채권단의 요구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박 전 회장측이 추가로 내놓을 수 있는 사재규모가 채권단의 요구에 부합할 지 미지수다. 이번에 담보로 추가 제공키로 한 금호고속 지분 4.8%의 가치는 200억원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 전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42.7%는 지난 2015년 금호산업을 인수할 때 이미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돼 있다. 비상장인 금호고속은 금호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정점에 있는 회사다.
유상증자도 이미 시장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다. 채권단 스스로 “5천억원을 지원하더라도 시장 조달이 불투명하다”고 짚기도 했다.
금호그룹이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 기간을 3년으로 요구한 것도 채권단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1년 단위로 MOU를 맺어 왔다.
관련업계에서는 채권단이 MOU 기간을 최소한 현재처럼 1년으로 가져가는 한편 강도 높은 목표 달성 기준을 요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금호그룹이 달성하지 못하고 결국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문병언 기자 moonnur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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