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을 두고 강도 높은 자구안을 요구하는 산업은행 행보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산은과 아시아나항공 간 체결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가 6일 만료 예정이었지만, 산은이 기한을 한 달 연장하고 현재 수준보다 강도 높은 자구안을 요구하면서 이 같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재무제표가 한정 의견을 받으며 혼란을 겪었다. 빠르게 적정 의견을 받아내며 간신히 사태를 수습했지만, 재무구조 개선 약정 연장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결국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 퇴진까지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문제 해결을 위해 추가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권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한편 비수익 노선 정리와 항공기 운영 대수 축소를 병행하는 등 자구책의 큰 틀을 발표했다. 하지만 산은에선 기한을 연장해주며 높은 수준의 자구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아시아나항공이 적극적인 자구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압박 강도를 점차 높여가는 것은 매각을 유도하기 위한 산은의 고도의 전략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실제 산은 역시 이런 추측을 가능케 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앞서 3일 "아시아나항공이 어려움을 겪게 된 근본적인 배경은 지배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는 산은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박삼구 회장 퇴진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문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퇴진한 것은 자구책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것을 내비치는 동시에 금융권에 자금 지원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이 매각을 최우선 방법으로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다만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불거진 매각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최대한 말을 아꼈다. 현재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종용할 어떠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범위에 포함될 경우 매각에 대해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재무개선 약정은 해당 기업에 여신을 줄일 것을 권고할 뿐 매각을 종용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라며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신용등급이 현 수준(BBB-)에서 한 단계만 떨어져도 1조원 이상의 자산유동화증권(ABS)에 대한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된다. 신용평가사들은 앞서 한정 의견이 나오자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 중이다.
우려대로 신용등급이 하락하게 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조기상환 압박을 견뎌내기 힘들 것이며, 결국 워크아웃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산은이 이 같은 상황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올 경우 인수의향자를 찾기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곳이 소위 줄을 섰다는 후문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인수를 추진했다는 풍문이 나왔던 SK그룹과 LCC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이 대표적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상연 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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