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직원 눈치 안 보고 라면을 먹어도 되니까 좋아요.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 두면 매장 관리는 어떻게 할지 걱정되네요. 금방 더러워 질 것 같아요."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삼성역 인근에 위치한 이마트24 무인 매장에서 만난 김석훈(가명·31·직장인)씨는 컵라면을 먹으며 이같이 말했다.
무인 매장이 위치한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김 씨는 "간단하게 뭘 사야 할 때 종종 이 매장을 이용한다"며 "처음엔 신기하고 불편했는데 몇 번 사용하다 보니 금방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무인 매장이 패스트푸드 매장을 넘어 편의점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마트24가 지난 1월 업계 최초 무인 키오스크 매장 '센트럴키오스크점'을 개장한 이래 현재 미니스톱, GS리테일 등 일부 업체들도 사업성 검토를 위해 시범 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이마트24 무인 매장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카드가 필요했다. 신용카드, 교통카드 중 하나가 태그되지 않으면 매장 문이 열리지 않았다. 다만 마그네틱 카드도 지원돼 해당 페이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을 태그하면 매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매장 내부는 일반 편의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상품 대부분이 일반 편의점과 비슷하게 갖춰져 있으며 상품의 양 또한 전혀 모자라지 않는다. 담배도 별도 자판기에 주민등록증과 지문을 입력시키고 이마트 앱과의 연동 작업을 마치면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주류는 판매하지 않는다. 냉장 보관이 필요한 품목인 만큼 담배와 같은 방식의 인증을 거쳐도 냉장고 문이 닫히기 전에 미성년자가 꺼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담배에 비해 종류도 다양하고 차지하는 면적도 넓어 자판기 운영도 녹록지 않다.
결제는 오히려 직원을 통해 진행하는 것보다 편리하다. 큼지막한 스크린이 결제 과정에 대해 안내하고 있었고, 안내에 따라 진행만 하면 누구라도 손쉽게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 마일리지 할인도 "포인트 카드 있으세요?" 등의 질문을 거치지 않고 직접 할 수 있어 훨씬 빠르고 편리다다. 다만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져 쉽지 않을 수 있다.
편리한 점도 많았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다. 먼저, 매장 바닥에 상품이 떨어져 있는 경우 직원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일반 편의점과 달리, 무인 편의점은 떨어뜨린 사람이 다시 올려놓지 않는 한 계속 바닥에 있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상주 모니터링 인원이 필요하지만, 그럴 거면 굳이 무인 매장을 운영해야 할지 의문이다.
보안도 문제다. 시험 삼아 물건을 결제하지 않은 상태로 매장 밖으로 나가 보니 아무런 제재 없이 문이 열렸다. 물론 매장 내 CCTV를 통해 도난에 대해 빠르게 대응이 가능하지만, CCTV 사각지대 등 허점을 잘 아는 사람이 마음먹고 물건을 훔쳐가고자 하면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실제 무인편의점의 도난 발생률은 높지 않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점주들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며 "보안설비를 갖추는 것도 기존 편의점 대비 어려워 현재 무인 매장은 대부분 고가 상품 없는 테스트 매장으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무인 매장을 직접 다녀와 보니 아직 대중화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됐지만, 업계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무인 매장을 운영하며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24는 지난달 기준 완전 무인 11개점, 유·무인 하이브리드형 7개 등 18개의 무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CU의 무인 매장 '바이 셀프'도 6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시그니처'는 4개점이 있으며, GS25와 미니스톱도 테스트 형식으로 각 1개 매장을 시험해 보고 있다.
그러나 확장 속도는 지지부진하다. 이마트24는 무인 매장 운영을 시작하면서 지난해 말 70개 점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바 있지만, 실제 무인 매장으로 전환하거나 신규 개점한 가맹점은 고작 5개에 불과했다. CU와 세븐일레븐 또한 비슷한 상황으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는 편의점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류·담배를 원활하게 판매하기 어렵고, 정부의 출점 규제 때문에 직영 무인 매장을 개점하기 어려운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로 신규 출점이 어렵기 때문에 무인 매장을 확대하려면 기존 매장을 무인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하지만 주류·담배 판매가 어려워 매출이 줄어들 것이 뻔하고, 어차피 보안을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현 상황상 기존 점주들에게 무인 전환을 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는 이런 상황 속에서 다양한 돌파 방법을 찾고 있다. 심야 시간대 영업이 어려운 가맹점주들에게 한시적 무인 매장 운영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보완책을 몰색 중이다. 오피스 빌딩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매장과 동일하게 다양한 물건을 취급하는 편의점 자판기를 설치하고, 인근 가맹점주가 관리하고 수입을 늘리도록 하는 반 무인 편의점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무인 매장 전환기의 대응 전략으로 고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인 매장은 거듭되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많은 부담을 지고 있는 가맹점주들에게 어쩌면 수익 창출의 기회"라며 "물론 지금은 보완해야 할 점이 많지만 앞으로 보완 방법이 나오면 무인 매장이 급속도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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