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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갚고자 하면 길 내준다", 서민채무 '시선' 바뀐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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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소액연체자 등 가계부채 '약체' 지원방안 러시

[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정부가 10년 이상 1천만원 이하의 소액 대출로 속앓이를 해온 채무자들의 빚을 정리해주기로 하면서 최근 가계부채 해소 방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탕감이 여전히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지적하는 한편, 또 다른 한편에서는 가계부채 지원 대책이 부채의 규모보다 빚을 청산하려는 의지에 점수를 더 주고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정부가 밝힌 최근 가계부채 지원 동향은 ‘갚고자 하는 채무자에게는 길을 내준다’다.

◆장기소액연체자, 갚고자 했다면 탕감…불법사금융 단속도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1천만원 이하를 10년 이상 장기연체한 채무자들의 빚을 깎거나 없애주는 지원 프로그램에 1년간 11만7천명이 몰렸다. 여태까지 지원을 받은 채무자들을 모두 합하면 63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2월 26일부터 장기소액연체자 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한 결과로 한 해 동안 총 11만7천명이 신청을 마쳤다. 정부 추산 전체 대상자 약 40만명 중 29%가 신청을 한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2월 58만6천명의 장기소액연체 채무 4조1천억원을 면제해 줬다. 지난 한 해의 신청분까지 합치면 지원 인원은 62만7천명, 지원금액은 4조3천억원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1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프로그램 회의를 주재하고 지난 한 해 장기소액연체자 11만7천명이 채무 감면 등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1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프로그램 회의를 주재하고 지난 한 해 장기소액연체자 11만7천명이 채무 감면 등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사진=금융위원회]

2월 발표된 개인채무자 신용회복지원제도 개선방안도 채무 취약계층에 힘을 싣는다. 연체 시작 전~연체 시작 30일 이전 채무자가 연체자로 등록되지 않도록 골든타임을 마련하고, 최근 6개월 이내 실업자·무급휴직자·폐업자 등에게는 상환유예 기회를 제공한다. 특별감면 프로그램을 통해 3년간 원리금을 상환하는 등 ‘빚 갚을 의지’가 확인되면 남은 빚도 사라진다.

제도권 이탈 차주에 대해서는 불법사금융 단속으로 안전망을 도입했다. 금융당국은 매해 불법사금융 관련 신고 건수와 내용을 파악해 검찰과 동조 중이다. 지난해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신고된 내용 중 범죄혐의가 드러난 230건에 대해서는 검찰과 경찰 등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보이스피싱으로 신고된 4만2천900여건 중 지급정지가 필요한 3천776건에 대해서는 해당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조치를 취했다.

◆달라진 시선…최종구 "빚 회피하는 도덕적 해이 걱정할 수준 아냐"

이 같은 정책방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김용범 부위원장 등 수장들의 시선과 일치한다. 최종구 위원장과 김용범 부위원장 등은 꾸준히 일반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강조한 바 있다.

최종구 위원장은 지난 2월 14일 열린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상환가능성이 낮은 차주에게 돈을 빌려주어야 하는지, 상환능력을 상실한 채무자에게 빚을 감면해 줘야 하는지, 부채에 대한 규율강화가 불법사금융의 확대를 가져오는지가 (가계부채 정책에 대한) 주요 쟁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종구 위원장은 "과감한 채무조정제도가 이행되는 이유는 전략적인 파산 등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현실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며 "오히려 스스로 채무를 해결하려다가 장기연체의 늪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채무자 지원의 실무적 담당자였던 김용범 부위원장은 장기소액연체자 등 채무자 지원이 '도덕적 해이 논란'과의 끝없는 싸움이었다고 회고했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11일 열린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성과 점검 회의에서 같은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지원 프로그램 심사를 해본 결과 갚을 능력이 있음에도 고의로 연체를 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면서 "이미 상환능력을 상실해 채권자 입장에서도 회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빚을 정리하고 재기할 기회를 드린 것이 더는 도덕적 해이로 오인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인혜 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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