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5세대통신 (5G) 주파수 혼간섭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간섭 논란이 된 주파수의 경우 경매에서 제외됐으나 문제는 기존 인접대역에서 다른 서비스로 사용중인 경우다.
지난 연말 이미 국내는 5G 첫 상용화를 위해 전파를 쏜 상황. 전국망 확대 등을 앞두고 주파수 혼간섭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논란이 일 조짐이다.
더욱이 정부가 추가 확보하키로 한 5G용 주파수 대역 역시 같은 이유로 혼간섭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정부가 5G 상용화 등에 무리한 일정으로 추진하면서 이 같은 문제를 알고도 대책없이 강행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11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5G 주파수 전파 발사로 인해 위성 중계 수신 및 방송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북미정상회담 당시 국내에서는 이 같은 위성 수신 문제로 이동통신 3사가 5G 기지국 전원을 일시 차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권고에 따른 조치다.
실제로 이 같은 혼간섭은 이통3사 5G 서비스 주파수 중 3.5GHz 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대표 사례로 아리랑국제방송과 KBS월드채널이 꼽힌다. KBS월드채널의 경우 3723.5MHz 주파수 대역을 쓰고 있어 5G 주파수 인접해 있다. 이번 북미회담 관련 문제가 된 북한의 조선중앙TV의 경우도 3696MHz 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5G 주파수와 겹친다.
더욱이 과기정통부가 5G 용 주파수로 추가 확보키로 한 대역 역시 현재 방송사들이 위성 대역으로 쓰고 있다는 점. 이로 인해 방송업계는 해당 대역의 5G 활용에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보이는 등 벌써부터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정부, 혼간섭문제 사전협의 없이 5G 상용화 강행
5G 주파수 간섭 문제는 앞서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도 불거진 바 있다. 공공주파수와의 혼간섭 문제로 3400~3420MHz 대역이 결국 경매에서 제외된 것. 당시에도 과기정통부는 처음에는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으나 결국 이를 인정했다.
이번 방송 위성과 5G 주파수 혼간섭 문제 역시 충분한 사전 협의가 가능했으나 없었다는 점에서 정부 책임론이 일고 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방송업계가 배제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령 주파수 경매 전 운영되는 '주파수정책자문위원회'는 통상 관련 이해관계자가 참석하나 방송사쪽은 참석은 커녕 해당 사실을 통보받지도 못했다. 이후 4월 열린 주파수 할당계획(안) 공개토론회 역시 방송사 관계자 패널은 없었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자문위에 방송사 이해관계자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무지 했거나 무시 했거나 둘 중 하나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파수 경매관련 '주파수심의위원회'가 개최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심의위는 과거 방송통신위원회와 옛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로 나눠졌을 때 전파관리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현재는 유명무실한 상태.
실제로 이번 5G 주파수 경매때도 심의위는 개최되지 않았다. 박선숙 의원(바른미래당)은 지난해 국감 때 이를 문제삼은 바 있다.
방송사 관계자는 "당시 5월께 방통위에서 중계마이크로웨이브 주파수 대역을 위치기반으로 쓰자는 과기정통부 할당 계획과 관련 방송사 의견을 물어 왔다"며, "만약 심의위가 있었다면 그때 방통위가 중계마이크로웨이브뿐만 위성과 5G 주파수 혼간섭 문제도 다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주파수 경매 때 이미 대책이 마련됐어야 함에도 정부가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통사가 지난해 5월께 주파수 경매 참가서를 낼 때 해당 계획 등도 점검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과기정통부가 공고한 제2018-235호 '다. 혼간섭보호 및 회피 계획 제시'에는 "할당 신청법인은 선택하는 기술방식을 고려해 할당 신청대역 내외의 각종 서비스 및 무선국, 외래전파 등과의 혼간섭에 대비한 해결방안 또는 혼간섭을 회피할 수 있는 망구축 계획을 주파수 이용계획서에 제시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이 내역에는 '위성지구국 수신 대역과 혼간섭 발생 가능성'까지도 명확하게 언급하고 있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이통사도 5G 기지국을 켜고서야 혼간섭 문제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기정통부가 이통사의 혼간섭 대책을 공개하자 않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책 없는 혼간섭 문제…5G 추가 확보도 '비상'
과기정통부가 5G 추가 주파수 확보를 위해 구성한 연구반에도 방송사 관계자를 제외해 향후 이 같은 문제는 더욱 확산될 여지도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월말부터 제3차 전파진흥기본계획의 일환으로 5G 주파수 추가 확보 및 공급 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작업반을 운영 중이다. 이 중 작업반2에서는 5G가 도입된 3.5GHz 주파수와 연장되는 3.7~4.2GHz 주파수 대역에 대한 이용현황 파악 및 대역 정비방안을 도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시, 정영길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위성 서비스를 일정 부분 보호하면서 5G로 쓸 수 있도록 대역 정비를 해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위성사업자들과 정부가 협의를 통해 5G 이동통신용도로 일부 전환을 유도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이번 역시 고정위성을 활용하고 있는 이해관계자를 제외했다.
업계에 따르면, 3.7~4.2GHz주파수의 경우 조선중앙TV나 KBS월드뿐만 아니라 CCTV, 로이터, CNN, NHK 등과의 간섭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스포츠중계는 아시아셋5를 통해 4080MHz 주파수를 활용하고 있다.
◆정부 "해결은 방송사 몫, 법적 문제 없다"
전문가 등 의견을 종합해보면 이 같은 5G 주파수와 위성 수신 주파수 혼간섭에도 해결방안은 있다. 우선 5G 주파수와 겹치는 부분을 이후 위성 대역인 3700~4200MHz 대역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안테나에 LNB와 필터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
조선중앙TV의 경우는 우회해야 한다. 예를 들면 기존 타이콤 위성이 아니라 KT샛을 통해 수신한 후 금산 등 지역에 내려 유선을 통해 방송사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두 방식 모두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것. 과기정통부는 이를 방송사의 몫이라 보고있다. 지난달 26일 지상파 방송사와 과기정통부 관계자가 이에 대한 회의를 가졌으나,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정부는 5G 주파수 대역과 용도를 공개한 바 있어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주퍄수정책과 관계자는 "2008년부터 광개토 플랜에 따라 이동통신용으로 쓰겠다고 말해왔고, 이용계획도, 주파수 분배표도 이미 발표했다"며, "일본의 경우는 (방송사가)자체적으로 우회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도 있다"고 설명했다.
계획에 대해 충분히 고지했으며, 해당 대역이 전세계적으로 5G 주파수 용도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역시 전파법상 방송 수신은 허가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책임여부가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 관계자는 "(주파수 추가확보 작업)연구반 운영에 참여 요청이 없었던 것도 유감이고, 그렇다고 비용을 지불해 쓰는 이통사에게 (혼간섭 해결을)따질 수도 없는 문제"라며 "정부의 충분한 사전검토가 없어 생긴 문제로, 방송과 통신산업 사이를 조율하는 과기정통부가 책임있는 모습으로 해결방안을 마련해주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5G 전파 신호를 발사한 후 한참이 지난달 12일이 에서야 '위성방송 수신안테나 운영에 관한 안내 협조요청' 공문을 한국방송협회로 발송했다.
이 공문에는 위성방송 수신안테나 부품을 정상 수신이 가능한 부품으로 교체하거나, 다른 위성 서비스 대역으로 전환하거나, 인터넷 방송 등 대체 서비스를 이용하면 정상적 위성방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모두가 방송사가 해결해야할 문제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위성 주파수로 쓰던 대역이 갑자기 이통서비스용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과 다른 없는 셈. 그러나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8월 개정한 주파수 분배표에 해당 대역인 3400~3700MHz은 '이동통신용'뿐만 아니라 '위성'도 1순위로 표기돼 있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고정위성 용도 주파수를 5G 용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실제 5G가 이곳에서 상용화된 게 아니라 논의 중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제시한 안은 모두 실효성이 없는 대안이고, 한다고 해도 비용이 들고, 심지어는 통신사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라고 덧붙였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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