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KCGI(강성부 펀드)의 한진그룹을 향한 공략이 23일로 100일을 맞았다. 그동안 양측은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둘 사이의 입장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KCGI는 지난해 11월 16일 공식적으로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를 선언, 본격적인 한진 공략의 깃발을 내걸었다.
KCGI는 앞서 그달 14일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취득, 다음날인 15일 경영참여목적의 대량보유공시를 했다. KCGI는 추가 취득 전 4.97%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여기에 추가로 보통주 238만3천728주(4.03%)를 매입함으로써 최종 9%의 지분율을 확보했다.
KCGI와 같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경우 자본시장법에 따라 지분율이 5%를 넘을 경우 경영참여목적의 대량보유공시 의무가 있다.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한진칼은 물론 대한항공까지 KCGI의 공세로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KCGI의 등장 직전인 11월 13일부터 그달 말일까지 한진칼은 약 40%, 대한항공은 약 7%의 단기 주가 부양 효과가 나타났다.
◆ 지배구조 개선‧재무건전성 제고 압박과 주주제안
이 때 KCGI의 행보에 대해 경영권 장악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논란 속에 KCGI는 "경영권 장악의 의도로 해석하고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한진칼 경영권에 대한 위협보다는 주요주주로서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계획"이라며 경영참여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전달했다.
KCGI는 약 두 달 뒤인 1월 9일 신용등급 개선과 경영효율화 달성, 직원 만족과 사회적 책임 확대를 골자로 한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한진칼에 제안했다.
이들의 제안은 경영 감시 목적으로 지배구조위원회, 보상위원회, 임원추천위원회 설치와 유휴부지 매각, 항공우주사업부와 일부 자회사 IPO 등을 통한 재무건전성 제고가 핵심이다.
KCGI는 제안 과정에서 한진칼이 소극적인 태도로 임하자 주요주주의 지위를 활용, 3월 열릴 정기주주총회 안건 상정을 위한 주주제안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KCGI는 지난달 31일에는 석태수 사장 사내이사 연임 반대와 김칠규 회계사를 감사에, 조재호 서울대 교수와 김영민 변호사를 각각 사외이사에 선임할 것을 주주제안 형식으로 요구했다.
한진그룹은 결국 이달 13일 한진칼 송현동 부지 연내 매각하고 사외이사 확대를 통한 이사회 독립성 강화, 내부거래위원회 발족을 통한 내부회계체계 감시 강화 등의 중장기 비전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KCGI는 한진그룹의 비전에 대해 "기존 경영진의 연임과 대주주 이익보호를 위한 임기응변이며,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는 미봉책"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 한진칼‧한진 주주명부 확보를 둘러싼 공방
KCGI는 올해 정기주총에 앞서 자신들과 뜻을 함께할 주주들을 결집하기 위해 주주명부 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KCGI는 지난달 11일 한진칼과 한진에 주주명부열람등사를 청구했다. 한진 측은 사용목적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이를 거부했다. 결국 KCGI는 지난달 중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한진칼 주주명부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이달 13일 한 차례 심문을 진행했다. 당시 한진 측에서는 주주명부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재판부는 18일 추가 의견서를 받고, 다음날인 19일 KCGI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문을 양측에 전달했다.
재판부는 가처분 인용과 함께 한진칼과 한진이 의무 불이행 시 1일당 5천만원씩 간접강제금을 지급할 것을 명했다.
주주명부를 확보하게 된 KCGI는 한진그룹 경영진이 주주명부에 대해 부당한 주장을 하면서 끝까지 저지하려고 한 것에 대해 의심, 주주명부를 통해 추가 부정‧불법을 찾아내겠다는 입장을 전달하며 새로운 불씨를 만들어냈다.
KCGI 측 법률대리인은 "한진칼과 한진의 주주구성에 대주주의 차명주식이나 공시위반 등 추가적인 부정과 불법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 KCGI의 '주주제안 자격' 논란
한진은 중장기 비전을 발전안을 제시하고, KCGI가 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는 등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사이 KCGI의 주주제안 자격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KCGI가 지난달 31일 새로운 사내이사, 감사 1인과 사외이사 2인에 대한 선임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했지만, 애초 이런 제안을 할 수 있는 자격이 KCGI에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상장사의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0.5%에 해당하는 주식을 6개월 전부터 보유해야 하는데, KCGI는 한진칼과 한진의 주식을 6개월 미만으로 보유했다는 게 지적의 핵심이다.
실제 KCGI의 법인등기에 따르면 이 법인은 지난해 8월 28일 설립됐다. 따라서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시점은 2월 28일이 된다.
한진그룹은 "KCGI가 설립한 그레이스홀딩스의 지분 보유 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KCGI 주주제안에 대해서는 추후 이사회에 상정해 법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KCGI는 이런 논란에 대해 강한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한진그룹에서 자격을 문제 삼을 경우 법적조치도 불사하겠다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이번 사안과 비교 사례로 과거 삼성물산 합병 관련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삼성의 분쟁이 거론된다. 2015년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주총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6개월 이상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기각했다.
KCGI에서는 "삼성물산과 엘리엇 분쟁에서 이와 달리 해석한 하급심 판결이 존재하지만 이례적인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상법상 6개월 보유요건은 선택적 요건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만약 한진칼에서 주주제안을 상법 제363조의2 등 관련규정에 따라 처리하지 않을 경우 소송 등 법적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상연 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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