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코오롱FnC의 여성 슈즈 브랜드 '슈콤마보니'가 6년 만에 제화공들의 켤레 당 공임단가를 1천500원 인상하기로 했다. 제화공들이 파업 및 노숙농성을 벌인 지 14일 만이다. 제화공들은 오는 17일 파업을 풀고 현업에 복귀한다.
14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는 이날 오후 4시 코오롱FnC의 생산하청업체 로씨오·우리수제화와 2018년 8월 1일부터 저부와 갑피의 공임단가를 각각 1천500원씩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오롱FnC가 슈콤마보니를 인수한 2012년 이후 6년만의 인상이다.
이에 따라 신발 한 켤레당 7천원을 받았던 제화공들은 앞으로 8천500원을 받게 됐다.
그동안 코오롱FnC 측은 성수동 최고 수준의 공임을 지급하고 있다고 했지만, 제화공들은 슈콤마보니 제품의 디자인이 복잡해 작업 시간 대비 공임을 따졌을 때 성수동 최저수준이라고 맞서며 노숙농성을 이어왔다. 타 브랜드의 경우 구두 20켤레를 작업하는 데 하루면 되지만, 슈콤마보니는 이틀이 꼬박 걸린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지난 11일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성장을 방문해 코오롱FnC 슈콤마보니와 생산하청·제화공 간 긴급 간담회를 열면서 사태가 빠르게 진전됐다. 아이뉴스24 취재 결과, 지난 7월 코오롱FnC가 공임을 1천300원 인상했으나 생산업체가 이 중 300원을 누락한 점이 알려지면서 제화공들의 공분도 커졌다.
그러나 노조가 당초 목표했던 코오롱FnC 본사와의 단체협약은 불발됐다. 코오롱FnC 본사가 "제화공은 생산 하청에 고용된 관계이므로, 본사와 단체협약을 맺는 건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다만 코오롱FnC는 제화공에게 공임 인상률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생산하청이 단체협약을 준수하는지 등을 관리감독할 예정이다.
단체협약에 따르면 노사는 2019년 3월 내에 4대보험과 퇴직금 관련 논의를 실시하기로 했다. 산업 재해를 당했을 때 산재처리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코오롱FnC 제화공들은 협의체를 구성해 사측과 표준공임단가 등 노동조건 결정을 위한 교섭을 매년 1회 실시하기로 했다. 그동안 제화공들은 하청업체에 속해 있으면서도 각자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명목상 '사장'이어서 사측과 노동조건에 대해 교섭할 수 없었다. 차기 정기노사교섭은 2019년 7월에 진행한다.
이밖에도 협의체는 ▲낙후된 작업환경 개선 ▲주5일 근무제 실시 ▲백화점·홈쇼핑 유통수수료 인하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지난 4월 구두 브랜드 탠디 제화공들이 공임 인상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후, 현재까지 탠디·세라·고세·라팡·코오롱FnC 등 5개 업체가 제화공과 단체협약을 맺었다.
탠디는 공임단가를 1천300원 올리고 상·하반기마다 노사협의회를 열기로 했다. 세라와 고세는 노조와 각각 1천400원, 1천500원씩 인상했다. 여기에 세라는 4대보험을, 고세는 퇴직연금을 약속했다. 지난달엔 공임을 7천원씩 주던 라팡제화도 9월부터 저부 1천300원, 갑피 1천500원씩 인상했다.
최경진 민주노총 제화지부 코오롱FnC 분회장은 "교섭권을 얻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다. 내년 3월에 퇴직금 문제부터 먼저 해결한 뒤 나중에는 4대 보험까지 논의할 것"이라며 "이번 일은 성수동에 있는 영세업체 소속 제화공들에게 영향을 크게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성수동 제화공 권리 찾기에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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