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윤지혜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횡령·배임 등의 혐의와 관련해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신 명예회장은 29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 심리로 진행된 롯데일가 경영비리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내가 대주주고, 내가 다 (롯데 주식을) 가지고 있는데 돈을 왜 횡령하냐"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은 롯데 오너가 경영비리와 국정농단 관련 뇌물공여 사건이 병합돼 진행된 결심공판으로, 신 명예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서미경 씨,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오후 2시 3분 법정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선 신 명예회장은 두 아들과 눈을 맞추지 않고 난청 탓에 변호사와 줄곧 얘기하며 재판에 임했다. 신 명예회장은 그동안 건강을 이유로 항소심 공판에 참석하지 않고, 이날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자신의 생년월일과 주거지 등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재판부는 신 명예회장의 상태를 참작해 오후 2시 24분께 일찍 퇴정시켰다.
이날 신 명예회장은 재판부 물음에 줄곧 "기억 안난다"고 말했다. 또 주거지에 대해 묻자 "서울시내", 현재 여기가 어딘지 아냐는 물음에는 대답하지 못했다.
신 명예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으러 온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여기가 어디인지 아는지 묻는 질문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고, 자신의 혐의와 1심 결과에 대한 내용을 인지하고 있냐는 물음에도 답변하지 못했다. 심지어 법정 안에 있는 사람 중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지, 변호사가 누군지 아는가에 대한 질문에서도 "기억 안난다"고 말하거나 대답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현재 답변이 사실상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그래도 기록에 남겨야 할 것 같아서 여러 공소사실을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신 명예회장 측 변호인은 "1심 때는 얘기도 좀 했었는데, 지금 느끼기에 1심 때보다 조금 더 (건강이) 나빠졌다"며 "자신이 롯데 대주주인데 돈을 왜 횡령하겠냐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신 전 부회장, 서 씨 모녀와 관련해 공짜 급여를 지급한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인지하고 있는지 묻자, 신 명예회장은 "비서가 취급한 일로,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서미경·신유미·신영자 등에 주식을 증여해 조세를 포탈한 혐의에 대해서도 "기억 안난다"고 답변했으며, 신 명예회장이 갖고 있던 주식을 롯데 계열사에 매도한 부분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신 명예회장은 "재판 받을 이유가 없다. 어디에 (내가) 주식을 팔았다는 말인지 (모르겠다)"며 "여기 왜 (내가) 있나. 롯데 주식을 대부분 내가 가지고 있고, 주식을 판 기억도 없는데 재판을 하는 거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해 전체적으로 모르겠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이해하겠다"며 "1심 기록과 판단을 고려해 재판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명예회장은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일한 적 없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와 딸인 신유미 씨에게 508억 원을 급여 명목으로 지급해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롯데시네마가 직영으로 운영하던 영화관 매점을 서 씨 모녀나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는 회사에 임대 형식으로 넘겨 778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적용됐다.
더불어 신 명예회장은 신 이사장이나 서 씨 모녀의 생활 지원을 위해 자신이 차명 보유한 롯데홀딩스 지분을 가장 매매하는 식으로 넘겨 증여세 706억 원을 포탈하고, 비상장 주식을 계열사에 고가로 팔아 94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경영비리 관련 1심 재판부는 신 명예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35억 원을, 신동빈 회장에게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서 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신 전 이사장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신 전 부회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편, 이날 검찰은 신 명예회장에게 징역 10년, 벌금 3천억 원을 구형했다. 신 명예회장과 총수 일가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10월 첫째 주에 이뤄질 예정이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