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카풀 서비스 논란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카풀 앱 영업시간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카풀 업계와 이를 허용해서 안된다는 택시 업계가 1년 가까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고, 정부도 중재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미국 우버나 중국 디디추싱 등 업체의 돌풍이 거센 가운데 자칫 시장 대응에 실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카풀 앱 영업 시간 논란이 10개월째 지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방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정부가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해 관계자인 택시 업계가 모든 대화를 거부하며 더욱 강경해진 입장을 보이고 있다.
택시 4단체(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지난 22일 성명을 통해 "카풀 합법화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거부함과 동시에 공동 투쟁에 나서기로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카풀 업체들이 법에 있는 조문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자가용 자동차 200만대만 카풀 시장에 나와도 택시업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고,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데 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카풀 앱 논란은 지난해 11월 풀러스가 이용자들이 24시간 카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 선택제'를 도입하며 불거졌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선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돈 받고 운송용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다만 출퇴근 시간에는 자가용자동차도 운송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국토부와 지자체는 예외조항을 감안해 카풀 앱을 허용했지만 '출퇴근 시간'을 놓고 업계와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며 파열음 내고 있다.
택시 업계 반발은 오히려 더 거세졌다. 업계는 카풀 앱 영업시간이나 횟수에 제한을 둬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카풀 업계 관계자는 "택시 단체들과 만나 절충안을 찾아보려고 했다"면서도 "우리는 규제가 완화돼야 하는데 택시업계는 오히려 지금보다 시간, 횟수를 줄여야 한다고 하니 합의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카풀 업체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풀러스는 영업 시간 제한 등으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으며 직원 70%를 구조조정했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월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해 카풀 서비스를 준비 했다. 그러나 택시 업계 반발에 부딪혀 카풀 서비스를 쉽사리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통해 중재안을 모색해보려 했지만 아직까지 대화의 장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
4차산업혁명위원회 관계자는 "대화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택시업계도)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힘쓰겠다"고 말했다.
◆규제에 국내 기업도 해외로 눈 돌려
정부가 카풀과 같은 O2O(온 오프라인 연계) 산업에 대해서도 과감한 규제 혁신을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 혁신을 주문했고, 정부가 여당 및 시민단체 반발에도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등 규제 혁신 움직임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O2O 기업에 대해 대기업 규제가 적용되고 있고, 규제가 해외기업을 도와주고 있는 형국"이라며 "언제나 부정적이고 위험 회피적인 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국내 시장이 규제 벽에 막혀 있는 가운데 글로벌 차량 공유 시장 경쟁에는 불이 붙은 상황으로 선점업체의 영향력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는 점. 국내 대기업들도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이들 업체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실제로 차량 공유 열풍을 몰고 온 우버는 전 세계 70여개국에서 서비스 중으로 이용자만 7천만명이 넘는다. 중국의 차량공유 서비스 디디추싱도 강력한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이미 이용자가 4억명을 넘어섰다. 동남아판 우버 '그랩' 이용자도 1천만명을 웃돈다.
이들에 대한 투자 열기도 뜨겁다. 디디추싱은 지난해 소프트뱅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부펀드, 중국계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10조원 가량을 투자를 받았다.
국내 기업에 투자했던 대기업들도 해외로 눈 돌리고 있다. 그랩은 국내 대기업들의 1순위 러브콜을 받는 차량 공유 업체다.
현대차는 올해 268억원(지분 0.45%), SK는 810억원(지분 0.9%)을 동남아판 '우버' 그랩에 투자했다. 삼성전자도 그랩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50억원을 럭시에 투자하며 지분 12.2%를 갖고 있었지만, 카카오가 럭시를 인수할 때 이를 모두 팔았다. SK도 지난 2016년 쏘카에 59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차량공유 업체들도 해외 업체들 못지 않은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규제 탓에 서비스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해외 서비스 파급력이 커지면 규제가 풀리더라도 국내 업체들이 잠식될 수 밖에 없어 조속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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