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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아이뉴스24' 기자들의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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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가 벌써 4돌을 맞았다. 테헤란로 한켠에서 '새로운 언론'의 싹을 틔운 지 4년을 꽉 채웠다.

4년. 짧다면 짧은 시간. 하지만 4년이란 물리적인 시간은 우리 언론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왔다.

2000년 당시만 해도 생소한 용어였던 '인터넷 저널리즘'은, 이젠 생활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다. '신문은 종이로 읽는 것'이란 기본 상식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인터넷의 장점인 '참여정신'은 오프라인 공간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아이뉴스24' 출범 당시 내세웠던 모토는 '새로운 언론'이었다. 타성에 젖어 생활해 왔던 우리들은 '새로운 언론, 독립언론'이란 슬로건을 되뇌일 때마다 진한 가슴떨림을 경험했다.

4살배기 '아이뉴스24'는 이제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다시 한번 반문해 본다. "과연 그 때의 초심을 그대로 갖고 있느냐"고. "그 때의 그 열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느냐"고.

우린, 속곳으로 꼭꼭 덮어뒀던 치부를 드러내기로 했다. 진정한 새 출발의 바탕은 뼈를 깎는 반성을 통해 완성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성1] 속보에 눈멀어 멀쩡한 사람 살인

만우절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던 2003년 4월4일. 나는 멀쩡하게 살아 있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을 죽여버렸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이 기분은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은 계속될 것 같다.

그날 아침, 자리에 앉자마자 후배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빌 게이츠가 피격됐다는 얘기가 있다'는 충격적인 얘기였다. 공중파 방송들까지 빌 게이츠 피격 소식을 앞다퉈 전하고 있었다. 다들 CNN을 인용 보도하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이 중요한 사건보도에서 한발 뒤질 수 없다는 오기가 솟구쳤다. 각 방송들이 인용 보도한 CNN 사이트를 뒤지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결국 나는 방송보도를 토대로 '빌 게이츠가 자선행사 도중 피격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급히 올렸다. 난 뻔뻔스럽게도, 그 기사에 'CNN은 보도했다'는 문구를 붙였다. '소스 확인'이라는 외신 기자의 기본적인 임무까지 망각했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 전화 한 통화만 했어도, 희대의 오보는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빌 게이츠 피격설이 오보로 판명되고 난 뒤, 나는 인터넷 오보소동, 근본대책 시급하다는 기사를 썼다. 인터넷 언론 조작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면피성 기사'였다. 이 기사가 나가자 독자들은 또 한번 분노했다. "기본도 지키지 못한 주제에 인터넷 핑계를 대느냐"는, 지극히 옳은 지적이었다. 대답할 말이 궁했던 나는, 독자들의 지적을 그냥 무시해버리기로 했다.

결국 그날 난 '두번 죽었다'.

[반성2] 깊이없는 기사로 독자들을 우롱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지난 2002년 11월 7일 온라인게임 '리니지'에 대해 '심의물불량' 판정을 내렸다.

2002년 10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았던 이 게임은 이후 플레이어킬링(PK) 유무에 따라 2개 버전으로 구분해놨다. 이에 대해 영등위는 한개의 ID로 게임 버전 두 개를 이용할 수 있으므로 두개의 게임을 독립적으로 볼 수 없다는 근거를 내세워 심의물불량 판정을 내렸다.

'리니지'가 영등위로부터 '심의물불량'을 받았던 11월 7일. 기자는 심의가 한창 진행중인 영상물등급위원회 사무실에 있었다. 기자가 그곳에 있었던 이유는 온라인게임 '리니지'가 영등위로부터 18세를 받던 10월 17일에 다른 게임기자를 통해 뒤늦게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기사를 먼저 작성해야 겠다는 욕심에 기자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사무실에 다짜고짜 찾아갔고 그 곳에서 심의 결과를 기다렸다. 심의는 오후 7시쯤 끝났다.

기자는 누구보다 먼저 영등위 결과를 입수할 수 있었다. 단독보도할 수 있다는 설레임이 온 몸을 휘감아 왔다. 영등위 사무실에서 기사를 부랴부랴 출고한 다음, 영등위 사무국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이날 기자가 쓴 기사가 영등위, '리니지'에 '심의물불량' 판정이었다.

하지만 이 기사는 IT전문지에 실리기엔 너무나 깊이가 얕았다. '속보'를 뒤쫓다가, '문제의 핵심'을 놓쳐버린 것이다. 게임포털에서는 하나의 아이디로 여러 개의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것. 다음날, '영등위 심의위원의 전문성' 논란이 거세게 일어났다.

물론 기자가 오보를 쓴 것은 아니다. 하지만 IT전문 기자로선 부끄럽기 짝이 없는 기사였다. 마땅히 지적했어야 할 부분을 외면해 버렸기 때문이다. 심층적인 정보를 전해주지 못한 채 단편적인 현상만 보여주고도 스스로 만족했던 나 자신을 겸허하게 반성한다.

[반성3] "특정업체 홍보맨 노릇했다"

지난 2003년 2월5일자에 '휴대폰이 한 가족을 살렸다'는 화제성 기사를 출고했다. 기사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설 연휴를 맞아 정모씨 가족은 경주시의 천마총을 관람했다. 그런데 관람 도중 갑자기 자동 셔터문이 닫혀 버렸다. 한 가족은 꼼짝없이 다음날 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관리자가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없이 문을 내려 버린 것. 정씨 가족들은 생매장 당할 뻔한 절체절명의 위급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휴대폰으로 관리소 직원에게 긴급 연락을 취해 20여분만에 구조될 수 있었다."

휴대폰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한 사례로 해당 이동통신업체가 보내온 자료였다. 기자는 당시 이동통신업체에 출입하고 있었고 이 보도자료를 '화제성 기사'로 판단해 기사화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해당 이동통신업체와 고유번호를 적나라하게(?) 적어 버린 것이다. 이후 독자들은 기자에게 '원성이 가득담긴 메일'을 수없이 보내왔다. 독자 의견의 대부분은 "뭐야? 이게 기사야? 특정업체 홍보맨이야!"는 것이었다.

특정업체와 번호까지 명기함으로써 이 업체의 통화품질이 최고인 양 오해할 수 있다는 게 독자들의 지적이었다. 독자들의 지적에 머리를 숙이며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돼 버린 것이다.

취재기사가 아닌 보도자료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대충대충'하는 버릇 때문에 빚어진 낯뜨거운 사건이었다. 기자는 아직도 당시 기사만 생각하면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기자는 독자들에게 정보와 화제를 담고 있는 다양한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특정업체의 '홍보맨'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업체들이 보내오는 보도자료는 분명 자신들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되게 마련이다. 결국 '업체 위주 정보'를 '독자용'으로 재가공하는 것이 기자에게 요구되는 기본 능력이 아닐까.

[반성4] 설마? 가 불러온 오보

올해 2월 26일. 기자는 셀빅, 청산으로 '가닥'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출고했다. (링크된 기사 제목은 '소매사업 청산'으로 돼 있다. 이 글 뒷 부분을 읽으면 왜 그런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국내 PDA 산업의 대명사인 셀빅(구 제이텔)의 처리 방향을 놓고 대주주인 코오롱그룹의 결정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그 즈음, 셀빅은 동종 업체인 싸이버뱅크와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자재 등의 자산을 매각중이었다.

기자는 정확한 사실의 확인을 위해, 우선 셀빅 대표와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셀빅 대표의 휴대폰은 하루종일 꺼져 있었다. 결국 통화 시도를 포기해야 했다.

차선으로 선택한 방법이 셀빅 전현직 직원, 거래처 관계자, 매각협상 대상자, 자산 구매 희망자, 매입 희망자들을 차례로 접촉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매각 협상 결렬' '회사청산' '코오롱글로텍의 개발팀 흡수' 등 공통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기자는 셀빅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취재원들의 일관된 설명을 접하면서 코오롱그룹의 처리 방침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잠시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최고 책임자인 대표 이사의 확인을 거치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하긴 했지만, 결국 기사화하기로 맘 먹었다. '설마?'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기사는 잘못됐다. '매각 협상 결렬'은 맞았지만, '회사 청산'과 '코오롱글로텍의 개발팀 흡수'는 사실과 달랐다. 기사가 출고된 뒤 코오롱그룹측에서는 자신의 입장을 개별적으로 전달해 왔다.

지난해 12월부터 '회사청산' '매각' '개발회사로 남기는 것' 등을 놓고 여러 가능성을 각각 타진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최종 입장은 '개발회사로 남기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코오롱그룹측에서 기사 정정을 요구해 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자는 데스크와의 상의를 거쳐 '소매사업 청산'으로 기사를 바로 잡았다.

하지만 돌이겨 생각하면 기사의 신뢰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일이었다. 기사 한 줄을 생명처럼 여기야 하는 기자로서는 대단히 창피한 일이었다. '안일함'에 젖은 요식적인 확인 취재가 빚은 일이었다.

[반성5] "아침에 태양이 떠오른다"는 기사가 되지 않는다

지난 2003년 7월24일 출고된 SI업계 '수익위주'에 골병드는 솔루션 업체는 설익은 기사였다. 부실한 취재와 어줍잖은 문제의식이 합쳐진 졸작이었다.

이 기사가 나간 뒤 독자들은 매서운 비판을 퍼부어댔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는 질문이 줄을 이었다. "화장실에 휴지가 있다는 건 기사가 되지 않아요"란 신랄한 의견을 보내온 독자도 있었다. "매번 같은 얘기. 대안없음 올리지 마슈. 속만 환장하니깐~"이란 지적에선, 설익은 밥상을 내놓은 듯한 자괴감이 몰려왔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취재가 부족한 것 아니냐, 는 지적에 대해 뚜렷하게 답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이후 나는 '절대로 틀릴 수 없는 얘기를 늘어놓는 것은 기사가 아니다' 는 진리를 절감하게 됐다.

그 뒤 'SW산업을 살리자' 기획을 하면서, 이 문제가 얼마나 솔루션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

[반성6] '최후의 심판' 운운했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기자는 2004년 2월3일 '메시지' 담은 목적성 웜 급증이란 기사를 출고했다.

당시는 '마이둠'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던 때였다. 'Doom'은 영어로 '최후의 심판'을 의미하는 말. 기자는 이 기사를 통해 "둠(Doom)이란 사전적 의미에 '최후의 심판'이란 뜻이 담겨 있어 '마이둠 웜'을 둘러싼 음모론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고 자신있게 진단했다.

하지만 바이러스 명칭은 제작자보다는 발견자들이 주로 붙이는 것이 관례. 기사의 목적이 지나치게 분명하다 보니, '마이둠'을 최후의 심판으로 몰아가는 우를 범했던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MS와 SCO를 응징하는것 아닌가'라는 자의적인 확대해석까지 저질렀다.

이 기사가 나가고 난 뒤, 커뮤니티로부터 적지않은 항의 메일을 받았다. 보안업계를 취재했던 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나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깊이 반성한다.

[반성7] '쪽박리포트'로 전락한 '투자리포트'

지난 2001년 11월 27일 [투자리포트] 대한바이오란 기사를 출고했다.

당시 기자는 대한바이오를 관심있게 지켜봐왔다. 나름대로 탄탄한 기업이라고 생각했다. 분위기도 꽤 괜찮은 편이었다.

이 기사는 첫 머리부터 "대한바이오가 국내 바이오주의 맹주 자리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다"는 자신있는 진단을 내놨다. 그만큼 기자는 이 기업의 장래성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한바이오는 '쭈그러들기' 시작했다. 증권에 관심있는 독자들의 건전한 나침반 역할을 하기 위해 작성했던 [투자리포트]가, 본의 아니게 독자의 눈을 흐리는 리포트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이 기사는 결과적으로 대단한 오보였다. 이후 기자는 '증권기자의 전문성'에 대해 아직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아이뉴스24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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