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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혜] 게르마늄 팔찌와 유튜브 투자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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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노리는 금융사기, 핀테크로 발전中…대책 마련해야

[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이 게르마늄 팔찌로 말할 것 같으면…."

노년층이 몰리기로 유명한 종각역의 한 카페에서 한 남성이 어르신 여럿을 모아놓고 광물 팔찌를 들어 보였다. 첫 마디부터 '혹시 투자 사기 아니야?'라는 생각이 번뜩 스쳤다. 종로 일대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에서 어르신 대상 금융사기가 만연하다는 소식을 접했던 차, 직업병이 발동해 귀를 쫑긋 세웠다.

사기꾼(?)의 말을 듣고 있자니, 그 게르마늄 팔찌는 지구상 모든 광물은 물론 삼라만상까지 아우르는 대단한 물건이었다. 게르마늄 팔찌에 투자할 자금도 그에 걸맞게 '억' 소리가 났다. 저런 재래식 사기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아직도 있을까 걱정하는 사이 어르신 대부분이 사기꾼의 마수에 걸리지 않고 자리를 떴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대표적인 노인대상 사기수법이던 보이스피싱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 보이스피싱 통화내용을 녹음해 공개하는 금융감독원의 '그놈목소리'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면서다. 경찰관과 사기꾼의 통화내용을 재미있게 풀어내며 교육 효과도 쏠쏠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이라는 말에 겁을 내던 노년층도 더 이상 보이스피싱에 속지 않는다. 전화를 바로 끊어 사기를 예방하고 나아가 창구 직원에게 인계해 범인을 검거하도록 돕는 데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약장수식 사기와 보이스피싱이 빠진 자리에는 신종 금융사기가 들어앉았다. 금융 사기에도 핀테크와 디지털이 접목되면서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방식의 변종 사기가 등장하고 있다.

유튜브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한 유사 투자자문이 한 예다. 유사 투자자문은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투자 조언을 해주는 업종이다. 1대1 투자자문이나 특정 상품을 과장 홍보하는 행위 등은 모두 불법이다.

지난해 가상화폐 소식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며 유튜브에도 유사 투자자문 방송이 우후죽순 올라왔다. 경제 방송처럼 차트를 띄워놓고 투자종목을 추천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의 유사 투자자문 방송은 가상화폐에서 주식과 부동산 투자 등으로 종목만 바꾼 채 여전히 성행 중이다. 일부 진행자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시청자를 모은 뒤 방송에서는 해주지 않는 구체적인 조언도 귀띔해준다.

관련 취재를 하며 몇 차례 실시간 방송을 시청해보니 의외로 중장년층 시청자가 쉽게 눈에 띄었다. 채팅창으로 질문을 던지는 등 참여도가 활발한 세대도 중장년층이었다. 유튜브를 소비하는 노년층도 대폭 늘어 노년층 인기채널의 누적 조회수는 1억뷰를 훌쩍 넘는다.

문제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의 오픈 미디어 플랫폼이 유사 투자자문의 적법성을 가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유튜브 방송에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노년층 시청자는 방송 진행자를 전문가로 믿고 금융사기에 말려들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를 속여 한 투자상품에 몰아넣고 가치를 띄우는 '펌핑'도 유튜브 방송과 공개 채팅방을 통해 자행됐다.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사기도 어르신을 표적으로 삼기 쉽다. 가짜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해 개인정보를 탈취, 돈을 빼내는 수법이다. 평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자주 이용하지 않았던 노년층일수록 낌새를 차리기 어렵다.

유투브 투자방송 사기는 게르마늄 팔찌 사기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핀테크 사기에서는 '게르마늄팔찌를 보고 투자를 결심해 면대면으로 돈을 건네는' 과정이 모두 생략되기 때문이다. 핀테크가 편리함을 끌어올리는 동안 노년층의 금융 안전은 아노미상태로 던져진 셈이다. 어르신 금융사기 피해는 노후자금 파탄으로 이어져 우리 사회의 빚으로 남는다. '제2의 그놈목소리'가 필요한 때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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