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MP3 음악을 들을 수 있는 MP3폰이 출시됨에 따라 음악저작권 단체와 이동통신사, 휴대폰 제조사 등 이해당사자들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MP3 음악 이용을 둘러싼 저작권 문제는 최근 MP3 플레이어 업계와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 그리고 MP3 음악을 즐기는 소비자들까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급기야 정통부 문화부 등 관련부처들이 사태해결에 나서고 있다.
◆ MP3 논란, '확대 일로'
이동통신사, 휴대폰 제조사, 음악 저작권단체간 첨예한 갈등에 따른 진통이 거듭되자 정보통신부에 이어 문화관광부까지 문제해결에 가세했다.
문화부 임원선 저작권과장은 10일 "논란을 빚는 MP3폰 출시와 관련, 정통부 지식정보산업과장과 함께 공동으로 문제해결에 나서겠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문화부 저작권과는 이날 오후 정통부가 주재한 회의에 참석해 분위기 파악에 나서는 한편 오는 12일에도 정통부와 함께 MP3폰 회의를 가지기로 했다. 문화부는 Mp3 파일로 저장되는 음악콘텐츠 주무 부처다.
이런 가운데 이날 정통부가 주재한 MP3폰 관련 회의가 열렸다. SK텔레콤, LG텔레콤, LG전자, 음원제작자협회 등이 참석한 회의는 그러나 서로의 입장만 재확인한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음원제작자협회 윤성우 실장은 "LG텔레콤이 출시한 MP3폰이 실질적으로 무료 음악 이용이 가능하도록 제작돼 시판되고 있다"며 "인증받은 음악만 들을 수 있도록 개선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LG텔레콤에 현재 서비스중인 MP3폰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신규 음원 공급 중단을 비롯한 법적 대응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애니콜 이용자의 경우 PC에 저장된 음악을 7일동안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음제협의 주장이다. 또다른 음제협 관계자는 "7일이든 3일이든 PC에 저장된 음악을 무조건 들을 수 있다면 복제음악을 그대로 들으라는 얘기"라고 강조한다.
특히 음제협은 이 기회에 MP3 플레이어에도 저작권보호장치(DRM) 설치를 의무화하겠다는 생각이다.
서희덕 음제협 회장은 "최근 MP3기기 업체들과도 만나 DRM 설치 의무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무료 MP3 음악파일의 재생 자체를 하드웨어 차원에서 막겠다"고 밝혔다.
◆ "이해따라 각양각색"
MP3 저작권에 대한 이동통신사, 휴대폰제조사 등은 각각의 입장에 따라 복잡하게 얽혀있다. 우선 'MOD' 서비스중인 SK텔레콤이나 KTF는 '웬만하면' 저작권 단체들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MOD 시장보호를 위해 복제음악을 다운받도록 하지 않는 편이 회사에 이익이라는 계산서에 따른 것이다. SK텔레콤은 출시시기를 저울질 중이고 KTF는 고객유혹의 방편으로 삼성전자의 한시적 무료 파일 이용 정책을 수용했다.
반면 번호이동성 시행에 따른 고객유치에 사활을 거는 LG텔레콤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한, 일단 MP3폰을 출시한 뒤 저작권 단체와의 협의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소비자가 PC에 저장해둔 음악파일을 휴대폰에서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적인 권리라며 한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결정은 LG전자 등 경쟁사의 '돌발상황'에 대한 대비책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와 SK텔레텍, 팬택앤 큐리텔 등 휴대폰 제조사들은 "이통사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줄 뿐"이라며 저작권 시비에서 비켜서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실제 속마음이 이와 같지는 않아 보인다. "왜 MP3폰만 문제냐"는 것이다.
MP3폰을 가장 먼저 출시한 LG전자 관계자는 "저작권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권리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면서 "강의내용이나 다른 콘텐츠를 MP3 파일로 변환해 듣을 수도 있는 것인데 소비자가 비싼 댓가를 지불한 제품만 자유로운 사용을 막는 것도 어려운 처사"라고 말했다.
비공식적인 대답에서 대부분의 제조사들은 유료 파일만을 돌리는 DRM을 설치하라는 것은 MP3폰을 만들어 팔지 말라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정작 당사자 중 한 축인 음악 콘텐츠 제작사(CP)들도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통사의 '눈치'도 봐야 하고 음원 저작권 단체와도 원만한 관계 유지가 필수적인 콘텐츠제작사(CP)들의 입장이 난감해진 것. 저작권 단체들이 무료 파일 재생이 가능한 콘텐츠를 이통사에 제공할 경우 '음원공급 전면 중단'이라는 극단의 카드까지 꺼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정통부에서 열린 '이동통신사, 휴대폰 제조사, 음악저작권 단체'간 협의의 자리나 지난 8일 음원제작자협회가 마련한 '모임'에도 CP들은 초대받지 못해 불만이 적지 않다.
◆ "소비자도 불만"
업계가 합의점을 찾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이에 못지않게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아가고 있다.
국내 최대 MP3기기 온라인 커뮤니티인 '엠피마니아(www.mpmania.com)'의 이성윤 운영자는 "저작권 단체들이 MP3플레이어 사용자가 스스로 만든 음원 조차 이용치 못하게 하는 것은 사용자 권익 침해"라고 못박았다.
그는 "사용자는 자신이 구입한 CD, 카세트 등에 담겨 있는 음악을 '인코딩' 기능을 이용해 MP3 파일로 만들어 플레이어에서 듣는 경우가 많다"며 "저작권 단체들이 이런 것까지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은 사용자들을 무시하는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저작권단체들이 MP3 기기 업체들에게 DRM이 걸린 음악 파일만 재생토록 한다면 MP3기기 사용자들과 똘똘 뭉쳐 실력으로 저지하는 것도 불사하겠다"고 덧붙였다.
휴대폰 이용자 커뮤니티인 세티즌의 ID '윤태운'씨는 "MP3폰이 출시되면 우리나라 음반시장이 망할것처럼 얘기하는 음반협회에 일부 유저들이 선동되어 휘말리는것 같은데 결론을 말하면 아무 상관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진 것은 '소비자 권리와 저작권 보호'라는 묵은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 탓이 크다.
지난 몇 년간 MP3 플레이어는 PC와 플레이어간 콘텐츠 연동이나 음악 외의 콘텐츠 이용이 가능했지만 음원저작권 문제는 휴대폰으로까지 공이 넘어올때까지 '사각지대'나 다름없었던 것.
업계 전문가들은 인터넷에서 PC로 음악을 다운받는 과정에서 저작권 보호장치가 마련되야 마땅하지만, 현재로선 업계의 합의가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MP3폰을 둘러싼 업계의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어 앞으로 갈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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