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2016년 12월 29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당시 여당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소속 신상진 위원장에게 5차례나 요청한 끝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 참석자는 야당 소속 의원들과 신상진 위원장, 같은 당 박대출 간사가 전부였다. 야당 의원 전원에 가까운 160여명이 공동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KBS·MBC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일명 '방송장악 저지법')이 심사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해를 넘긴 상황에 대해 항의하는 자리였다.
이날 신 위원장이 주문한 회의진행 요건은 방송법 개정안 상정에 대한 '여야 간사합의'. 이는 9월 정기국회 내내 반복되던 신 위원장의 주문이다. 여야의 의견이 첨예히 엇갈리는 당시 상황에서 안건에 대한 간사합의가 이뤄질리 만무했다. 결국 이날 회의도 신 위원장과 야당 소속 의원들의 설전 끝에 마무리됐다.
당시 미방위는 정기국회 이후 제출된 120여건의 법안 중 단 하나도 심사하지 못했다. 방송법 개정안의 선행 처리를 주장한 야당과 무쟁점 법안의 우선 처리를 요구한 여당의 요구가 팽팽히 맞선 가운데 정기국회는 물론, 연말까지 파행만 거듭한 결과다.
신상진 위원장은 민주당 입장에선 참 얄미운 상대지만, 정작 당시 정부를 방어해야 하는 새누리당 입장에선 '야신급 골키퍼'였던 셈이다.
◆상임위원장 막강 권한의 상징 '의사봉'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 지도부간 후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이 한창이다. 각 당 원내 지도부가 의장단 선임과 함께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직 배분을 두고 팽팽히 맞서면서 상임위원장의 권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우선 상임위 활동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국회의 꽃'으로 불린다. 국회의 고유 권한인 입법과 대정부 견제·감시의 실무를 바로 이 상임위들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상임위원장은 상임위 소속 의원들 가운데 위원회를 대표하는 의원으로 국회법상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한다. 사전에 각 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위원장직을 배분하면 정무적 판단력을 갖춘 당내 중진 의원을 배치하는 게 통상적인 관례다.
상임위원장의 권한 가운데 핵심은 위원회의 의사일정 조정이다. 위원장은 법안 심사, 공청회, 청문회 등 전체회의 일정을 여야 간사와 협의해 정하고 회의의 개시와 정회, 산회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갖는다.
물론 국회법상 간사와 협의해야 한다는 조항이 따르지만 여야 간사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위원장이 같은 당 소속 간사와 입장을 함께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마음만 먹으면 현안에 따라 자당에 유리하게 회의를 연기할 수도, 개시할 수도 있는 셈이다.
회의의 안건 채택이나 증인 선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여야 의원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국정감사의 경우 상임위원장의 회의 운영은 매우 중요하다. 위원장이 회의의 연기를 요청하거나 간사간 추가 협의를 요청할 경우 국감 일정 자체가 틀어지는 일도 발생한다.
이번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도 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상임위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운영위는 청와대 비서실, 법사위는 대검과 대법원 등 사법기구를 소관 기관으로 둔다.
야권 관계자는 "위원장의 진행 방식에 따라 의원들은 마이크를 뺏기거나 발언상 후순위로 밀리기도 한다"며 "위원장이 맘만 먹으면 상대당을 얼마든 괴롭힐 수 있다 보니 통상 3선 이상 중진 의원이 임명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석근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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