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성지은 기자] "한국의 IT 산업은 아직 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삼성·네이버·SK 같은 글로벌 기업도 많고, 같이 사업 기회도 모색할 수 있죠."
30여년 경력의 IT 베테랑인 최종욱 마크애니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중구 쌍림동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 IT 산업에 아직 희망이 있다는 얘기다.
최종욱 대표는 "앞으로 IT를 중심으로 사회가 바뀔 것이고 IT에는 여전히 기회가 많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IT를 여전히 매력적인 분야라 평가했다. IT가 여러 산업에 접목, 사회를 바꾸고 신기술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만큼 변화를 이끌고자 하는 사람에게 IT를 추천하고 싶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 대표는 IT가 가져온 변화를 몸소 체험한 '국내 IT 1세대'다. 그는 1982년 국비유학을 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USC)에서 경영정보시스템(MIS)을 전공했다.
미국서 뉴럴 네트워크(인간의 뇌 기능을 모방한 네트워크) 바람이 불던 당시 코그너티브 사이언스(인지과학)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공지능연구실장을 역임했고 1999년 마크애니 창업 전까지 상명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창업으로 이어진 왕성한 탐구심
교수로 재직할 당시에는 남다른 열정으로 연구에 파고들었다. 평창동 인근에 직접 연구실을 마련하고 서울 소재 대학생들과 디지털 저작권 기술인 '워터마킹' 등 그 시기 최신 IT 기술을 연구했다.
임차료를 아끼기 위해 산꼭대기에 위치한 무당집을 빌려 연구실로 사용했는데, 학생들과 숙식하며 기술을 개발하던 연구실은 불이 꺼지지 않아 '귀곡산장'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최 대표는 "새벽엔 청진동 해장국 집에서 해장국을 먹고 연구실에서 기술을 개발한 뒤 집에 가서 눈을 붙이고 다시 연구실로 출근하는 일을 반복했다"며 "그때는 할 게 그것 밖에 없었다"고 멋쩍게 웃으며 과거를 회상했다.
창업은 우연찮은 기회에 이뤄졌다. 워터마킹 기술의 우수성을 알아본 삼성전자가 당시 돈으로 10억여원을 투자했다. 왕성한 탐구심이 창업으로 이어진 셈이다.
마크애니는 일반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워터마킹 분야에서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회사다. 특히 비디오·이미지 등 콘텐츠의 유출을 방지하고 유출 경로와 최초 유포자까지 파악하는 '포렌식 워터마킹' 기술로 할리우드 시장에서 인정받았다.
아시아 업체로는 드물게 미국 할리우드 대형 배급사에서 기술 성능을 인정받아 수출도 하고 있다. 미국 4대 레코드 회사 중 하나인 '유니버셜 뮤직 그룹(UMG)'도 마크애니의 고객사다. 이와 함께 회사는 문서보안(DRM), CCTV 영상보안, 위변조 방지 분야에 전문성을 지녔다.
◆"블록체인이 만들어갈 미래 기대"
새로운 기술에 관심이 많은 그는 최근엔 블록체인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마크애니 지식블로그에 블록체인 기술을 소개하는 포스팅을 직접 올릴 정도로 열정이 남다르다.
최 대표는 "2세대 블록체인으로 불리는 이더리움은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는 '튜링 컴플리트'에 기반한 발상을 내놓고 있다"며 "스마트 컨트랙트로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는데, 블록체인이 어디까지 기존 기술을 대체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회사는 앞서 2013년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개발했다. 현재는 블록체인 기반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블록체인 융합기술 개발사업을 수주했다. 해당 사업은 블록체인 기술로 콘텐츠의 유통 단계를 투명화하고 거래를 가능하게 만드는 게 골자다.
그는 "미국 같은 선진국에 비하면 한국의 IT가 열악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 등 개발도상국에 비하면 여전히 많은 기회가 있다"며 "가령 블록체인 같은 기술, 이와 관련된 아이디어로 창업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블록체인 지형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기술력에서는 자신이 있다"며 "마크애니의 보안제품이 해당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블록체인에서도 최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성지은기자 buildcast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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