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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여행]<9> 요양보호사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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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을 돌보아 줄 요양보호사를 찾아주세요.""그 지역의 재가방문센터에 의뢰하시면 되지 않나요?""센터를 통해 요양보호사를 소개받았는데 금방 그만두네요. 센터에서는 요양보호사 구하기가 힘들다고 하고…"

요양서비스의 핵심은 요양보호사이다. 말벗에서 가사지원, 기저귀 케어까지 전적으로 휴먼서비스인데, 사람이 제일 중요한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이다. 그런데 지금 요양보호사 구인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국가자격증인 요양보호사는 2008년부터 배출돼 현재 150만명 이상이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현장에서 일을 하는 숫자는 37만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그냥 나중에 필요할 것 같아 자격증을 따 두었거나, 부모님이 아픈 경우를 대비해 자격증을 따둔 경우이다. 현행 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는 자격증 소지자가 가족을 수발하는 경우 월 10만 원 정도의 가족요양수당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요양등급을 받고 요양보호사를 구하는 노인들의 숫자는 해마다 늘어나, 현재 등급외서비스가능자까지 합치면 77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해에 비해 7만 명의 노인들이 올해 새로 등급을 받았다. 요보호노인들의 증가추세는 우리나라 고령화율이 그렇듯이 매우 가파르다.

요양서비스의 수요과 공급은 77만명 대 37만명, 요양원의 경우 어르신 2.5명당 1명의 요양보호사가 필요하지만 방문요양의 경우에는 거의 1대 1케어이기 때문에 요양보호사부족은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지역별 수요공급의 어려움으로 현장에서 느끼는 요양보호사 품귀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젊은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촌지역에서는 요양보호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다. 더 심각한 것은 특정 어르신에 대한 기피이다.

한 센터장이 호소를 해 왔다. "일주일 째 어르신 돌보아줄 요양보호사를 못 찾고 있습니다. 제발 요양보호사 좀 구해주세요."

이유인 즉슨 할아버지인데 모두 안하겠다는 것이다. 요양보호사들은 한결같이 '깔끔한 할머니'를 원한다. 할아버지에 기저귀케어까지 해야 한다면 선택의 여지 없이 요양원으로 가야 한다. 정부가 제2차 장기요양기본계획에서 내세운 재가요양중심 서비스전달은 실현불가능해 보인다.

그럼 요양보호사들은 모두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나? 그렇지 않아 아이러니이다.

요양보호사 양성기관이 많은 도심 지역에서는 자격증을 따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편의점 알바를 하는 '(일자리) 풍요속 빈곤' 현상도 일어난다.

일자리 공급수요의 불균형은 다른 직종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요양서비스의 경우는 대체재, 이를 테면 외국인 인력이나 기계로 대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근본적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시급이 낮고 근무시간도 짧은 방문요양의 경우 버스타고 멀리까지 일하러 가지 않는다. 제한된 지역에서 일자리 매칭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은 가중된다.

요양보호사가 부족하다고 요양보호사를 더 많이 양성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요양서비스 인력의 양성과 배치에서 건강보험공단과 지자체가 좀 더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이필요해 보인다.

건강보험공단은 요양서비스가 필요한 어르신에게 요양등급 판정을 하며 지자체는 요양보호사를 교육하고 자격증을 부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양측이 실태를 파악하고 머리를 맞댐으로써, 도시지역에 사는 요양보호사가 농촌지역으로 일을 하러 갈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책을 강구해야 할 것 같다.

한편 정부에서 아무리 많은 수의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내주어도 그게 장롱자격증이 돼 버리면 문제를 풀 수가 없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선의를 갖고 이 일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인케어는 요양보호사와 가족, 센터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만들어졌다.

우리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만 일을 하지 않는 좋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을 발굴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비록 시급 9천~1만 원 선의 작은 비용이지만 인생 마지막 순간들을 따뜻하게 보살펴 주는 일은 매우 가치있는 일임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조인케어 요양보호사에 가입하고자 하시는 분은 "좋은 일인데, 요양보호사라니 왠지 주위에 창피해서… 우리 집에서 먼 데로 소개해 주세요."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요양보호사 같이 좋은 일을 하면서 뭐가 부끄러운가?

내가 일본에서 노인복지를 공부할 당시 아직 마흔이 되기 전이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몸이 아파서 누군가의 수발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상상도 못할 나이였었다. 고령화율 18%인 일본의 요양병원에는 코에 영양관과 손목에 주사관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환자들이 줄줄이 누워 있었다. 나는 저렇게 되지 않을 보장이 있는가?

한때 조기축구회 회장이었고 은퇴 후 해외여행을 다니며 인생의 황금기를 보냈던 노인도 마지막 순간은 누군가의 수발을 받으면서 떠난다. 젊고 원기왕성해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겸허함을 느꼈고, 인간의 유한성을 보고 나는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인생의 한 자락을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가는 것, 이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노인을 돌보는 일은 나의 노후를 생각하는 일이고, 지금의 자신에게 한 번 더 감사하는 매우 소중한 일이다. 좀 더 많은 분이 요양보호사 일에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

◇김동선 조인케어(www.joincare.co.kr)대표는 한국일보 기자를 그만두고 복지 연구에 몰두해 온 노인문제 전문가다. 재가요양보호서비스가 주요 관심사다. 저서로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이 되기 전에 준비해야 할 노후대책7'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 '노후파산시대, 장수의 공포가 온다(공저)' 등이 있다. 치매미술전시회(2005년)를 기획하기도 했다. 고령자 연령차별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땄다.블로그(blog.naver.com/weeny38)활동에도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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