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팔수록 손해인데 왜 팔아요?”
정책성 보험을 둘러싼 반응은 이렇게 요약된다. 겉으로는 달지만 보험사로선 팔기 싫고, 소비자들은 시장에 나온 지조차 모르거나 알더라도 비싸고 효과 없는 상품이라는 생각에 가입하지 않는다. 보험을 글로 배운 결과가 곧 정책성 보험이라는 자조도 흘러나온다.
정책성 보험이란 정부가 정책 목적 아래 보험사에게 개발과 판매를 요구한 상품이다. 사실상 정부가 보험사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꾸준하다.
보험사는 손해율 보전에 초점을, 정부는 보장 범위 확대를 꾀하다 보니 핵심 보장 없이 무늬만 갖춘 상품이 부지기수다. 보험사와 정부가 샅바싸움을 벌이니 상품 구조부터 매력이 떨어진다. 우여곡절 끝에 출시되더라도 보험사가 상품을 권유하지 않는다. 정부가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도 높은 보험료 탓에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일쑤다.
현 정부의 야심작인 유병자 실손보험도 속빈 강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시 보험료가 문제다. 일반 보험료에 비해 50세 기준 여성 1.66배, 남성은 1.68배까지 비싸다. 게다가 보험료 급등을 염려해 자기부담률을 30%로 책정하면서 ‘비싸고 내실 없다’는 악평이 나왔다. 통계 부족으로 손해율 예측이 불가능하자 이를 보험료로 보전한다는 비판이 인다. 정부와 업계의 이해 차이가 계륵 보험을 만든 셈이다.
정부 주도의 정책성보험은 대부분 암담한 결과를 낳았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성보험은 참패했다. 4대악보험, 메르스보험, 태양광대여사업배상책임보험, 연안체험활동운영자배상책임보험의 성적은 나열하기 부끄러울 정도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자동차보험도 실패한 정책성 보험으로 꼽힌다.
보험 활성화 정책조차 정책성 보험의 수순을 따르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힘을 실어준 미니보험이 대표적이다. 미니보험의 성공 여부를 묻자 업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펫 보험의 인기 자체도 낮지만, 앞서 2015년 비슷한 정책이 흐지부지 막을 내렸던 전례를 떠올리면 이 같은 평가는 정당하다.
보험업은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미래의 손해를 보전한다는 의미에서 공적 성격을 띤다는 오해를 받기 쉽다. 보험업계도 민간보험이 공적 성격을 일부 보완한다는 점에 공감한다. 수많은 실패에도 정책성 보험이 재차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료 사각지대가 등장할 때마다 정부 곳간을 여는 대신 정책성 보험이 만병통치약처럼 불려 나왔다.
보험사의 근간을 돌아보면 정책성 보험은 출발부터 잘못됐다. 보험사는 결국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이고, 사기업이 손해가 자명한 상품을 꽁꽁 숨기는 일은 당연하다. 팔리지 않은 보험상품이야말로 약효는 하나도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해답은 돈이다. 지나친 표현이라면 상품성으로 바꿔도 좋다. 현상만 본 채 산업 흐름을 읽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정책성 보험도 똑같이 실패할 테다. 탁상공론에 가로막힌 헬스케어처럼, 당장 보험업계도 바라고 소비자도 원하며 정부에게도 필요한 보험상품이 산적해 있다. 밑그림만 그린 채 보험업계에 던져둔 정책성 보험보다, 채색까지 같이 할 정책성 보험이 나와야 ‘전시 행정’이라는 비난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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