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임의차단과 관련해 시정조치와 과징금 3억9천6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첫 제재지만 처벌수위를 놓고 방통위 내에서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는 21일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제 13차 전체회의를 통해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행위에 대한 시정조치와 함께 과징금 3억9천600만원을 부과하로 의결했다.
◆ 해외 인터넷사업자 최초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징계 사례
페이스북은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 등과 망사용료를 놓고 갈등을 빚다 지난 2016년말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의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망을 통해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이용자의 접속속도를 떨어뜨려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게 한 바 있다.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인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로 판단하고, 시정명령 받은 사실을 공표, 업무 처리절차 개선,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방통위는 이용자 이익 저해행위 등 금지행위 위반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사실조사를 실시했다. 사실조사는 통신4사에 대한 망 접속현황, 민원 발생건수, 관련 이메일 분석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미국 본사 및 홍콩 네트워크 담당자에 대한 출석조사, 페이스북 코리아에 대한 현장 조사까지 병행했다.
그간 페이스북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대해 KT를 통해 접속토록 했으나 KT와의 계약기간이 충분히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사업자와의 구체적인 협의나 이용자 고지 없이 지난 2016년 12월에 SK텔레콤의 접속경로를 홍콩으로 우회하도록 변경한 것이 확인됐다. 지난해 1월부터 2월까지는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를 홍콩과 미국 등으로 우회하도록 한 사실을 확인했다.
SK텔레콤 트래픽이 홍콩으로 전환되면서 SK브로드밴드 용량이 부족해졌다. SKB 트래픽 중 일부가 타 국제구간으로 우회되면서 병목현상이 발생해 페이스북 접속 응답속도가 이용자가 몰리는 20시에서 24시에는 평균 29ms에서 평균 130ms로 4.5배 느려졌다. LG유플러스도 무선트래픽을 해외로 우회시킨 결과, 평균 43ms에서 평균 105ms로 2.4배 느려졌다.
해당 통신사를 이용하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접속이 안되거나 동영상 재생 등 일부 서비스의 이용이 어려워졌다. 이용자 문의 불만 접수건수는 접속경로 변경 후에 크게 증가했다.
SK브로드밴드는 일평균 0.8건에서 9.6건으로 12배를, LG유플러스는 일평균 0.2건에서 34.4건으로 172배 증가했다.
페이스북은 접속경로 변경 이후 접속 품질이 저하돼 이용자 불만이 발생하고 있다는 국내 통신사업자의 문제제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결국 국내 통신사들이 추가 비용을 들여 해외 접속 용량을 증설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페이스북은 지난해 10월부터 11월 원상복구했다.
페이스북은 콘텐츠 제공사업자로서 인터넷 접속 품질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응답속도가 느려졌더라도 이용자가 체감할 수준은 아니며, 이용약관에 서비스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명시했기에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치 않았다고 항변했다.
◆ 중대한 위반 여부에 대한 의견 '분분'
사무처는 페이스북 제재와 관련해 1안으로 과징금과 시정조치를 2안으로 시정조치만을 내리는 2개의 안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상임위원 간 의견차가 발생했다. 대체적으로 1안시정조치만을 내리자는 의견과 원안대로 의결하자는 입장, 또는 1안대로 하되 과징금을 경감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좁혀졌다.
페이스북이 부가통신사업자로 등록돼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기통신사업법과 관련해 시정조치를 받아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중대한 위반 행위인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입장차가 뚜렷했다. 페이스북이 이용자 침해를 한 것은 사실이나 조사에 성실히 응한 점과 시정조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기에 충분히 이 부분이 참작돼야 한다는 것.
김석진 방통위 상임위원은 "페이스북이 잘못은 시인한 점은 다행이다"라며, "잘못을 시인하고 공동 진술도 했고 성의있는 자세를 보여줬다. 다른 글로벌 기업과는 달랐다"라고 설명했다. 시정명령과 과징금이 부과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과징금에 대한 수위를 낮출 수 있는지 사무처에 의견을 요청했다.
고삼석 상임위원도 "접속 경로 변경이라는 기술적 조치가 국내 민원 제기가 없더라도 페이스북이 이용자 이익 저해 발생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사전 인지가 가능했다"라며, "국내 ISP 사업자들이 이용자 불편과 불만사항을 전달했음에도 페이스북은 이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페이스북이 이번에 조사 과정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응한 점과 납세 등 국내 규제 체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한 점. 이용자 보호화 관련해 시정명령을 자체적으로 시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기에 이런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표철수 상임위원은 시정조치만으로도 충분한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표 상임위원은 "페이스북이 스스로 위반행위 시정하겠다고 했기에 과징금까지는 부과하지 않더라도 효력이 있을 것"이라며, "시정명령만 내렸다고 솜방망이는 아니다. 글로벌 사업자에게 첫 부과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지목했다.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은 1안대로 과징금과 시정명령이 부과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허 부위원장은 "페이스북의 국내 접속자수는 1200만명으로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라며, "글로벌 SNS 서비스의 최초 사례로 향후를 위해서도 엄격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익을 위해 정도를 벗어나면 글로벌 업체도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과징금에 대한 이견이 있어 사무처에 경감 가능성을 요청하는 한편, 과징금 경감과 시정조치만을 주장한 상임위원들에게 동의를 구했다.
이 위원장은 "추가적 경감을 논의할 수도 있겠으나 (상임위원들의 의견이) 꼭 해야 한다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라며, "부위원장의 의견에 동의하며 원안대로 가는 것에 합의할 수 있다면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다소 입장차가 있기는 했으나 페이스북의 징계 수위는 원안대로 의결됐다.
이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글로벌 통신사업자가 국내 통신사업자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해외로 접속경로를 변경하여 국내 이용자의 이익을 침해한 사건으로 부가통신사업자의 시장 영향력 증대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금지행위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앞으로 방통위는 인터넷 플랫폼 시장에서 새로이 발생할 수 있는 금지행위 유형을 사전에 파악하여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이번 건을 마무리했다.
한편, 방통위는 이용약관에서 정한 무조건적인 면책조항은 부당한 점 등을 고려하여 페이스북의 소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면책조항에는 "페이스북이 언제나 방해, 지연, 결함 없이 가능할 것이라 보장하지 않습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방통위는 시정명령과 별개로 이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할 수 있는 페이스북의 이용약관에 대해서도 개선을 권고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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