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입철강에 25% 관세키로…"최악은 면했지만…"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수입산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철강업계는 한국 등 일부 국가에만 53%의 관세 폭탄을 부과하는 이른바 '선별관세'를 피했다는 점에서 최악은 면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주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일률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행정부 각료들과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최종적인 관세 정책을 이날 발표할지 연기할지를 놓고 밤새 토론했다. 그러나 일부 공화당 의원 등의 반대로 최종 발표를 미루고 간담회만 진행했다.

앞서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지난 16일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 제출했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수입품에 대해 관세 부과나 수입량 제한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철강수입이 미국 안보에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하며 ▲모든 국가에 24% 관세 부과(1안)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중국·코스타리카·태국·터키·베트남 등 12개국에 53% 관세 적용(2안) ▲국가별 대미 수출액 2017년의 63%로 제한(3안) 등을 제안했다.

그동안 국내 철강업계는 한국을 비롯한 12개국에만 선별 관세를 부과하는 시나리오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국과 주로 경쟁하는 일본·대만·EU 등은 선별 관세 대상국에서 빠지면서 선별관세가 확정될 경우 대미 수출 경쟁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철강 수입국가에 일괄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이날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모든 철강사에 일괄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철강사만 빼고 동일한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수출시장에 의존도가 높은 국내 강관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 물량 중 56%가량이 강관이다. 세아제강, 휴스틸, 넥스틸 등 주요 강관 3사가 미국의 무역관세 부과로 인한 피해가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사회는 즉각 '반발', 미국 내에서도 우려 목소리

국제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25% 일률관세 방침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미국에 가장 많은 철강을 판매하는 캐나다와 멕시코, 브라질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은 미국의 관세 결정에 보복하겠다는 경고를 내놨다.

중국과 유럽연합(EU)도 무역 보복 조치를 예고하고 나섰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무시하고, 중국 기업의 이익을 침해하는 조치"라며 "중국은 이에 큰 불만과 단호하고 엄중한 반대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성명서에서 "우리는 (미국의 조치에) 매우 유감"이라며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와 국가 안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세계 무역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내에서도 오히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철강의 관세가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가격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어서다. 실제로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자동차 딜러들은 이번 조치로 쓴맛을 느끼는 '패자 그룹'으로 분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