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리치커뮤니케이션(RCS) 시장을 두고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통신사와 제조사간 사업 주도권 다툼 성격으로 보이나 그에 따른 협업의 여지는 남겨뒀다.
박정호 사장은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8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고동진 사장을 만나 비즈니스 미팅을 갖고 향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RCS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RCS는 MWC에서 자주 거론된 플랫폼이다. 통합메신저규격으로 메시지 전송이나 콘텐츠 공유 등을 유연하게 쓸 수 있는 플랫폼이다. 커뮤니케이션 소통 공간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한 미래 사업 발굴에 중요 축으로 부상 중이다.
실제로 GSMA는 페이스북, 왓츠앱 등 주력업체에 맞서 RCS 부활을 꾀해왔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박정호 사장 역시 "메신저 플랫폼은 눈뜨면 시작하고 잘때 끄는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한 것 "이라며, "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 통신사와 제조사는 이 시장에서 쓴맛을 본 바 있다. 국내에서는 이통3사가 국내형 RCS인 조인(Joyn)을 론칭했으나 카카오톡, 라인에 밀려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도 메신저 플랫폼인 챗온을 내놨으나 활성화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두 사장이 만난 자리에서도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RCS 시장 선도를 위한 협업을 모색했으나 입장차가 명확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로가 주도권을 강조한 탓. 고동진 사장은 박 사장에게 RCS 협력을 요청하면서도 플랫폼 주도는 삼성전자가 하기를 희망했고, 박정호 사장 역시 주도권을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신사와 제조사 간 이 같은 힘겨루기는 글로벌 시장도 다르지 않다. 통상 통신사 중심의 RCS 협력에 맞서 제조사 또한 이 시장을 위해 합종연횡까지 불사하고 있는 것.
고동진 사장은 "무슨 얘기가 오 갔는지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RCS로 소비자에게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 좀 더 편리한 메시지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했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어 "글로벌하게 전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미국이라던가 몇개 국가에서 부분적으로 도입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박 사장과는) 국내에서 하는게 어떠냐 등 차원의 얘기를 나눴다"고 짧게 언급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RCS 기술기업인 뉴넷 캐나다를 인수하는 등 관련 분야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각국 이통사에 RCS 서버 솔루션을 제공하고, 스마트폰 등 단말에도 RCS 기술을 접목시켜 저변을 넓히겠다는 복안인 것.
GSMA는 이 같은 RCS 부활을 위해 삼성전자뿐 아니라 구글 등과도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모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이통사가 모두 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SK텔레콤 역시 협력은 필요하지만 주도권에 대해서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정호 사장은 "삼성전자와 앞으로 협업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보자 요청했다"고 말했다. 양 측의 협력 가능성은 열어둔 셈이다.
한편, 애플은 자체 메신저 솔루션인 아이메시지를 보유하고 있다. 아이폰X를 통해 증강현실과 이모지 등을 활용해 기술 고도화를 이루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AR이모지(그림문자)가 이 같은 RCS 킬러 서비스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스페인)=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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