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G 조기 상용화를 위한 필수설비 공용 효율화 관련 고시 개정을 오는 6월 목표로한 가운데, 통신3사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필수설비의 과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KT는 시장 자율경쟁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임에 반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은 공정한 서비스를 위해 필수설비 공용 및 대가산정 기준을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가계통신비 인하 기조에 따라 최소한의 투자를 통한 5G 인프라 구축을 돕기 위해 KT에게 전향적 입장을 취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와 이통사는 각각 필수설비 공용 효율화를 위한 제도 개정 논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 관계자는 “설비 공용을 위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관련업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각각 따로 의견을 논의하는 것이 효율을 낼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오는 6월까지 고시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일정이 진행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지만 되도록 빠르게 하겠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진척 속도를 감안 했을 때 시간이 많지 않다는게 공통된 의견이다.
과기정통부도 이와 관련된 별다른 계획이 수립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 5G와 필수설비의 당위성 기반 범위 산정 ‘모호’
필수설비 공용 효율화 달성을 위해서 선행돼야 할 점은 5G 필수설비에 대한 개념 및 범위 지정과 5G 조기 구축을 위한 당위성 확보다. 이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보니 시작부터 의견이 엇갈린다.
전기통신사업법 35조에 따르면 다른 전기통신사업자가 전기통신역무를 제공하는데 필수적인 설비를 보유한 기간통신사업자는 관로, 전주, 케이블 등의 설비를 제공해야 한다. 유선 인프라 및 필수설비,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KT가 의무제공대상자로 선정돼 있다.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설비의 제공 조건 및 대가산정 기준 고시를 개정해 필수설비 범위, 이용대가 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송재성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공동구축과 설비 제공의 범위는 5G 조기 상용화를 위해 제도를 고치는 것에 중점을 두고, 그 외에도 기존 제도가 미비하다면 같이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바라보는 이번 필수설비 공용 범위는 5G 조기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5G 무선인프라 구축을 위한 유선망 부분과 관련된다. 즉, 필수설비 범위, 대가를 재설정 했을 때 5G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필수설비가 없다고 해서 3G나 4G LTE를 상용화하지 못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는 KT보다 더 빠르게 LTE를 상용화했다"며 "조기 상용화의 문제라기보다는 투자규모의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5G는 3G나 LTE와는 달리 유선 인프라가 중요하다. 초고주파와 초광대역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주파수가 높을수록 신호 직진성이 강해 커버리지가 상당히 좁아진다. 이 때문에 기지국이나 각종 스몰셀 등을 촘촘히 박아야 한다. 각각의 건물 사이사이 유선 인프라 위에 기지국을 구축했을 때 더 탁월한 5G 품질을 구현할 수 있다. 어느 때보다 필수설비 효율성이 필요한 이유다.
다만, 이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필수설비 제도 개선 여부를 떠나 5G 인프라 구축에 큰 영향이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설비투자 비용이 상승할 수도 있겠지만, 지연 여부는 좀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필수설비 제도 개선이 5G 조기 상용화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과 연관돼 있다고 주장한다. 망 투자비용의 효율성을 제고해 통신비 인하 여력을 확보해주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필수설비 공용 효율성 달성을 위한 보다 명확한 범위가 설정되지 않는다면, 본래 취지인 5G 조기 달성이 아닌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경쟁을 위한 필수설비 공용화 논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제도 개선안 내부 들여다보면, 대체로 입장차 확실
5G 필수설비 범위와 당위성 이외에도 제도 개선을 이뤄야 하는 부분은 곳곳에 산재해있다.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의견 일치를 이루는 것 또한 난제다. 양측 모두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상황이다.
필수설비가 공용되는 부분은 트래픽이 밀집되지 않는 곳, 대표적으로 농어촌 지역이 해당된다. 만약 트래픽이 많이 발생하는 경쟁 지역은 이통3사가 각각 필수설비를 설치한다. 문제는 트래픽 밀집 지역이면서 추가 필수설비 구축이 어려운 곳이다.
필수설비 공용 효율화를 높여야 한다는 쪽은 KT가 민영화 이전 이미 10만Km 가량의 관로를 확보해 놓은 상태라 통신망 구축이 용이하고 비용이 적게 들지만, KT 이외 사업자들은 설비를 완전히 새롭게 구축해야 하나 신규 택지가 아니면 공사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자체 설비 확보가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문제는 필수설비 이용제약 조건이라는 것. 타사 인입관로가 있거나, 2006년 이후 구축한 광케이블, 구축 이후 3년이 경과하지 않은 관로와 전주 등은 의무제공 대상에서 제외된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에 임차한다하더라도 대가가 높게 책정돼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KT 외 사업자의 인입관로가 있다고 가정 했을 때, 그 사업자가 제공을 거부한다면 그 지역의 사용할 수 있는 관로는 없게 된다. 설비제공의무가 없다면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양쪽 다 거부할 수 있는 셈이다. 건물 신축 후 3년간 도로법에 의해 신규 굴착이 불가능해 관로 구축이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KT 입장에서는 필수설비 여유분이 있어야 공용화가 가능하다. 트래픽 밀집 지역이나 건물이 집약돼 있는 상권에서는 여유롭지 않아 빌려주기 어려운 곳들도 상당하다는 입장이다.
신축 건물의 경우 설비제공제도라기보다는 건물주가 특정 사업자에게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기에 타 이통사들의 초기 진입이 어려운 것이라 설명했다. KT 이외 특정 사업자가 단독으로 계약한 건물도 상당하다는 주장이다.
대가산정에도 온도차가 높다. KT 이외 사업자들은 이용대가 정산시 적용되는 최소 임차거리 100미터(m)를 조건으로 필요한 구간 대비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인입관로를 평균 30m를 임차하고 있으나 최소 임차거리 때문에 3.3배에 해당되는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는 것.
KT는 인입관로의 임차구간이 최소 임차거리보다 적다 할지라도 임차구간까지 끌어오기 위해 설치한 필수설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지난 5일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통신사 CEO 간담회에서 황창규 KT 회장을 만나 KT가 필수설비 공유 등을 많이 도와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황 회장은 협의에는 나서겠지만 좋은 대가를 바란다고 답한 바 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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