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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사 불법파견' 첫 심리, 고용부-파리바게뜨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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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시정지시 '행정처분' 여부 두고 양측 논리 싸움 치열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파리바게뜨 소속 제빵사를 직접 고용하라고 명령을 내린 고용노동부와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파리바게뜨의 법정싸움이 22일 오후 2시에 시작됐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파리바게뜨가 고용부를 상대로 제기한 '직접고용 시정지시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처분'에 대한 첫 번째 심리를 열었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가 소속된 협력업체 11곳이 고용부를 상대로 제기한 제빵기사 연장근로수당 지급명령 취소소송 심리도 함께 진행됐다.

고용부는 지난 9월 21일 파리바게뜨가 가맹점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소속 제빵사 5천378명에 대해 직접 지휘·명령을 하며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서 역할을 했다고 보고 이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했다. 또 이들에 대한 체불임금 등 110억1천7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시정 명령도 내렸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사법처리하거나 1인당 1천만 원씩, 총 530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고용부의 이 같은 방침에 파리바게뜨는 지난달 27일 직접고용의 방안으로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협력사가 함께 참여하는 '3자 합작법인'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직접고용 시행명령 이행기간 연장을 고용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고용부 측에 구체적인 의견을 받지 못했다.

이에 파리바게뜨는 지난달 31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달 6일 이를 받아들이면서 '제빵사 직접 고용' 문제는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법원은 시정지시의 효력을 일단 오는 29일까지 잠정 중지시킨 상태다.

이날 재판부는 '직접고용 명령'에 대한 파리바게뜨와 고용부의 의견을 듣고 인용 또는 기각 여부를 결정한다. 파리바게뜨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고, 고용부는 법무법인 시민 소속의 노동법 전문가인 김선수 변호사를 선임해 치열한 논리 싸움을 펼쳤다. 쟁점은 고용부의 시정지시가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와 파리바게뜨 업무지시의 위법성 여부다.

앞서 고용부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시정명령(행정처분) 대신 권고성에 무게를 둔 시정지시를 내렸다. 고용부는 권고라고 주장하지만 파리바게뜨 측은 이행시기를 못박고 미이행시 과태료와 법적조치를 예고한 만큼 사실상 시정명령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도 파리바게뜨의 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고용부의 파견법 위반 법리 적용의 정당성 여부도 쟁점 대상이 됐다. 이날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심리에서 양측은 고용부가 판단한대로 전반적인 근로감독인지, 파리바게뜨의 주장대로 품질차원의 업무 지시인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고용부는 품질관리 관련 단체 대화방을 누가 무슨 권한으로 만들었는지, 제빵사들이 누구의 허락을 받고 행동하는 지를 주요 근거로 들며 파리바게뜨 측을 압박했다. 반면 파리바게뜨는 고용부 시정지시의 타당성을 두고 사법적 판단이 안된 상태에서 제빵사를 직접 고용할 경우 나중에 위법성이 입증되더라도 원상복귀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며 반박했다.

법원이 고용부의 손을 들어주면 불법파견 결론이 나지만, 파리바게뜨 입장을 지지하면 일정 수준의 교육 훈련을 허용하고 있는 가맹사업법에 해당돼 문제가 되지 않는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협력업체와 본부는 별도의 독립 회사"라며 "인력 채용부터 인사 노무 관리까지 독립적 권한을 갖고 있을 뿐더러 일부 제빵사들은 직접 고용을 원치 않는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 지역 제빵사 30명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본사 직접 고용만이 최선의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밝혀 3자 합작법인 출점에 힘을 실었다. 고용부의 시정 명령에 반대하는 제빵사의 입장 표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심리는 본안 소송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전초전으로, 고용부의 시정지시 자체가 옳은지 판단하기 앞서 시정지시의 효력을 정지시켜 본안소송에 들어갈 만한 사안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자리다. 심리결과는 이르면 24일, 늦어도 27일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이 이날 심리 후 집행정지 가처분 명령을 내릴 시 파리바게뜨는 고용부의 기한 연장과 상관없이 직접 고용을 위한 시간을 1년 이상 벌게 된다. 이 기간 동안 파리바게뜨는 3자 합작사 설립과 제빵사 전직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제빵사들이 대부분 동의해 합작사로 옮길 경우 고용부도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법원이 고용부의 손을 들게 되면 파리바게뜨는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우선 오는 30일부터 시정 명령이 다시 효력을 얻게 돼 다음달 5일까지 제빵사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여기에 고용부가 기한 연장을 해주지 않을 경우 과태료 530억 원도 납부해야 한다. 또 괘씸죄를 적용해 고용부가 파리바게뜨를 대상으로 검찰 고발까지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파리바게뜨는 항고를 통해 재심의를 받을 수는 있다.

파리바게뜨는 일단 심리 결과와 상관없이 법인의 정관 작성 등의 절차를 완료하고 연내 3자 합작사인 '해피파트너즈'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파리바게뜨 협력사들은 제빵사를 상대로 합작사 설립과 관련해 임금 13% 인상, 월 8회 휴무일 등의 혜택을 제시하며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합작사를 통한 고용은 제빵사 처우 개선과 본사의 지휘와 감독 시스템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예정대로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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