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국내 화장품업계에 미국 진출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맥스는 미국 화장품 제조사 '누월드'의 지분 100%를 약 5천만 달러(약 55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1위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자(ODM)인 코스맥스는 지난 2013년 로레알 그룹의 오하이오주 솔론 공장 인수에 이어 이번 계약까지 성사시키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화장품 설비를 갖추게 됐다.
코스맥스는 이번 인수합병으로 현지 생산설비와 연구·마케팅 조직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18년 미국 내 매출액 2천억원, 2019년엔 3천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북미에 이어 남미시장까지 진출해 오는 2020년까지 그룹 매출을 3조원 규모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세계 2위 업체인 한국콜마도 작년 9월 미국 화장품 ODM사 '프로세스테크놀로지앤드패키징(PTP)'을 인수했다. 두 달 뒤엔 캐나다 'CSR코스메틱솔루션'을 사들이며 북미시장으로 영토를 넓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PTP 누적 매출액은 855억원, CSR은 336억원으로 북미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조사뿐 아니라 화장품 브랜드 업체도 미국 시장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고 있다.
지난 2003년 미국에 진출한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로레알 그룹에서 브랜드 총괄과 마케팅 전략을 담당했던 제시카 한슨을 미국 법인장으로 영입했다. 또 미국 뉴욕 유니온스퀘어에 158㎡ 면적의 이니스프리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150여개의 미국 전용상품을 내놨다. 라네즈는 글로벌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에 입점, 현재 총 365개 매장 중 144곳에서 판매 중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15년 세포라의 '러브콜'로 빌리프를 입점시키며 미국 화장품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었다. 입점 6개월 만에 판매 상위권에 진입한 빌리프는 현재 150여개 세포라 매장에 단독 코너를 운영 중이다. 아울러 LG생활건강은 올 하반기 자사 화장품 편집숍 '네이처 컬렉션'을 미국에 론칭해 현재 33개로 매장을 확대했다.
◆"외교 리스크 적은 美, 中보다 기회 많아"
국내 화장품업계가 미국에 주목하는 이유는 미국이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세계 화장품 시장규모는 3천516억 달러로, 이 중 미국이 전체 시장의 18.7%(658억 달러)를 차지하며 세계 1위에 올랐다. 그 다음은 중국(440억 달러), 일본(286억 달러), 브라질(236억 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화장품 시장 규모는 107억 달러로 전 세계 시장의 3%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국내 화장품업계가 미국 시장에 눈 돌린 듯 보이지만 사실 예전부터 최종 목표는 미국이었다"라며 "흔히 유럽을 패션·뷰티 중심지로 인식하지만 실제론 미국이 이들 시장을 좌우한다. 유럽이 상징적 의미의 시장이라면 미국은 실질적인 수익이 나오는 곳이므로 앞다퉈 진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규모 면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지만, 사드 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 소비자들도 중국 정부의 영향을 많이 받고 특유의 '꽌시' 문화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며 "반면 미국은 중국보다 시장이 크면서도 외교 리스크가 적고 제품력이나 마케팅전략 만으로도 승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1980~2000년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미국 내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K-뷰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자신을 위한 투자를 중요시 여기는 밀레니얼 세대는 뷰티와 퍼스널케어 제품을 적극 소비하기 때문이다. 또 백화점·편집숍 등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 유통채널이 확대되는 것도 K-뷰티엔 긍정적인 요소다.
덕분에 한국의 대미 화장품 수출 규모도 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추산한 지난해 미국의 국내 화장품 수입액은 3억1천685만 달러로 전년 대비 45.66% 증가했다. 올 상반기도 1억9천911만 달러를 수입해 전체 수입국 중 8.77%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보다 1.7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다만 경쟁사의 미투 상품(선발주자를 모방한 제품)이 늘고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코트라 관계자는 "현재 K-뷰티는 무서운 성장세에 있으나 대만과 중국 화장품 업체들도 유사한 제품군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가격경쟁력 외에도 해당 제품만의 특장점을 내세운 제품 개발이 요구된다"며 "실제로 한국 마스크팩의 인기로 대만·홍콩산 마스크팩 제품을 매장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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