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다운기자] 핀테크 유망기술에서 위험한 투기 상품까지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엇갈린다.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금융당국은 법제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현재 협의중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의 가격 폭등은 시장 크기를 키우는 데는 일조했으나 초기 시장의 초석 다지기에는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당초 정부는 가상화폐를 핀테크 2단계 발전방안에 포함시켜 육성할 예정이었다. 연초 발표된 금융위원회의 2017년 업무 세부추진계획에는 거래소 등의 규율근거 및 자금세탁방지 방안 등을 올 상반기까지 마련하겠다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금융위, 금감원, 기재부, 한국은행이 참여하는 디지털통화 법제화에 대한 태스크포스(TF)도 지난해 11월 출범했다.
하지만 이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폭등하고 특히 국내에서 거래량이 폭발하면서 정부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특히 일본이 비트코인을 법적 결제수단으로 규정한 이후 시장이 급변동하는 등 각국 정부의 정책 방향이 가상통화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정부가 법제화를 통해 가상화폐의 가치에 대해 인정하는 것으로 여겨질 경우 이것이 가격 폭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아울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해킹 사고, 가짜 가상화폐를 이용한 금융사기 증가 등으로 인해 가상화폐에 대한 시선은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
◆관련 법 발의됐지만 일단 '스톱'
이달 초 정부는 금융위와 기재부, 경찰청 등이 포함된 합동 TF를 마련하고 가상화폐에 대한 대응방안을 발표하며 처음으로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여기서도 정부는 가상통화를 법적으로 인정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가상화폐를 화폐나 통화로 보기 어려우며, 가상통화 거래도 금융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식 통계가 없기 때문에 몇 개 업체가 있는지도 모르고 음성적인 거래의 경우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도 알기 힘들다"며 "그 정도로 파악이 안되는 시장이라는 것이 문제"라고 전했다.
지난 7월 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화폐 규제를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법제화에 대한 물꼬를 텄지만, 현실화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발의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는 가상통화를 법적으로 정의하고, 가상통화 거래소 등을 가상통화취급업자로 정의해 자본금과 투자자보호 장치 등의 요건을 갖춘 뒤 금융위에 등록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법안을 통해 건전한 시장질서를 마련하고 시세조종행위 금지, 이용자 피해 예방 등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가상통화 법제화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주홍민 금융위 전자금융과장은 "가상통화업을 당국이 인가해주게 되면 가상화폐 자체에 대해 공신력을 부여하는 것이 된다"며 "법제화 관련해서는 국회와 충분히 의견 교환을 하고 논의해 대응방향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 측도 "현재 금융당국과 법안에 대한 내용을 협의중"이라며 "아직 상정이 안된 상태기 때문에 바로 결론이 날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규제는 강화 추세
가상통화와 관련된 정책과 규제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도 크게 자리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 정부도 앞서서 움직이기보다는 다른 나라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가겠다는 분위기다.
다만 자금세탁이나 범죄이용 등 가상통화 관련 범죄 단속 및 자금세탁방지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다. 미국과 캐나다는 가상통화취급업자를 '화폐서비스업자'로 분류해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달 4일에는 중국 정부가 신규코인상장(ICO)을 불법적인 자금조달 행위로 규정하고 ICO를 금지했다. ICO는 증시 기업공개(IPO)와 비슷한 개념으로 가상화폐로 자금을 조달할 때 사용된다.
또한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이에 이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인민은행은 관련 규제 초안 작성을 마쳤으며, 빠른 시일 내 중국 내 모든 가상화폐 거래소를 잠정 폐쇄할 예정이다.
지난 7월에는 미국 통일법위원회가 '통일가상통화업규제법'을 통과시켰다. 당국으로부터 면허를 받은 가상통화업자만이 가상통화를 교환, 저장, 관리할 수 있도록 규제하며, 가상통화업자는 최저자본금요건, 사이버보안, 자금세탁 및 테러방지프로그램 운영 등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배승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법을 참고해 산업의 활성화를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법제화 방안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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