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채송무기자] 청와대가 이른바 '깜깜이 예산'이라고 불리던 특수활동비 예산을 대폭 감축하고 나서면서 그간 여러 의혹의 중심이었던 특수활동비 관행이 개선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수활동비는 비밀이 요구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다. 국회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방부 등 각 부처가 사용 중이다.
사건 수사나 정보수집, 각정 조사 활동을 위해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각 부처에서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 대부분을 공개하지 않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어 정부 기관의 불투명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수활동비가 개인의 쌈짓돈처럼 사용되거나 뇌물 등 적절치 못한 용처로 쓰였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여당 원내대표로 국회 운영위원장을 지냈던 지난 2008년 특수활동비 4천만~5천만원을 현금화해 쓰고 남은 돈은 집 사람에게 생활비로 줘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감사를 지시한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은 특수활동비가 뇌물 등 부적절한 분야에 쓰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검찰 인사와 예산을 맡는 법무부 검찰국장과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각자 부하직원과 만찬을 하고 격려금 조의 돈봉투를 돌린 부적절한 상황에서도 특수활동비가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특수활동비 투명성 제고 '공감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특수활동비 예산 대폭 삭감을 지시하자 이를 계기로 특수활동비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는 말이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127억원 중 42%인 53억원을 절감해 이를 청년 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 지원 예산에 보태기로 했다.
국회에서도 특수활동비 전반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식으로의 개혁이 논의되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당장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국회와 각 정부부처의 특수활동비를 대폭 삭감하는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역시 특수활동비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식으로의 개혁이 이야기됐다. 여야 모든 정당이 합의를 이룬 만큼 이후 정부부처의 특수활동비 개편이 이뤄질 수도 있다.
한국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2016년 한 해 동안 18개 기관에서 8천870억원이 지출됐다. 이 중 국가정보원이 4천860억원으로 가장 많고 국방부가 1천783억원, 경찰청 1천298억원, 법무부 286억원, 청와대 266억원 순이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정부의 특수활동비는 모두 8조5천631억원이었다. 최근 10년간 특수활동비를 가장 많이 쓴 기관도 국가정보원으로 4조7천642억원을 지출했고, 국방부 1조6천512억원, 경찰청 1조2천551억원, 법무부 2천662억원, 청와대 2천514억원이 뒤를 이었다.
그동안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의혹을 받은 심리전단, 군 사이버 사령부 등에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지급됐다는 논란이 일었고, 국정원이 스마트폰 해킹 프로그램 구매 의혹이 드러났을 때도 특수활동비가 역시 문제가 됐다. 국가 안보를 위한 용처가 아니라 국가기관의 검은 돈으로 사용된다는 의혹도 있었다.
그때마다 정보기관의 특수활동비를 국회가 점검하게 해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청와대가 특수활동비 절감을 통해 각 부처에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했고, 국회에서도 특수활동비 재점검 목소리가 나온 만큼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여러 의혹을 받는 특수활동비의 투명성이 제고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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