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머지 않아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 고객들은 카드, 현금, 모바일 기기 없이 자신의 '손'만 있으면 세븐일레븐에서 구입하려는 상품을 한 번에 결제해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세븐일레븐은 16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 이 같은 모습을 실현시킨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선보였다. 국내 편의점의 미래를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꾸며진 이 점포는 아직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임직원 2천명을 대상으로 시험 운영하는 상태지만 세븐일레븐은 향후 검증된 기능들을 전국 점포에 조금씩 도입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말 그룹의 미래 핵심 전략으로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진행된 프로젝트다. 신 회장은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유통혁신을 각 계열사에 꾸준히 주문해왔고 이에 세븐일레븐과 롯데카드, 롯데정보통신 등이 핵심 역량을 합쳐 첨단 기술과 인프라가 집약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선보이게 됐다.
이날 방문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입구부터 기존 매장과 분위기가 달랐다. 이곳은 사람이 없는 대신 7가지 ICT 기술이 점포 곳곳에 도입됐으며 '풍요로운 벌집(Rich Hive)'이라는 콘셉트로 점포를 꾸며 심플하고 미니멀한 느낌을 줬다. 이는 풍요와 자유, 사랑을 상징하는 롯데그룹 기업 이념을 반영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곳에 적용된 7가지 ICT 기술은 ▲무인 포스(POS) ▲바이오 인증 게이트 ▲전자 가격태그(ESL) ▲디지털 담배 자판기 ▲자동 개폐 쇼케이스 ▲스마트 CCTV ▲디지털 사이니지 등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해당 점포를 고객들이 이용하기 위해선 '핸드페이(HandPay)' 시스템에 반드시 등록해야 했다.
핸드페이 시스템은 롯데카드의 정맥인증 결제 서비스로, 사람마다 다른 정맥의 혈관 굵기나 선명도, 모양 등의 패턴을 이용해 사람을 판별하는 기술이다. 손바닥 정맥 정보를 암호화된 난수값으로 변환해 롯데카드에 등록한 후 결제 시 간단한 손바닥 인증만으로 본인 확인 및 물품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고객들은 카드, 현금, 모바일 등 결제수단 없이 자신의 '손'만 있으면 점포 입장부터 상품 결제까지 가능했다.
다만 아직까지 이 시스템이 롯데카드에 한해 적용되고 있는 탓에 롯데카드가 없어 이날은 직접 이용해볼 수 없었다. 그러나 롯데카드가 있는 주변 기자에게 도움을 청해 핸드페이에 그가 등록한 후 상품을 구입해 볼 수 있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현재는 롯데카드 고객만 이용할 수 있지만 오는 7월 말~8월쯤에는 신한, 국민 등 다른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과 캐시비, 엘페이 이용 고객도 핸드페이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핸드페이는 홍채, 지문 등의 인식 시스템보다 편리한 데다 위생적으로도 더 안전해 상용화가 되면 고객 편의성이 더욱 증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카드 명재선 디지털사업부문장은 "단기 1~2개월 내에는 핸드페이 시스템이 도입되기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 검증되면 향후 건물 내부에 입점하는 세븐일레븐 매장부터 이를 적용시킬 계획"이라며 "인도, 베트남 등 롯데 계열사의 해외 매장에 도입할 계획은 아직 없지만 이 역시도 앞으로 고민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입장부터 까다로웠다. '바이오 인증 게이트'에 손바닥을 스캔한 후 문이 열려야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으로, 핸드페이에 등록되지 않은 일반 고객은 철저히 차단됐다.
24.8평 규모인 이곳은 아직까지 시험 운영을 하고 있는 탓에 상품 종류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이곳에는 와인, 위스키, 홍삼, 캐릭터상품 특화 매대 등이 갖춰져 있었고 상품은 기존 매장보다 더 가지런하게 진열돼 있었다.
이날 점포에 입장한 후 처음 마주한 곳은 세븐커피 머신으로, 2대가 나란히 입구에 놓여져 있었다. 고객들이 세븐커피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직접 커피를 내린 후 아래에 놓여진 바코드 종이를 들고 가 계산하면 되는 듯 했다. 또 세븐커피 머신 왼쪽에 탁자가 놓여져 있어 점포에서 커피를 마시며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점포 왼쪽 구석에는 '스마트 안심 담배 자판기'가 마련돼 있었다. 롯데기공에서 만든 이 기기는 국내 최초 정맥 방식 성인 인증 담배 자판기로, 46인치 대화면을 통해 마치 놀이처럼 재밌게 상품을 고르고 손 하나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어 신기했다. 또 정맥 인식을 통해 성인 인증을 할 수 있어 청소년들이 이곳을 통해 담배를 구입하긴 어려울 듯 했다.
스마트 안심 담배 자판기 옆에는 전자동 냉장 설비 시설 안에 도시락 등 푸드 상품과 유음료 등이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이곳은 상단에 센서가 부착돼 있어 가까이 접근하자 자동으로 문이 열렸다 닫혔다. 세븐일레븐 측은 상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이 시설을 설치했다고 했으나 고객이 구매하지 않고 근처에만 가도 문이 자동으로 열려 효율성이 떨어져 보였다.
또 이 점포에는 디지털 사이니지가 곳곳에 설치돼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소개하는 용도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롯데 계열사의 다양한 상품들을 알리는 홍보 창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여기에 센서가 달린 스마트 CCTV가 갖춰져 있어 비인가자의 무단 출입이나 화재 등 이상한 움직임도 바로바로 알려줘 눈길을 끌었다. 이 CCTV는 점내 구역별 이동 인원이나 체류시간을 카운팅해 매장 기초 운영 정보도 제공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점포를 둘러 보며 이날 고른 상품은 '초가을 우엉차'와 '허니버터 감자스틱', '자일리톨껌' 등 3종류였다. 진열된 상품에는 상품 설명과 함께 바코드가 함께 기재된 메모가 매대마다 부착돼 있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이 점포의 상품들은 전자 가격표가 부착돼 기본적인 상품 정보 외에 행사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며 "NFC와 QR코드가 삽입돼 있어 할인쿠폰이나 상세 상품 정보 등 모바일 연계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밝혔다.
구입하려는 상품을 들고 내부에 설치된 무인 계산대로 향했다. 기존 편의점에서는 카운터 공간에 계산원이 상품별로 바코드를 찍어 계산을 해줬지만 이곳에서는 고객이 직접 상품을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놔야 했다. 이로 인해 직원이 있을 때보다 좀 더 불편하게 여겨졌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이 컨베이어 벨트는 상품을 올려놓기만 하면 상품 바코드 위치와 상관없이 360도 전 방향 스캔을 통해 상품 가격을 인식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라며 "객체 인식 솔루션을 탑재해 스스로 개별 상품의 부피를 인식하고 상품이 겹쳐져 있을 시 오류를 자동으로 인지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계산할 때는 상품을 하나씩 올려뒀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상품이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 탓에 마지막 상품은 컨베이어 벨트 끝에 설치된 바코드 기기로 직접 찍어 상품을 인식시켜야 했다. 또 합산된 금액을 사전 등록한 핸드페이 시스템으로 결제하려고 하자 단순히 '손'만 올려뒀다고 결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기기에는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라는 안내문구가 떴고 번호 입력이 끝난 후 완전히 계산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직까지 세븐일레븐의 스마트 편의점은 완벽하진 않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쇼핑 환경 변화를 읽을 수 있는 표본으로 향후 유통 채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됐다. 또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유통채널에 ICT 기술을 발빠르게 접목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 각 계열사가 미래 쇼핑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는 모습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는 "아마존이 지난해 말 직원 대상으로 무인콘셉트 매장인 아마존 고를 선보이고 일본 편의점들은 2025년까지 전 점포 무인화를 선언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이 각종 ICT 도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며 "코리아세븐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편의점이 나아갈 길을 새롭게 제시하고 국내 유통업계에 한 획을 긋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기억되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는 "바이오 인증이 익숙해진 시대 흐름에 맞춰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매장에 '핸드페이'를 처음 상용화 해 세계 최초로 손바닥으로 결제하는 바이오페이를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 마트, 백화점, 슈퍼 등 롯데 유통 계열사뿐만 아니라 전 유통사에 핸드페이 시스템을 확대하고 건설, 의료 등 여러 공공부문과도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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