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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외면 정부]②'규제 덫' 걸린 유통街 "탈출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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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7주년]균형 정책 부재로 경쟁력 상실…中 사드 보복 '엎친 데 덮쳐'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 지난 24일. 유통물류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 모여 그동안 정부의 유통산업 정책에 대해 성토했다. 이들은 유통산업이 부처간 장벽과 규제 일변도의 정책, 균형있는 정책 부재 등으로 국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대로 마련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정부의 규제로 성장성이 막힌 유통업계가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까지 이어지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의무휴업 확대 등 최근 대선정국과 맞물려 유통산업 규제를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관련 업체들은 "대형유통사 규제 강화가 실제 소비자들에게 도움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앞 다퉈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서러운' 면세업계, 정부에 치이고 中에 압박

특히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이 반토막 난 면세점 업계의 고충은 더하다.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 논란으로 인해 자국 단체관광객의 한국 여행 조치를 지난 15일부터 전면 금지 시켰기 때문이다.

여기에 면세점들은 올해 특허수수료 문제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올 초 심사위원회를 열고 관세법에 따라 매출액의 0.05%를 부과하던 현행 보세판매장(면세점) 특허수수료율을 최대 20배까지 높이는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또 개정안이 지난 2월 14일 공포되면서 다음날부터 연매출 2천억원 이하 면세점은 매출의 0.1%, 2천억~1조원 사이는 0.5%, 1조원 초과는 1%의 수수료율이 적용돼 업체들의 부담이 커졌다. 반면 정부가 거둬들이는 수수료 수입은 지난해 43억원에서 올해 394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정부가 특허수수료율의 기준을 매출로 잡았다는 점이다. 각 업체들은 사업자가 늘어 경쟁이 치열해지자 판관비를 크게 늘린 상황으로 영업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태지만 정부는 각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아닌 매출을 기준으로 잡아 이들의 부담을 키웠다. 이로 인해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낸 업체들의 적자폭은 더 커질 위험에 처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면세사업자는 경영성과에 대해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는 데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징수하는 것은 접근 방식에 오류가 있는 것"이라며 "관세법 개정안 내용에 특허수수료율 인상 외에도 면세점 특허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도 포함됐지만 이를 받아 들이지 않아 규제만 오히려 더 강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면세점업계는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 규제 완화와 인천공항 임대료 감면 등을 요청했다. 한국면세점협회는 국회와 관세청 등을 방문해 ▲기존 사업자의 면세사업 특허 갱신 제도 부활 ▲5년으로 한정된 특허기간의 10년 연장 등 특허 심사 관련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건의서를 제출했다. 또 인천공항공사에는 매출의 약 38%를 임대료로 납부하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의 부담을 완화해 달라는 내용을 건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중국인 관광객만 믿고 목전의 이익을 생각해 신규 면세 사업자를 남발한 결과 결국 과열 경쟁으로 모두가 다 고사되는 상황을 만들어 놨다"며 "1980~1990년대 사이에도 사업권 남발로 홍역을 치렀지만 이를 반면교사로 삼지 않고 또 다시 사업권을 남발해 면세업계를 또 다시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면세사업은 일본, 중국 등 주변국과 글로벌 업체와 경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규제마저 강화하고 있어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특히 사드 보복이 장기화되면 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인력들이 일자리를 잃게 돼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장 고심' 유통街, 가로 막는 정부

유통 대기업들은 최근 성장이 정체된 백화점과 대형마트 대신 아울렛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아울렛이 오는 2020년까지 연 7.3%씩 성장해 오프라인 매장 중 편의점과 면세점 다음으로 성장세가 높을 것으로 전망되자 각 업체들은 아울렛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앞 다퉈 출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울렛 시장 규모가 지난해 백화점의 48% 수준에서 2020년까지 60%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울렛은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측면에서 지역에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며 "지역의 상인들을 아울렛으로 흡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상권의 붕괴가 아닌 이동과 공존의 형태로 변모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그나마 성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아울렛에도 최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20대 국회가 시작한 이후 야권을 중심으로 유통업계를 규제하는 법안(유통산업발전법)이 총 20개가 발의돼 국회 산업위에 계류 중이며 아울렛 출점 제한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특히 무소속 김종훈 의원은 작년 11월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 등의 점포가 매주 일요일 휴무를 의무화하도록 법안을 발의해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또 기존 마트 및 슈퍼에 한해 제한됐던 영업시간 제한도 백화점과 면세점의 경우 오후 8시부터 익일 오전 9시까지 영업을 못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유통업체의 경우 매주 일요일 휴무를 의무화하게 되면 연간 영업 손실이 약 6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에 따른 협력사의 매출하락, 인력감소 등 부작용도 발생할 여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매장면적 1만㎡ 이상인 초대규모점포에 대해 지역에 관계없이 점포등록을 제한하고 조건을 부여해 사실상 출점을 하지 못하도록 법안을 발의했다. 기존의 경우에는 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 1km 이내의 경우에 한해 점포 출점 제한됐다.

또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발의한 규제 법안은 점포등록 및 변경등록시 인접지자체장의 합의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이미 19대 국회에서 인접지자체장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의무화 한 내용으로 법안이 통과된 바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법 개정 시행 후 영향 분석을 할 겨를도 없이 더욱 강화된 법안을 발의한다는 것은 규제 대상인 대형유통업체 및 행정당국에 혼란을 야기하는 등의 문제를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만약 이 법안 내용처럼 인접지자체장까지 합의를 의무화하게 될 경우 과도한 행정절차 및 다수의 지역상생문제로 점포등록절차가 까다로워져 출점 대기업에게는 막대한 손해를 끼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은 유통산업의 발전시키기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이나 이러한 취지와 달리 현재는 규제위주의 법안 발의가 대부분"이라며 "19대 국회에서 이미 발의돼 논의되고 국회 산업위 차원에서 이미 폐기되었던 법안이 재생산 된 경우도 다수인 데다 주무부서인 산업부 조차도 규제법안을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유통규제 법안은 일부 소상공인들의 이권을 위해 포퓰리즘식으로 발의되고 있다"며 "현재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하는 법안들은 국내 유통 발전과 다수 소비자의 편익증진, 후생발전과 무관한 입법"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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