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다운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월 위기설'에 대해 "과장된 우려"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23일 2월 금리 동결 방침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발언했다.
최근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만기, 김일성 생일에 맞춘 북한의 도발 등에 따라 올해 4월에 큰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4월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이런 이슈들이 예상치 못한 것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리스크"라며 "정부나 관계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월 위기설은 과장됐고, 실제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에도 환율조작국에 대한 언급을 이어가면서 한국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총재는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지난해 2월 발효된 미국 교역촉진법에 환율조작국을 지정할 근거가 있는데 한국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풀이했다.
다만 미국 재무부가 1988년 만들어진 종합무역법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으며, 교역촉진법 세부지정 요건을 변경하면서 한국도 환율조작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남아는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계는 갖고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더라도 급격한 변동성이 없다면 한국은행이 통화시장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환율에 대한 한국은행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며 "환율이라고 하는 것은 기초경제 여건을 반영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하고, 쏠림현상으로 인해 변동성이 단기간에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에만 시장안정화 차원에서 개입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외에 다른 목적으로 개입하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만약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면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고 위안화가 처음에는 절상 압력을 보이다가 성장 둔화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과 높은 금융과 실물경제의 연관성을 갖고 있는 한국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위안화의 변동성이 커진다면 원화 환율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이 총재는 전망했다.
이 총재는 내달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는 "그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미국과 교류할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며 "중앙은행 총재 회의 등을 통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여러가지 경제상황 등에 대해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계부채, 늘었지만 질적으로는 건전해"
한편 지난해 가계부채가 두자 릿수로 증가하며 1천300조원을 넘어선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정부와 금융당국이 내놓은 가계부채 억제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앞으로 증가세가 전보다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양적으로는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났지만, 부채현황 등을 볼 때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는 분석이다.
가계부채 구조에서 고정금리와 비거치 비중이 높아지면서 질적인 개선이 이뤄졌고, 고신용·고소득자의 비중이 65% 이상에 달하는 등 우량차주를 중심으로 부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무디스나 피치 등 주요 국제신용평가기관도 국내 금융기관의 높은 건전성, 가계부채 차주 분포 등을 미뤄볼 때 한국의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총재는 "올 들어 시장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고, 대내외적으로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 등 취약차주의 채무상환에 대해서는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 대책이 여러번 나눠서 나왔고 미흡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거시경제와 부동산 시장을 고려해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점진적·단계적으로 세울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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