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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업 비밀보다 운전자 안전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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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안전 관련 車 정보공개, 제조사의 '전환적 사고' 필요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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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최근 급발진 의심 사고와 전기차 화재 등이 잇따르며 소비자들 사이에선 '포비아'라 할 만큼 자동차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운전자 입장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발생한 사고가 자신과 이웃의 생명과 재산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은 큰 두려움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운전자들은 자체적으로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한다거나, 전기차 구매 의사를 보류하는 등의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기도 한다.

운전자들의 두려움은 사고 발생 우려 자체에도 있지만, 사고 이후 책임 소재를 따지는 상황에서 직면할 '정보 비대칭' 상황에 대한 걱정이 저변에 깔려있다. 사고 시 과연 기기적 결함에 의한 것인지, 운전자의 과실에 따른 것인지 따져야 하는 상황에서 전문적 지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혹시 '내가 억울하게 당하는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클 수 있다.

급발진 의심 사고에 있어 사고기록장치(EDR) 분석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논란이 많다. 현행 제조물책임법에 따르면 소비자가 제조물의 정상적인 사용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입증해야만 제조사의 책임이 인정된다. 그러나 급발진 사고의 경우,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그 이후 사고 당시와 동일한 조건에서 현상을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가 차량 결함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그마저도 소비자가 직접 EDR을 분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EDR 정보를 추출할 수 있는 장비가 시중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는 자동차 제작자 등이 EDR을 독점 운영하고 있어 관련 사고기록 정보 확인은 자동차 제작사 등을 통해서만 가능한 실정이다. 다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사고 차량의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EDR 분석을 실시한다. 과학적인 실증을 하는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지만, 이를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소비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선 무작정 조사 결과를 믿으라고 하는 것도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수 있다.

최근 국회에선 자동차 제작사 등이 급발진 의심 차량의 EDR에 저장된 정보를 추출할 수 있는 장치를 구매자에게 의무적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EDR에 대한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정보 공개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BMS는 '배터리의 두뇌'로 불린다. 배터리의 전압, 온도 등 품질 이상 여부를 사전에 감지해 제조사와 소비자에 알려주고, 필요시 소방 당국에도 통보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등의 솔루션도 탑재된다.

그동안 전기차 제조사들은 BMS 정보 공개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BMS 정보가 공개될 경우 배터리 제어 관련 데이터가 차량 검사 과정에서 유출될 것으로 우려한 것이다. 전기차의 운행 정보와 배터리 제어 기술은 전기차의 핵심 기술과 향후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데이터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화재 우려로 소비자들의 전기차 기피 현상까지 나오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이고 수입차 업체들도 속속 BMS 정보 제공에 나서고 있다. 소비자 신뢰 회복이 없으면, 향후 미래 시장도 없다는 위기감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회에서 발의돼 논의가 진행 중인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의무화' 법안과 관련해서도 제조사의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발의된 법안의 경우 신차에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가장 우려가 큰 고령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기존에 출시된 차량에 추가로 장착할 수 있는 장치의 개발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2012년부터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도입해 10년간 관련 사고와 사상자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특히 일본은 신차뿐 아니라 애프터 마켓(유지보수시장)을 통해 기존 차량에 장착할 수 있는 장치도 개발이 돼 상용화돼 있다. 25~30만원 정도면 장착이 가능하고, 지자체 등에서 장착 보조금을 지급해 부담을 줄여주기도 한다. 이런 장비 개발이 가능했던 것은, 일본의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 제어와 관련한 정보를 부품개발 중소업체들과 공유하기 때문이다.

국내는 아직 시장에 개발된 제품이 없다. 완성차 업체들이 관련 정보 제공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과거 비밀에서 공유로 태도를 바꾼 EDR, BMS 정보 제공과 같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차량의 안전성을 높이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전환적 사고'가 필요하다. 페달 오조작 방지가 현실적인 대안이라면, 기술적인 부분을 따져봐야 하겠지만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관련 제품 개발을 위한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정보를 독점하는 것이 유리해 보이지만, 안전에 관해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소비자의 신뢰는 기업에 그 어떤 것보다 유리한 '무형의 자산'이 될 수 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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