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국내 첫 'AI 법률상담', 대한변협 징계에 '발목'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가 '법률 상담 AI챗봇'을 기반으로 한 대국민 무료 법률상담 서비스인 'AI 대륙아주'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의 징계개시 결정으로 준비작업 6년, 서비스 개시 7개월 만에 국내 처음 도입된 인공지능 법률서비스는 결국 중단됐다.

대륙아주는 8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동훈타워 10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대륙아주 이규철 대표 변호사는 "법정변호사단체인 대한변협의 회원인 로펌으로서 대한변협과 대립각을 내세우면서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변협 징계절차에서 충실히 소명해 'AI 대륙아주'의 적법성을 입증하되 징계절차가 마무리되면 모든 상황을 고려해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다만, "대한변협은 'AI 대륙아주'가 변호사법상 광고규정과 동업금지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관련 변호사법 규정을 지나치게 확대한 것으로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변협 "AI대륙아주는 변호사직역 침해"

변협은 대륙아주의 '법률 상담 AI챗봇'이 변호사법상 광고규정에 위반된다고 보고 있다. 법 4조 12호와 8조 1항에서 금지한 '사건 또는 법률사무의 수임료에 관해 공정한 수임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무료 또는 부당한 염가를 표방하는 광고행위 또는 무료 또는 부당한 염가의 법률상담방식에 의한 광고행위'라는 것이다. 요약하면 변호사들의 수임 영역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변협은 또 대륙아주가 '자신들의 명의를 사용해 무료법률상담 광고를 적극 홍보하는 한편, 변호사가 아닌 AI를 통해 직접 소비자 상담을 매개했으며, 외부 온라인 포털사이트의 광고를 게재하는 등 비변호사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얻거나 이익을 배분함으로써 역시 변호사광고규정을 위반했다'고 문제삼았다.

그러나 대륙아주는 'AI 대륙아주' 자체가 기초적, 일반적, 추상적인 법률 정보만을 제공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사건 수임이나 광고가 성립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륙아주가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 'AI 대륙아주'로 이용자들을 유인하고 있다는 변협 주장에 이 대표는 "이용자들이 익명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법률정보를 얻어갈 수 있을 뿐이고, 수임 유인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변협 징계, '한국판 붉은 깃발법' 될 것"

이 대표는 변협의 징계개시 결정이 '한국판 붉은 깃발법'이 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산업혁명 이후 증기기관 종주국이었던 영국은 1865년 마차산업과 마부 일자리 보호를 위해 증기기관차 운행을 규제하는 '붉인 깃발법'을 제정했다. 자동차가 도로를 주행할 때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이 도보로 앞서 가야 한다는 규정이 핵심이다. 영국은 결국 자동차 산업 주도권을 미국과 독일에게 내주게 됐다.

이 대표는 "변협이 우리나라 리걸테크 기업과 함께 변호사 직역확대에 힘을 쏟지 않고 우리나라 기업이 개발한 '하이버클로버X'를 활용하는 'AI 대륙아주'를 비롯해 리걸테크 업체들에게 징계의 칼을 들이댄다면 토종 리걸테크 업체에 족쇄를 채우고 국내로 진입하는 해외 리걸테크 업체들에게 날개를 달아줘, 우리 리걸테크 기업들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세계 150여개국에 진출한 글로벌기업인 렉시스넥시스는 미국 LLM(대규모 언어 모델)을 이용해 만든 제품을 출시해 이미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륙아주는 지난 2018년 2월 법률 AI 원천기술을 보유한 인텔리콘메타연구소와 법률 AI 시스템 도입 협약을 맺고 '법률 상담 AI챗봇' 서비스 개발을 본격 추진했다. 인공지능 분야 선도와 변호사 도움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법률서비스라는 공익적 목적, 국산 토종 LLM을 활용한 최초 인공지능 법률서비스를 앞세운 국가 경쟁력 강화 등을 목표로 했다.

AI대륙아주, 7개월간 국민 5만 5000명 상담

이후 올 3월 20일 대륙아주가 축적한 법률데이터를 기반으로, LLM 기반의 리걸테크 벤처기업인 넥서스AI가 네이버의 초대규모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무료 법률상담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스마트폰 또는 컴퓨터에서 대화창을 열고 소송이나 법률 관련 문의를 하면 챗봇이 24시간 답변을 해주는 주는 방식이다.

대륙아주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7개월간 국민 약 5만 5000명이 약 10만 건에 달하는 무료서비스를 받았다.

그러나 변협은 지난달 24일, 대륙아주 대표변호사 5명과 '법률 상담 AI챗봇' 개발 및 서비스 진행을 맡고 있는 실무 변호사 2명 등 총 7명을 변호사법상 광고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징계에 회부했다.

변협은 이날 대륙아주의 'AI 대륙아주' 중단 결정을 바람직한 일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나 "대륙아주가 제기하는 ‘한국판 붉은 깃발법’이라는 주장은 변협의 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변협은 변호사직역에 대한 어떠한 검토 없이 법률 AI 대국민 서비스를 하는 경우 엄중히 대처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변협은 기술의 발전을 막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는 행위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견지한 것"이라면서 "AI에 대한 변협의 입장은 회원들의 총의를 수렴하고 법무부와의 협의를 거쳐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