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지난 11년간 이어져온 '제과점업 상생협약'이 5년 더 연장되면서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규제 범위가 다소 완화됐다곤 하나, 여전히 유의미한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인 탓이다. 이들은 해당 규제가 시작된 당시와 달라진 시장 환경으로 국내 시장 자체가 사실상 죽어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6일 제과·제빵업계에 따르면 동반성장위원회와 대형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대한제과협회 등은 이날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협약식을 개최해 제과점업 상생협약 합의 내용을 공개한다. 동네 빵집의 자생력이 아직 부족한 점을 고려해 협약을 5년 연장하는 대신 출점 제한 거리를 기존 500m에서 400m로 줄이고, 신규 출점 가능 점포 수를 전년 2%에서 5%까지 늘리는 것이 골자다. 규제 대상에서 빠져있던 더본코리아의 '빽다방 빵연구소'는 새로 맺게 될 협약에 포함돼 출점 규제를 받는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은 지난 2013년 제과점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될 때부터 출점 규제를 받기 시작했고, 중소기업적합업종에서 제외된 2019년부터는 제과협회와 체결한 제과점업 상생협약으로 사실상 동일한 규제를 받고 있다. 이번 협약 연장으로 이들의 자유로운 출점은 최소 5년 더 불가능해졌다. 규제 완화를 통해 다소 숨통은 트였지만 유의미하게 신규 출점을 늘릴 수 있는 변화가 아니란 것이 중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출점 가능 점포 수가 5%로 늘어나면 전국 34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의 경우 기존 대비 약 100개, 14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약 30~40개 추가 신규 출점이 가능해진다. 언뜻 적지 않아 보이지만 출점 제한 거리 규제와 합해지면 생각보다 신규 출점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이미 전국 주요 상권에 자리 잡은 파리바게뜨는 여전히 유의미한 추가 출점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크다.
1위 파리바게뜨를 추격해야 할 입장인 뚜레쥬르 역시 만족스럽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제과·제빵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사실상 죽어 있는 상태다. 점포 수를 마음대로 늘릴 수 없고, 그마저도 일률적으로 총량 제한함으로써 사업자 간 격차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 10여 년째 시장이 고착화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해당 규제가 처음 생겼던 11년 전과 최근 시장 환경이 완전히 달라진 점이다. 커피 전문점, 편의점,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 빵을 판매하는 채널이 다양해졌고, 초대형 매장의 독립 빵집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상황이지만 이들에 대한 규제는 없다.
그 결과 편의점은 매년 1000개 이상 매장을 늘리고 있고, 국내 카페 전문점 수는 치킨집 수를 넘어섰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의 국내 점포 수는 매년 제자리에 맴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0여 년간 베이커리 시장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판매 채널이 다변화된 현재 현행 출점 제한 규제 방식은 그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며 "오히려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몰, 개인 카페 등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협약 해제를 논의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란 의견도 적지 않다. 큰 고민 없이 규제를 완화할 경우 '빵지순례(빵+성지순례, 맛있는 빵을 찾아 발품을 파는 행위)' 등으로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동네빵집이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동네빵집의 경쟁력이 많이 늘었다지만, 대기업 빵집이 인근에 들어올 경우 여전히 대다수 점포의 매출은 눈에 띄게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제과협회 관계자는 "평생 규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해제하긴 어려운 상황이니 동네 빵집들이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천천히 조금씩 열어가자는 것"이라며 "이제야 동네 빵집도 기술력을 갖추고 토대를 마련해 가고 있다.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급등으로 안 그래도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협약이 만료된다면 소상공인들은 정말 힘들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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