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친명'(친이재명)계로 완편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김두관이라는 의외의 변수'가 등장하면서 민주당의 8·18 전당대회가 폭풍 속으로 향하고 있다. 당대표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진 김두관 전 의원이 그동안 '이재명 사당화'를 비판해 온 만큼, 김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기점으로 침묵 중인 당 내 비명(비이재명)계가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7일 현재 당 최고위원 선거 출마자들은 12명이다. 출마가 예정된 인사까지 포함한다면 최종적으로는 15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 대부분은 친명계로 분류되는 만큼, 출마 선언문에서도 이재명 전 대표와의 친분이나 당대표 연임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치열한 '충성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비명계 공천 학살' 논란이 불거진 지난 4·10 총선을 기점으로 친명 체제가 확립됐다는 분석이다. 당내 주류 인사들은 '공천 혁명'이라고 반박했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 비명계 인사의 출마는 물론 쓴소리도 나오지 않자 당내 일부에선 "사당화가 아닌 사당이라고 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한 당 관계자는 7일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22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한 인사들이 소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취지로 등판할 것 같았지만, 이 정도로 전멸할지는 몰랐다"며 "그만큼 현재 이재명 체제가 견고하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현재 민주당의 분위기상 원내·외에 있는 비명계 인사들이 당내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고민정 최고위원이 지난달 20일 당시 이 대표가 유력한 대권주자임에도 당대표를 연임하는 것은 "너무 많은 리스크를 안고 가는 선택"이라고 우려를 표했다가,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재명 일극체제'를 공개 비판하고 있는 사람은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과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정계를 떠난 인사들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 소식은 계파를 떠나 당 내에서 환영받는 분위기다. 다만 '환영의 의도'는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친명계 인사들은 이 전 대표가 자칫 단일 후보로서 '추대'되는 모양새를 경계하는 눈치다.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것은 물론, 지역 순회로 얻을 수 있는 컨벤션 효과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김 전 의원이 '들러리'로 나서만 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비명계 입장에선 '이재명 체제'를 견제할 수 있는 교두보로서 김 전 의원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김 전 의원이 현 지도부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계파 갈등이 극한에 달한 지난 총선 당시, 김 전 의원은 "민주당은 공천 탈락과 사법 리스크가 두려워 혁신에도 이슈에도 침묵하는 바람에 저만치 국민들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당 지도부를 겨냥해서도 '험지 출마'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주류와 반대되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 왔다.
당내 일부에선 김 전 의원의 출마를 이 전 대표에 대한 '건강한 견제' 이상의 성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른 당 관계자는 "'노무현 정신'을 강조한 김 전 의원이 현재 이재명 체제에서 감히 아무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낸다면 다른 인사들도 용기를 낼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민주당의 역사와 전통을 위해서라도 이 전 대표에 대한 건강한 견제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김 전 의원이 소위 '용기 있는 도전'에 나선다고 해도, 비명계 인사들이 적극 동참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체제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분수령이 될 만한 정치 이벤트가 없는 상황에서 친명계와 강성 지지층에 의해 '낙인' 찍힐 만한 리스크를 안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충성 경쟁으로 치달은 이번 전당대회는 시기가 아니다"면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위 '이재명 시대'에서 괜히 한마디를 거들었다가 어떤 대우를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를 비판하면 오히려 윤석열 정권을 편들어 준다는 인식까지 줄 정도의 분위기인 만큼, 어떤 목소리를 내기보단 적당한 시기를 기다리면서 숨죽이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약속 대련인지 봐야 하는 만큼,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이 평론가는 "김 전 의원이 나오려는 이유가 이 전 대표와의 약속 대련을 하려고 나온 것이라면 대립각을 세우지 않을 것 같다"며 "그렇다고 약속 대련인 것을 들킬 수는 없으니 어느 정도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김 전 의원이 어느 정도 수위로 비판하는지가 판단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약속 대련이 아니라면, 비명계가 결집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을 수 있고, 친문(친문재인)계가 김 전 의원을 중심으로 뭉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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