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중국 이커머스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안전성, 품질 문제가 자주 도마에 오르고 있지만, 국산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가품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품이 의심될 경우 소비자에게 직접 정품 인증을 받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패션 플랫폼에는 카피 상품이 버젓이 판매되는 실정이다.
7일 제보에 따르면 이모씨는 지난달 티몬에서 디올 립밤을 구매했다. 온라인 판매가격은 3만7900원이고, 백화점 판매 가격은 5만원이다. 제품 소개 페이지에 있는 '정품 인증' 표시를 믿고 구매했다. 하지만 제품을 확인한 결과 기존 쓰던 정품 제품과 향, 질감이 눈에 띄게 달랐다. 가품 의심 제품에선 박하향이 났는데 이 제품 특징상 기존 디올 정품에선 박하향이 나지 않는다.
이모씨는 판매자와 티몬 고객센터에 연락을 취했지만 가품이라는 감정서가 없으면 심사할 수 없어 환불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고객센터 측은 업체로부터 정식 수입 제품 증명서를 받았다고 답할 뿐이었다.
또한 제보자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품과 이번에 구매한 가품으로 의심되는 제품의 비교 사진을 찍어 후기에 올렸지만 삭제됐다. 현재 기존에 이모씨가 구매한 판매페이지는 URL 주소로 들어갈 경우 '상품을 찾을 수 없다'는 문구가 나타나고 판매내역으로 들어가면 '판매중지' 상품이라고 나타난다.
이모씨는 "평소에 쓰던 제품이라 완전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 3만원대 제품에 대해 정품인지 가품인지 직접 전문가의 감정을 받으라는 건 모든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 같아 황당했다"며 "이 판매자는 여전히 티몬에서 다른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양심없는 판매자를 방치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의류, 액세서리 등 패션 제품에서도 가품 문제가 심각하다. 실제로 값비싼 유명 명품브랜드뿐 아니라 평소에 자주 볼 수 있는 브랜드 제품도 '자체제작'이라는 단어로 둔갑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패션기업들도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의 가품 유통에 대해 심각하게 보고 단체 행동에 속속 나서고 있다. 지난달 특허청과 산하 기관인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은 '2024년 위조 상품 유통 방지 협의회'를 열었는데 여러 패션업체가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같은 중국 이커머스에 대한 가품 문제에 관심이 높지만 실제론 국내 플랫폼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에는 한국패션산업협회가 K-패션 브랜드의 지재권 보호 및 가품 유통 근절, 피해 브랜드 지원 등을 골자로 한 '패션 IP센터'를 출범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에 가려 잠잠해보이는 것일 뿐 국내 플랫폼의 가품 유통문제는 예전부터 심각했다"며 "오픈마켓에는 수많은 상품이 올라오기 때문에 일일이 가품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관세청에 따르면 2018~2023년 지식재산권 침해로 적발된 수입품 규모는 2조902억원으로 이 중 중국산은 1조7658억원으로 84.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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