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본코리아, 백종원 약속대로 변할까?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상장 후 첫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변화를 약속했다. 품질 관리 등을 위한 내외부 시스템 점검 수준을 넘어 조직을 근본부터 바꿀 수 있는 방안까지 폭넓게 검토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시장의 의문은 여전하다. 변화의 의지는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향성과 계획은 제시하지 못한 탓이다.

2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백 대표는 지난달 28일 열린 제31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최근 자신과 회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들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설 연휴 직전 불거진 '빽햄' 품질 논란 이후 농지법 위반 의혹, 원산지 표기 오류, 직원 블랙리스트 등 굵직한 논란이 잇따라 이어지며 상장일 대비 주가가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간 상태다. 높은 브랜드 폐점률, 생산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점도 지적되며 회사 자체 경쟁력마저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더본코리아의 상징 격인 백 대표 개인도 과거 방송·유튜브 내용이 거론되며 '내로남불'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주총에서 백 대표는 "경영자로서 더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 뼈저리게 반성한다"며 전문 경영인 선임, 소통 방식 변화, 생산시설 건설, 인수합병 등 현재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전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경영인 선임과 소통 방식 변화는 더본코리아의 강점이자 약점으로 꼽히는 백 대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의미다. 그간 더본코리아는 백 대표 의존도가 과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경영은 물론 대외 홍보·소통까지 백 대표가 도맡아 왔기 때문이다. 백 대표 인지도가 워낙 높은 덕에 가능한 전략이지만, 반대로 백 대표의 평판이 하락할 경우 자칫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했다.

실제로 이번 빽햄 논란 당시 백 대표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며 상황을 키웠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생산시설 건설, 인수합병 등은 더본코리아의 자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거론되는 방안들이다. 더본코리아는 상장 당시 풀무원, CJ씨푸드, 대상, 신세계푸드 등을 비교 기업으로 선정하며 종합식품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기준 외식 가맹 사업 매출 비중이 80%가 넘는 데다, 그마저도 간편식·소스 제품 대다수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DM(제조자 개발 생산)에 의존해 기업 가치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다만 백 대표의 약속에도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한 상황이다. '변화하겠다',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을 뿐 구체적인 방향성과 계획, 시점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취재진의 질문에 백 대표는 거듭 '시간이 필요하다', '확실히 답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내놨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백 대표가 직접 나서 입장을 밝힌 것은 좋지만, 그래서 향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