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요즘에는 올리브영이나 다이소에서 파는 가성비 화장품도 성능이 좋아서 굳이 고가의 브랜드를 고집하진 않아요."
뷰티 시장에서 '비싼 게 좋다'는 공식은 옛말이 됐다. 특정 브랜드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방문 판매원'이 있을 정도로 브랜드 충성고객이 많았던 시절도 종언을 고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화장품 연구·개발·생산(ODM) 업체를 통해 백화점 브랜드 못지않은 성능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인디 브랜드가 진입하고 판매와 소비 트렌드가 바뀌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다. 올리브영과 같은 헬스앤뷰티(H&B) 스토어에선 구매 순위가 하루마다 엎치락뒤치락하고, 하루 사이 새 브랜드가 진입해 순위권을 차지할 정도다.

18일 소비자 리서치 플랫폼 픽플리(PickPly)에 따르면 화장품 구매 경험이 있는 여성 1001명 중 62%는 성능과 가격을 구매할 때 우선 고려 요인으로 꼽았다.
다양한 가성비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은 H&B 스토어나 온라인 종합 쇼핑몰에서 구매하고, 브랜드 신뢰도를 보고 구매하는 소비자는 백화점을 이용했다. 그러나 브랜드를 신뢰도를 기반으로 백화점을 찾는 경우는 전체 응답자의 2.1%에 불과했다. 오히려 87.9%의 응답자는 다양한 제품과 가격을 고려해 H&B 스토어나 온라인 종합 쇼핑몰을 찾았다.
백화점에 입점한 기성 브랜드의 로열티가 하락한 결정적 배경은 SNS를 통해 다양한 제품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며 비교 대상이 많아졌단 점이다. 뷰티 인플루언서들의 '뷰티 튜토리얼' 영상과 소비자들의 제품 사용 후기로 인디 브랜드 제품이 급부상하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튜토리얼과 후기가 활발하지 않던 과거에는 제품 효능을 파악할 수 있는 창구가 제한적이었지만, 현재는 SNS를 통해 개별 제품에 대한 정보가 급증하면서 유사한 효능을 지닌 대체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면서 "적은 자본의 비대기업 신생 브랜드가 '대기업' 브랜드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더히스토리오브후'나 '숨'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LG생활건강의 뷰티 부문은 2분기 163억원의 영업 손실을 봤고, 애경산업 뷰티 부문 영업이익도 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7% 급감하는 등 심상찮은 경험을 하고 있다.
그 사이 조선미녀나 티르티르를 비롯한 인디 브랜드들은 SNS를 활용한 유연한 마케팅으로 유행을 주도하며 K뷰티의 선봉장에 섰다. 조선미녀는 북미 등 해외에서 SNS를 중심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올해 상반기에도 82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티르티르도 매년 두자릿수의 영업이익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 무대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대기업 브랜드의 오프라인 유통망도 힘이 빠졌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의 뷰티·퍼스널케어 제품의 온라인 구매 비중은 58.6%에 달한다.
뷰티 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브랜드 진입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데다, 유통 환경마저 영업일수 제한 등 규제가 강화되어 성장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인디브랜드는 절대 규모로는 기성 브랜드에 못 미치지만, 성장 속도와 신흥시장 침투력을 보면 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디브랜드에 밀리지 않으려면 SNS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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