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범용 D램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면서 시장 가격이 추락하자 중국발 D램 '치킨게임'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PC용 D램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창신메모리의 '저가 공세'가 거세지자 대만 업체인 난야의 경우 적자로 돌아섰다.
10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지난 7월 2.1달러에서 11월 1.35달러로 4개월 사이 35.7% 하락했다. 중국 기업들이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 능력을 확장한 결과다.
CXMT는 내년 말까지 월간 D램 생산 능력을 웨이퍼 30만장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2021년 월 6만5000장 수준이었던 생산능력이 약 5년 만에 다섯 배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세계 3위 D램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월간 생산능력의 85% 수준에 이른다.
노무라 증권도 이날 보고서에서 "중국산 메모리 공급량이 크게 늘고 있어 2025년 예상되는 D램과 낸드 가격 약세 규모가 예상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CXMT의 주력 생산품은 범용 D램 DDR3·4 제품들이다. 지난달 28일 메모리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가 주로 판매하는 신형 D램인 'LPDDR5'도 양산에 돌입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CXMT의 D램 주력 공정은 19나노미터(㎚)에 해당한다"며 "LPDDR5 속도는 메모리 3사 제품보단 느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CXMT의 물량 공세에 'D램 업계 최약체'로 꼽히던 난야는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난야의 지난 7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4% 감소한 1208억원(27억 4541만 대만달러)에 그쳤다. 9월과 10월에도 각각 7.8%와 15.6%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D램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 이 시기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지만, 난야 홀로 적자를 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PC·태블릿 수요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전반적으로 시장이 안 좋았지만, CXMT발 범용 D램 물량 공급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XMT가 이미 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 추격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41.1% △SK하이닉스 34.4% △마이크론 22.2% △난야 1% △윈본드 0.6% 순이다.
하지만 트렌드포스는 중국 업체의 D램 시장 점유율이 내년 연말까지 15%를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마이크론과 격차도 7~8%포인트로 좁혀진다.
이주완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 D램을 직접 생산하고 그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내년 말 정도엔 D램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이 10% 중반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철강, 디스플레이, LED 산업에서 중국 정부가 구사했던 '무한 보조금 전략'이 반도체에서도 반복된다는 데 크게 우려하고 있다.
CXMT가 급격히 생산량을 늘리는 배경에도 중국 재정부가 설립한 '반도체 대기금' 펀드의 자금이 있다.
더욱이 CXMT는 중국 정부가 2016년부터 육성한 반도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D램 업체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CXMT 외에 푸젠진화(JHICC), 우한훙신반도체(HSMC), 칭화유니 등도 지원했지만 대부분 파산했거나 D램 사업을 포기한 상태다.
이 애널리스트는 "철강, 조선,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기업의 적자를 보조금으로 메워주는 중국의 전략은 반복되는 루틴"이라며 "미국의 첨단기술 제재가 일정 부분 시간을 늦춰줄 순 있지만 완벽하게 막긴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CXMT가 보유한 공정 기술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첨단 공정과 격차가 상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에 10나노(1x) 6세대 D램을 양산했고, 내년엔 7세대 양산을 목표로 한다"며 "19나노는 1x 초창기와 비슷한 기술 수준이라 약 5~6세대 늦은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CXMT가 범용 제품군 생산을 크게 늘릴 순 있지만, 빅테크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나 서버용 하이엔드 D램, 데이터 읽기 속도가 6400Mbps 이상인 DDR5·LPDDR5 제품을 생산하기엔 기술력과 장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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