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탄핵소추안에 반대하는 대신 '윤석열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정국 수습책으로 제시한 가운데, 여당 의원들은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해 하루 종일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윤 대통령 퇴진'의 시기를 놓고 비윤(비윤석열)계와 친윤(친윤석열)계가 맞서며 우왕좌왕 하고 있다.
한 대표는 9일 '윤 대통령 퇴진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연기됐다. 이날 오전 9시 최고위원회의를 시작으로 4선 이상 중진의원 간담회, 오후 의원총회 등이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각 회의 참석자들은 위기 상황에서 의견을 모으기보다는 각자 주장을 이야기하는 데만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한 대표가 주재한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질서 있는 윤 대통령 조기 퇴진' 지원 TF가 출범하며 수습책 마련에 불이 붙는 듯했지만, 이어 열린 중진의원 간담회에서는 윤 대통령 조기 퇴진 필요성에 대한 계파별 의견이 엇갈렸다.
비윤계 의원들은 조속한 윤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계파색이 옅은 4선의 김태호 의원은 중진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탄핵보다 더 빠른 조기 대선이 우리 국민의 뜻이고, 지금의 혼란을 막는 길"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윤 대통령의 자진 하야를 촉구했다.
친한(친한동훈)계 6선인 조경태 의원도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는 시기를 먼저 말해야 한다고 보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 그 부분은 아마 한동훈 대표가 판단할 것이고, 그렇게 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국민들께서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이 대통령의 거취 문제"라고 덧붙였다.
반면 친윤계인 5선 윤상현 의원은 "조기 대선을 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며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조기 대선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이 받고 있는 내란 혐의가 헌법적으로 더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학계 여러 인사가 내란 행위의 고의 목적성을 입증하기 힘들다고 얘기한다. 대법원 판례 등 위헌성 여부는 더 봐야 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 직무배제와 관련해서도 "헌법·법률적으로 아직까지 배제되지 않았다. 국군통수권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윤계에서는 또 한 대표가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국정 전면에 나서는 걸 견제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중진인 권영세·나경원 의원은 이날 친윤 핵심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복귀 불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권 의원)", "직을 좀 더 맡아달라고 말씀드리자고 의견이 모아졌다(나 의원)"고 공개 발언하며 그를 붙잡는 데 주력했다. 한 대표가 이날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공고하며 추 전 원내대표의 복귀설은 일단락됐으나, 이후 친윤계를 중심으로 '나 의원 원내대표 추대설'도 도는 등 물밑에서는 계파 간 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여당은 당장 오는 14일로 예정된 2차 윤 대통령 탄핵 표결에 대한 대응 방안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는 친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민적 반발을 고려해 2차 표결에는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친윤계에서는 '1차 표결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맞았고, 2차 표결 역시 투표 미참여 당론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주였다고 한다.
한 여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탄핵은 우선 막았지만, 이후 대안이 마땅히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결국 '우리 손'으로 이 상황을 수습하는 게 제일 깔끔하긴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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