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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최악의 경우 韓 수출 60조원 감소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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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산업 타격…"한미 FTA 개정 등 통상 압력 가할 수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선제적 대응 방안 마련해야"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함에 따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전망이 많다.

트럼프가 무차별 '관세 폭탄'을 예고한 상황에서 세계 각국이 이에 방어하기 위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할 경우 수출 여건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수출이 60조원 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또 역대급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 중인 상황에서 미국이 이를 빌미 삼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 통상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대선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웨스트팜비치=AP/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대선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웨스트팜비치=AP/뉴시스]

7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2024 미국 선거와 통상환경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대중국 견제와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관세 조치를 예고한 트럼프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며 세계 무역 판도가 다시금 혼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중국산에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국가의 모든 수입 상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현재도 높은 수준의 대중 관세 장벽을 더욱 높이고, 유럽연합(EU)·캐나다·한국 등 핵심 동맹국에도 보편 관세를 매겨 자국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상호관세 적용 가능성도 높다. 상호관세는 미국과 상대국의 관세율 차이를 말한다. 미국과 교역하는 나라가 무역흑자를 많이 보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를 유지한다면 상호성이 맞지 않기 때문에 그 차액에 대한 관세를 제품이 들어올 때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대미 무역흑자가 많이 나는 한국과 같은 나라가 상호관세의 타깃(target)이 될 우려가 있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기조 확산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 31일 발간한 '2024 미국 대선 :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양자 FTA가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 달러(62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감소도 0.29%∼0.69%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선순위 무역 압박 대상에 오를 가능성에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국은 지난 2021년까지 미국의 14위 무역 적자국이었는데, 이후 꾸준히 순위가 상승하며 올해 1~8월 기준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대만, 일본에 이어 8위까지 올랐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사진=뉴시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지난 2023년 444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 1~9월도 399억 달러로 연간 기준 최대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최원목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3일 열린 '아이포럼 2024'에서 "트럼프는 '눈에는 눈, 관세에는 관세'라는 말을 하고 있다"며 "고율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 제품 경쟁력 증대, 무역수지 개선 유도, 미국 내 일자리 확보, 임금 상승효과 등을 기대하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상호관세의 도입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칩스법) 등 바이든 행정부에서 발효된 산업 지원 정책도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후보는 IRA에 대해 '녹색 사기'라고 비난하며 폐기를 공언한 바 있다. 현행법 개정이나 폐기는 의회의 권한이고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유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친환경 투자가 많이 이루어진 주를 중심으로 공화당 내에서도 이견이 있어 트럼프의 공약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법을 통한 현상 변경이 어려울 경우 대안으로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한 각종 세제혜택 축소도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조업 르네상스'를 내건 트럼프 2기는 해외자본 투자유치에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를 통해 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를 유도해 산업경쟁력 강화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산과 미국인을 우대하는 정책인 '바이 아메리칸, 하이어 아메리칸(Buy American, Hire American)' 정책 강화를 위한 규제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은 "트럼프 후보가 강력한 관세조치를 예고하고 있지만 이미 미국은 대중국 견제와 자국중심주의 강화에 대해 초당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달라진 의회 정치 지형을 고려해 통상입법 동향을 적극 모니터링하고, 분야별‧조치별 우리 무역과 투자에 미칠 실질적 영향을 분석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관세율 외에도 선진 경제권은 물론 주요국들이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이미 활용 중으로, 국가 통상정책 관점에서 주요 무역상대국을 대상으로 상호성을 보장하기 위해 산업 전반에 대한 분석과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산업 전반의 공급망 재구성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여러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통상 리스크에 신속하게 대응해 한국 경제의 안정과 기업들의 이익을 지켜내겠다는 방침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열린 글로벌 통상전략회의에서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미 대선 이후에도 다양한 고위급 채널을 통해 산업·통상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의 원활한 경영 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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