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효진 기자] 식당에서 다른 사람의 고급 우산을 잘못 가져간 60대를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한 검찰의 처분이 잘못됐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9일 청구인 A(64)씨가 검찰을 상대로 제기한 기소유예 처분 취소 헌법소원심판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A씨는 2022년 8월 서울 강남구 소재 한 식당에서 B씨가 우산꽂이에 꽂아둔 20만원 상당의 검은색 장우산 한 개를 절취했다는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A씨가 잘못 가져간 우산은 '메르세데스 벤츠' 로고가 인쇄된 20만원 상당의 골프 장우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에 출석하며 피해자의 우산을 반환했고, '식당을 나가면서 피해자의 우산을 내 우산으로 착각하고 잘못 가져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재물의 타인성을 오신해 자기 재물과 동일한 물건으로 오인하고 가져온 경우 범죄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범의가 조각돼 절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경찰은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추가 조사 없이 2022년 10월 A씨에게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헌재는 A씨의 절도의 고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의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청구인과 피해자의 우산은 모두 검은색 장우산으로 색상과 크기 등 외관이 유사하다"며 "청구인의 연령 및 건강 상태를 고려하면 우산을 착각했다는 청구인의 주장이 비합리적이지는 않다"고 했다.
또 A씨가 사건 당시 62세로 과거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며 신경심리검사를 받은 사실 등이 있었다는 것을 근거로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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