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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하만 인수 후 7년 만에 대형 M&A 시동 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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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네트워크 사업부 인수 가능성 제기…"성사 시 업계 2위 부상"
현금 보유고 100조원…전장·로봇·반도체 등도 '포스트 하만' 후보로 거론

[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핀란드 통신장비업체 노키아의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부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약 7년 전 전장·오디오 업체 하만을 인수한 뒤 굵직한 인수합병(M&A) 소식이 없었던 삼성전자가 전략적 투자를 단행할지 주목된다.

특히 연초부터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겸 부회장이 M&A 가능성에 대해 지속 언급해온 만큼 업계에선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월 서울 우면동 삼성리서치를 방문해 연구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월 서울 우면동 삼성리서치를 방문해 연구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자산 가치 약 13조원…인수 시 단숨에 통신장비 시장서 2위로 도약

4일 업계에 따르면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소식통을 인용해 노키아의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부 인수 희망자 중에 삼성전자가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노키아가 어떤 방식으로 네트워크 사업부를 매각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해당 사업부의 자산 가치는 100억달러(약 13조3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노키아의 네트워크 사업부는 전 세계 통신사를 상대로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노키아의 총 매출 중 약 44%가 이 사업부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노키아는 최근 유럽 통신사의 신규 장비 도입 지연과 중국 화웨이의 점유율 확대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실제 지난해 영업이익은 16억880만유로(약 2조5000억원)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통신장비(소·대형 기지국 등) 시장에서 화웨이는 점유율 31.3%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스웨덴 에릭슨(24.3%)이 2위를, 노키아(19.5%)가 3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6.1%로 5위에 머무르는 상황이다.

해당 보도와 같이 삼성전자가 노키아의 네트워크 사업부를 인수하면 큰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점유율 확대가 절실한 상황에서 노키아의 해당 사업부를 인수한다면 에릭슨을 누르고 단숨에 2위로 올라서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통신사들이 노키아, 에릭슨의 장비를 선호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 시장에서 화웨이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는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인 6G 통신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통신장비에 대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6G 시장 주도권 경쟁에 선제적인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월 올해 첫 현장 행보로 삼성리서치를 찾아 △ 6G 통신기술 개발 현황 △국제 기술 표준화 전망 △ 6G 및 5G 어드밴스드 등 차세대 통신기술 트렌드를 살펴보고, 미래 네트워크 시장 선점을 위한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새로운 기술 확보에 우리의 생존과 미래가 달려있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선제적 연구개발(R&D)과 흔들림 없는 투자가 필요하다. 더 과감하게 더 치열하게 도전하자"고 강조 한 바 있다.

또 지난 6월에는 미국에서 글로벌 최대 이통사인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책임자(CEO)와 만나 차세대 통신 사업 분야 협력 등을 논의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버라이즌과 7조9000억원 규모의 5G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는 국내 통신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 계약으로, 삼성전자는 해당 수주를 계기로 미국 5G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다만 해당 보도에 대해 노키아는 "내부적으로 현재 관련 프로젝트가 없다"며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삼성전자는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위)와 소니오 로고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위)와 소니오 로고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실탄은 충분…'포스트 하만' 후보로 전장·로봇·반도체 등 관련 업체 거론

삼성전자가 대형 M&A에 나선 것은 지난 2017년 하만과의 빅딜이 마지막이다. 당시 인수 금액은 80억달러(약 9조3400억원)에 달한다. 이후 매년 빅딜과 관련해 물밑 협상 중임을 밝혔지만 이렇다 할 성과로 이어지진 않았다.

다만 최근 공식 석상에서 M&A 관련 발언이 지속적으로 언급되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한종희 부회장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의 M&A는 많은 부분 진척됐다"며 "조만간 주주에게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지난 4월에는 "생활가전(DA), 영상디스플레이(VD), 네트워크, 의료기기 사업부 등도 M&A를 하려고 많이 보고 있다"며 "(스타트업 인수나 투자와 달리) 큰 M&A의 경우 상대방과 거래 조건 조율 등으로 단시간에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M&A와 관련한 작업을 많이 진행은 하고 있는데 가다가 멈추고, 가다가 멈추고를 반복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우리가 (M&A와 관련해)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손을 떼지 않고 잘 진행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대형 M&A는 아니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3년간 260여개 회사에 투자를 진행하고, 소규모 M&A를 성사시키며 '포스트 하만' 찾기에 군불을 지펴왔다. 대표적으로 지난해에는 로봇 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지분 투자하거나 자회사 하만을 통해 스트리밍 플랫폼 '룬'을 인수했다. 또 지난 5월에는 자회사 삼성메디슨이 프랑스 AI 기반 의료 스타트업 '소니오'를 인수했으며, 7월에는 삼성전자가 '지식 그래프' 기술을 보유한 영국 스타트업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OST)'를 인수하기도 했다.

아울러 대형 M&A에 필요한 현금 보유액을 늘린 것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현금 등 자산은 지난해 말(91조7718억원) 보다 9.8% 증가한 100조7657억원으로 집계됐다. 현금 등 자산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단기상각후원가금융자산 등을 말하는데,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9조8444억원, 단기금융상품은 50조9213억원이었다.

알테라 로고 이미지. [사진=알테라]
알테라 로고 이미지. [사진=알테라]

한편 삼성의 '포스트 하만' 유력 후보로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전장, 로봇, 통신, 반도체 관련 업체 등이 거론된다. 먼저 올초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글로벌 자동차 전장업체인 독일 콘티넨탈의 전장사업 부분(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인포테인먼트 등)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아울러 지난해 지분 14.99%를 사들이고 향후 지분을 59.94%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매수청구권) 계약을 맺은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유력 후보로 꼽힌다.

이 밖에 최근 경영 위기로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이 FPGA(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반도체) 사업 부문(알테라)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삼성이 기회를 포착할지도 관심이 모인다. FPGA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으로, 회로 변경이 불가능한 일반 반도체와 달리 하드웨어 회로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이에 AI, 로봇, 방산, 자율주행차, 네트워크 장비 분야 등 프로그램 및 장치 업데이트가 잦은 제품에서 활용도가 높다.

알테라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AMD, 마벨 테크놀로지 등이 거론된다. 앞서 AMD는 2020년에도 FPGA 1위 기업 자일링스를 인수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도 인수 후보로 거론됐었던 만큼 업계 일각에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네트워크, 전장 등 사업에서 시너지를 위해 인수전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선 대형 반도체 M&A가 필수적"이라면서도 "인텔이 2015년 알테라를 인수할 당시 금액이 167억달러(약 22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기업 인수에 비싼 가격을 지불했다가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M&A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하고, 현금보유고를 탄탄하게 만든 점을 고려하면 M&A 추진 의지가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특히 대형 M&A를 주도해온 인물로 꼽히는 안중현 사장이 2022년 삼성글로벌리서치로 자리를 옮긴 뒤 2년 만에 경영지원실로 이동하고 한종희 부회장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M&A를 언급해온 만큼 머지않은 시기에 빅딜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권용삼 기자(dragonbu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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