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0여분 동안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비판했다. 정치·사회·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국정 운영 무능'을 부각하자, 여당에선 "협치가 아닌 협박"이라며 항의가 쏟아졌다.
박 원내대표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부 실정 비판에 방점을 찍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진행했다. 모든 분야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지만, 특히 헌법을 수호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헌법을 준수하고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한다'라는 대통령 취임식 선서 관련 헌법 제69조를 언급, "윤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했지만,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있는가"라면서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대통령이 헌법을 부정하는 자들을 공직에 임명하는 반헌법적 상황이 벌어지는 등 헌법이 유린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헌법 유린 사례로 △역사관 논란 고용노동부 장관·독립기념관장 등 임명 △욱일기 사용 인정 국방부 장관 안보실장 임명 △독도조형물 철거 등 독도지우기 논란 등을 꼽았다.
윤 대통령이 헌법 수호 책무를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박 원내대표는 "한쪽에선 야당과 싸우라고 독려하면서 다른 쪽에선 대화·타협을 말하는 분열적 사고를 보이고 있고, 남의 말은 절대 듣지 않는 '독선·불통 리더십'이 대한민국 국민이 직면한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남발과 22대 국회 개원식 불참에 대해서도 "대통령 입맛에 맞는 법안만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면서 "대통령 거부권이 '상수'가 된 현실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했다. 또한 "개원식 불참은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입법부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대해야 할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야당을 적대시하면서 국민을 편 가르고 갈등을 부추기며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민심은 권력이라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성나면 배를 뒤집는 만큼, 국민은 불의한 권력을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며 "계속해서 민심을 거역한다면 윤 대통령도 결국 불행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헌법을 준수해야 할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면서 "대한민국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노동부 장관과 독립기념관장을 즉각 해임함으로써 헌법 수호 책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이 드러난 만큼,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국민은 작금의 현실을 대하면서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아니냐는 한판을 하고 있다"며 "국회라도 나서서 국정을 바로 잡아야 하고, 위기 앞에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회복불능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대란 해결 위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 구성 △민생회복지원금·지역사랑상품권 확대발행 △딥페이크 범죄 근절 △채상병·김건희 여사 특검법 관철 △검찰개혁 관철 △여야정 참여 '기후·인구특위' 설치 등 필요성을 부각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를 관철하기 위해 "이 자리를 빌려 국민의힘에 당부한다"며 "여당 이전에 입법부의 일원인 만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중요한 것은 용산과 일본의 마음이 아닌 '국민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 입법권과 삼권분립의 헌법 정신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민주주의 위기의 시대에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대통령과 행정부의 독단과 독선을 견제하는데 나서달라"며 "이것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 바른길이자 보수의 몰락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박 원내대표가 연설 대부분을 윤석열 정부 비판에 시간을 들이자 연설 내내 항의했다.
국민의힘 의석에선 박 원내대표가 이태원·오송 지하차도 등 여러 참사의 책임이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부각하자 "협치를 하겠다는 것인가", "지금 뭐 하는 것인가"라는 비판이 나왔다. 의료대란의 책임론도 제기하자 "이럴 거면 협치를 포기하라"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정부 비판 보도에 법정제재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사돈 남 말 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박 원내대표가 외교 관련 무능을 부각하자 격양된 반응도 나왔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으로 남북 갈등이 심화됐다고 지적하자 "협치가 아니고 협박이다"라고 항의했고, 더욱이 "이러다 독도마저 일본에 내주고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주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라는 발언에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이 목소리를 높여 질타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박 원내대표 연설은 '기승전' 대통령이었고 정부여당에 대한 비난으로 점철된 '남 탓' 연설"이라며 "여전히 친일 운운해 가며 독도지우기 프레임 씌우는 것도 언제까지 '프레임 정치'에 사로잡혀 있을지 안타깝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는 공허한 외침일 뿐"이라며 "말로는 민생과 협치를 운운하면서 대통령과 여당 탓만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야당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적 시각으로 비판한 것"이라며 "헌법 전문에 나와 있는 임시정부의 법통을 우리가 이어받는다고 했는데, 국가 정체성과 역사를 부정하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지 않는가"라고 반박했다.
또한 "지금 거의 망국적 친일 굴종 외교인데,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좋을 텐데 이해가 안 되는 것 같다"며 "후쿠시마 오염수를 비롯해 독도 관련 태도 등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일본이 더욱 난리 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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