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22대 국회 개원식이 무기한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모두를 향해 75분간 쓴소리를 쏟아냈다.
우 의장은 21일 국회 사랑재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동안 기자회견을 통해 여러 현안에 대해 의견을 냈지만, 이번 간담회에선 지난 6월 5일 취임 이후 80일 동안 이어진 대치 정국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우 의장은 여야 극한 대치의 책임론을 국민의힘에 제기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일정 부분 책임이 있지만, 집권 여당으로서 역할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동훈 신임 대표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방송4법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자신의 안이 관철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우 의장은 "갈등 상황을 막기 위해 중재안을 제시했고 민주당 지지자로부터 아주 격한 비판을 받았다"며 "저는 왜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거부는 정부여당이 했다"고 지적했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으로부터 자율성이 크지 않다'라는 지적에 대해선 "정부는 만들어진 정책을 중심으로 예산을 잘 집행하지만, 그 예산과 정책이 잘 못 될 수 있다"며 "이를 고칠 수 있는 것이 민심이 잘 수렴된 정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의 책임은 여야가 함께 부담하지만, 대통령제에서 국정 책임을 가진 것은 정부여당"이라며 "그렇기에 여당은 수렴된 국민 의사를 정부에 반영시키기 위한 노력을 치열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여당에 대한 우려가 커질수록 "민심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라고 강조하는 한 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고 했다. 더욱이 여야 입장이 엇갈리는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한 대표가 '제3자 추천안'을 제시한 것은 "최대한 합의를 이룰 수 부분이 꽤 생겼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여당은 치열하게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한 대표의 국민 눈높이 언급은 매우 의미 있다고 본다"며 "여당으로서 국가와 국회를 안정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는 만큼, 좀 더 분발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자신의 소속 정당이던 민주당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더욱이 방송4법 중재안으로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비난에 직면했던 것을 언급, "제가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니 야당 지지자들이 엄청나게 비판했고, 방송법을 중재한다고 해도 비판했다"며 "국민은 국회가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이끄는 국회의장의 모습을 보기 원하는 만큼, 야당이 불편하더라도 필요하다면 (중재안을) 낼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우 의장은 여야 갈등 해소의 계기로 오는 25일 진행되는 한동훈 국민의힘·이재명 민주당 대표 간 회담을 지목했다.
우 의장은 "양당 대표가 회담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며 "최근 양당 대표가 만나겠다고 한 것도 잘한 일이라고 보는 만큼, 여야 대표가 회담을 자주 해서 국민들이 볼 때 편안할 수 있도록 국회 운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우 의장은 여야 대표가 회담에 나서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도 영수회담을 수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의장은 "대통령도 야당과 협의하지 않고선 할 수 있는 일이 국회에선 없다"며 "이 다수를 어떻게 뚫을 수 있겠나, 결국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자주 만나서 밥도 먹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히면 해결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말 인내를 가지고 영수회담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국회에서도 (소통이) 안 되고 대통령도 여러 발언을 하면서 갈등과 충돌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무기한 연기된 22대 국회 개원식과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은 국민 전체의 대통령으로서 통합적인 메시지를 내야 하는 만큼, 개원식에 참석해 22대 국회 출발을 함께했으면 좋겠다"며 "(야당이) 불편하더라도 22대 국회의 첫 문을 여는 것인 만큼 참석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우 의장은 22대 국회 전반기 운영 방향성에 대해 민심이 바라는 '여야 합의'에 방점이 찍혔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장에게 요구되는 중립성은 여당과 야당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이 아닌, 민심에 편에 서는 것이 '중립'이라고 부각했다.
우 의장은 "300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국회는 전 국민의 투표로 구성된 공간인 만큼, 모든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라면서 "제게 때로는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고 지적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중립은 여당이나 야당의 편이 아닌 국민의 편이 되는 것이 중립이자 국회의장으로서 가져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이에 따라 쟁점 법안이 채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 등 사안도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선 "채상병 순직 진실 규명을 통해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에 국회의 노력이 있어야 된다는 부분에 대한 충분히 공감한다"며 "이제는 빠른 시일 안에 합의해야 되는 것 아닌가는 국민적 요구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국혁신당에서 요구하는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 당시 교섭단체가 4개가 있다 보니 굉장히 어려웠지만, 설득하다 보면 타협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지는 만큼 꽉 막힌 정국에서 교섭단체가 많이 있으면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이 일을 결정하는 것도 교섭단체인 만큼, 혁신당이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설득해 가는 작업을 잘 해야 한다"고 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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